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얘기하면 어떤 키워드가 떠오를까? 나는 가장 먼저 ‘예술’이 떠오른다. 루브르 박물관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들, 파리 어디에서나 보이는 에펠탑, 도시 전체를 꽉 채운 오래된 건축물들, 그리고 화가들이 사랑했던 프랑스의 풍경까지... 특히나 프랑스에 예술가가 많은 이유가 궁금했는데, 학생의 신분으로 프랑스에 머물면서 나름의 이유를 찾게 됐다.

학생이세요? 그냥 들어가시면 됩니다.

교환학생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비자 발급이라고 말할 것이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양과 복잡한 절차 때문에 꽤나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비자 덕분에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기고 있다. 먼저, 파리에 있는 미술관들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 미술관 등 대부분의 미술관은 뮤지엄 패스 없이 방문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퐁피두 센터와 오르세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미술관 안에 서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학생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비자가 있다면 유명한 관광지들은 거의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에 들어갈 수 있다. 프랑스의 대표 관광지인 베르사유 궁전, 개선문 전망대, 몽생미셸 수도원, 판테온 사원, 앵발리드,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집, 그리고 아직은 공사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 종탑까지! 모두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값이 비싼 오페라도, 학생이라면 10유로에 유명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다. 그래서 릴에서 교환학생을 하는 나는 주말에 파리에 갈 때마다 식비 빼고는 돈을 쓰지 않는다. 이 모든 걸 무료로 즐길 수 있으니까!

여기서, ‘교통비는 들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교통비도 들지 않는다. 바로, 프랑스의 국영 철도 시스템인 SNCF에서 TGV MAX JEUNE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건 학생 비자가 아닌, 입학 허가서와 프랑스 계좌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앞의 혜택들과는 다르다. jeune, 즉, 16세에서 27세 사이의 젊은이들에게 주는 혜택이다. TGV는 우리나라로 치면 KTX라고 생각하면 된다. 해당 서비스를 구독하면, 한 달에 79유로만으로 예약하고자 하는 기차표를 언제든 무료 발권할 수 있다. 릴에서 파리로 가는 편도 티켓 가격이 40유로 정도 하기 때문에 파리를 한 달에 한 번 왔다 가는 것만 해도 구독료 이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TGV MAX 덕분에 프랑스에 온 지 3개월 만에 파리만 6번을 다녀왔고, 프랑스의 여러 소도시들을 가는 티켓도 잡아두었다. 물론, 파업과 바캉스 기간에는 표를 잡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싼 가격에 프랑스 국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큰 장점이다.

학생 비자로 무료로 다녀온 판테온 사원. <strong>제공=김현수씨
학생 비자로 무료로 다녀온 판테온 사원. 제공=김현수씨

마음 가는 대로 하세요. C’est la vie

프랑스 사람들은 정말 남의 눈치를 별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많이 보는 편이다. 행동 하나에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주위의 친구들이 그건 배려심이라고 좋게 얘기해주기도 하지만, 이 배려심이 나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어 좋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가장 바꾸고 싶은 성격 중 하나였는데, 프랑스에 와서 조금 고칠 수 있게 됐다. 제일 크게 느낀 건 패션이었다. 패션 브랜드들은 모든 옷을 다양한 사이즈로 만들어서 모두가 자신의 몸매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옷을 입을 수 있다. 어떤 체형이든 그저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 예술에서도 그렇다. 예술을 정의하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두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예술과 예술가들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성공을 강요하지 않는 프랑스에서 ‘잘 그리지 않은’ 그림이더라도 작품에 대한 논의 그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결론적으로, 프랑스가 예술의 도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화가들의 화려한 기술이 들어간 그림 때문도, 정각마다 빛나는 에펠탑도,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풍경도 아닌 포장하지 않아도 보이는 아름다움. 열린 기회와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당당함. 그것이 프랑스가 예술의 나라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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