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파리 못 가겠는데? TGV(프랑스 고속 열차) 다 취소됐어.” 프랑스에 와서 불편함을 겪는 것 중 하나는 파업이다. 3월7일, 프랑스에서는 6차 연금 개혁 반대 파업의 영향으로 3월8일부터 10일까지 파리를 포함한 여러 프랑스 지역의 교통이 감축 운행됐다. 릴도 그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주말에 파리나 주변 도시들로 여행 가려던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릴에 머물게 됐다. 그런데 이런 경험은 프랑스에 온 지 약 2달이 된 지금까지 여러 번 겪었다. 처음에는 시위가 있는 날은 위험하니까 기숙사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지만, 이제는 시위를 위해 해놓은 폴리스 라인들을 피해서 장도 보러 역 근처까지 활보하고 다닌다. 가끔은 내가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할 정도다. 대규모 시위뿐만 아니라 매일 소규모 파업이 지속돼 교통뿐만 아니라 상업 등과 같은 서비스들도 정체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통편이 없어서 학교로 오지 못하는 교수님들 때문에 수업이 취소되거나, 파업의 연장선이었던 시위가 학교 주변까지 행진해서 기숙사로 바로 가지 못하고 빙 돌아서 가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진행되는 파업의 요지를 듣고,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다. 프랑스 대통령인 임마누엘 마크롱이 국민연금을 100%로 받는 법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변경한다는 내용이었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과 내가 실제로 프랑스에 와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휴가가 많고, 노동 시간을 굉장히 철저하게 지킨다. 학교 기숙사 사무실에 메일을 보내도 ‘휴가로 인해 부재중입니다. 메일 전송에 성공했으니, 기다려주세요.’라는 자동회신 메시지가 자주 올 만큼 프랑스는 유급휴가가 많다. 그렇기에 전국적으로 교통과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을 줄 정도로 시위를 해야만 할까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다.

릴 광장에서 시위 중인 사람들. 제공=김현수씨
릴 광장에서 시위 중인 사람들. 제공=김현수씨

파업이 한창이던 광장 옆을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자, 릴에 살고 계시는 한 행인께서 “C’est la France.(이게 프랑스야.)”라고 말씀하셨다.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겠지만, 그 분께 프랑스는 왜 이렇게 파업을 많이 하는지를 여쭈어보았다. 그분은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보시더니, 프랑스에서는 노동권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해주셨다. “…네가 온 나라(한국)에서처럼 24시간 일하는 상점이 있으면 편할 거야! 그런데, 상인들이 쉬어야지, 우리도 쉴 수 있어. 우리도 나중에 그 직업을 가질 수도 있잖아. 우리는 일하기 위해 우리의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한 돈을 얻기 위해 일하는 것뿐이야. 이게 우리가 파업하고, 시위하는 이유야.”라고 얘기하셨다. 아주 짧은 대화였고, 프랑스어로 말씀하셨기 때문에 내가 100%를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한국과는 굉장히 다른 프랑스 사람들의 마인드를 볼 수 있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자신의 여유를 존중하는 만큼, 타인의 노동도 존중하는 것이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명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는 무엇이든지 빨리빨리 일을 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여유와 휴식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프랑스에서는 노동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파업과 시위를 감행하는 것이다. 자주 하는 만큼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생기더라도, 이 불편함을 막기 위해 파업을 멈춰야 한다고 말한 사람은 내 주위에서도, 뉴스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문제 와 부딪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이를 개선해나가려고 한다면, 관용의 태도로 서로 다른 생각 또한 존중한다. 정말 ‘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 즉,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타인의 노동을 자신의 노동처럼 생각하는 프랑스. TGV가 취소되고, 상점들이 주말에 문을 열지 않아도 아무도 그들을 비난하지 않는 사람들. 뭐든 ‘짧은 시간에 빠르게, 최대한 많이!’를 최고로 생각했던 나에게는 아직까지도 비효율적이라고 보이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비판’적으로 사고하지만 ‘비난’하지 않는 프랑스인들의 마인드처럼, 이번 주말에는 파업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기숙사에서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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