"지금 반도체학과가 생기는 게 이미 있는 반도체 트랙을 타는 입장에서 의미 없어 보여요." 전자전기공학전공(전자전기전공)에서 반도체를 공부하는 김나현(전자전기·20)씨는 반도체학과가 신설된다는 소식에 걱정부터 들었다. 전자전기전공의 반도체 트랙과 반도체학과의 연구 분야가 겹쳐 교원 수와 학교의 지원이 부족해질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전자전기전공에 포함되는 분야로 2022년에는 반도체 트랙까지 만들어졌다. 그런데 트랙이 만들어진 지 1년 만에 반도체학과가 새로 생기게 됐다.

 

반도체학과 신설, 학생들 반응은

2024년 본교에 융합전자반도체공학부 지능형반도체공학전공(반도체학과)이 개설된다. 전자전기전공에서 다루는 분야는 크게 통신, 회로, 반도체로 그동안 반도체는 전자전기전공의 일부로 포함됐다. 2022년부터는 반도체 전공트랙 사업을 통해 정부의 지원을 받은 반도체 트랙이 개설됐다.

전자전기전공 학생들의 가장 큰 걱정은 지원 부족 문제다. 송민지(전자전기·22)씨는 “반도체학과 교수진이 전자전기전공 교수님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분들로만 구성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교수님들이 우리 과 수업만으로도 벅찰 텐데 다른 과까지 함께 수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2022년부터 전자전기전공 반도체 트랙을 타고 있다. 그는 전자전기전공에 지원되던 것들이 반도체학과로 갈지 모른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씨는 “반도체 트랙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업과 인턴을 맺어주는 프로그램이나 초청 강연, 행사가 있었다”며 “이런 지원들이 모두 반도체학과로 가면 이미 반도체 트랙을 탄 학생들은 무슨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전자공학에서 연구하던 분야인 만큼 따로 학과를 신설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도 많았다. 김씨는 “반도체학과라고 해서 반도체 트랙에서 공부하는 것들을 배우지 않는 것도 아닐 텐데 전자전기전공과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보빈(전자전기·20)씨 는 “반도체 트랙에 지원이 많지 않고 실습보다는 이론 위주라 학과 수업만으로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학과를 신설한다는 게 합리적이진 않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반도체학과 신설 이유는

첨단 분야 학과가 신설된 건 본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4월27일 교육부는 ‘2024학년도 일반대학 첨단·보건의료 분야 정원조정 결과’에서 수도권 내 4개 대학의 반도체학과 인원 증설 혹은 신설을 허가했다. 수도권 대학은 수도권 과밀 억제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학생 정원에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교육부가 첨단 분야 인재 육성이라는 2022년 정부 방침에 따라 반도체 등 첨단 분야의 수도권 대학 인원 증원을 허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반도체학과 신설에 관여한 신형순 교수(전자전기공학전공)는 “2000년대 이후 처음으로 수도권 대학 증원이 허가됐다”며 “반도체 분야는 전자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본교에서도 원래 전자전기전공 학생 수를 증원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가시적인 변화를 원했기에 본교는 전자전기전공 증원이 아닌 학과 신설을 택했다.

박성민 교수(전자전기공학전공)는 반도체학과 신설에 관해 또 다른 이유를 들었다. 박 교수는 “학과 설립 이후 30년간 본교 전자전기전공에서 ‘여성들이 반도체를 할 수 있느냐’는 편견을 깨왔다”며 “학과 신설로 반도체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 여성 인력을 양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학과가 설립되며 바뀌는 점도 있다. 반도체 분야는 크게 회로와 소자 분야로 나뉜다. 회로는 전기가 흐르도록 도선을 연결한 것으로 전자기기에 필수적인 요소다. 소자는 회로나 반도체 등을 이루는 구성 요소를 말한다. 신 교수는 “본교 전체 학과에 개설할 수 있는 학점 수 제한이 있어 반도체 트랙은 회로 설계를 중점적으로 다뤄 왔다”며 “반도체학과 신설을 통해 반도체 소자 분야를 강화해 반도체 분야 전체를 모두 아우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학과 신설에 따른 교수 부족 우려에 대해서 신 교수는 “교수를 더 충원할 계획이기 때문에 수업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관련 특강 등 지원에 관해서도 박 교수는 “학생들의 걱정은 이해하지만, 차별적으로 지원되지 않도록 교수들이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학과가 신설돼도 기존의 전자전기공학 트랙은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 지원이 3년 계약이었기 때문에 기존에 주어지던 장학금 지원은 2024년 이후 종료되지만, 커리큘럼은 바뀌지 않는다. 트랙을 타면 받을 수 있는 TELOS 인증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신 교수는 “반도체학과 신설은 전자전기전공 학생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 아닌 선택을 넓혀주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설되는 융합전자반도체공학부 안에는 전자전기전공과 지능형반도체공학전공(반도체학과)이 함께 편입된다. 신 교수는 “설립될 반도체학과와 전자전기전공은 전공기초 수업이 거의 같을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 쉽게 두 전공 간의 복수전공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반도체학과와 더불어 지능형 반도체 연계전공도 신설된다. 신 교수는 반도체학과와 연계전공 신설로 “성장하는 산업 분야에 맞춰 진출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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