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여러분의 동아리를 찾아가는 동아리 방문 박사, 줄여서 [동방 박사]입니다. 동방 박사는 매달 첫째 주 월요일 웹에서 발행됩니다. 학보를 통해 여러분의 아늑한 동방과 동아리를 홍보해보세요. 동방 박사가 3월에 만난 동아리는 중앙바둑동아리 이화바둑(ewhabaduk)입니다. 

1991년에 출범한 이화바둑은 중앙동아리 학술 분과 소속으로 여대 유일 바둑 동아리이며, 대학바둑연맹에 소속돼 있습니다. 이화바둑은 대학 바둑 문화 보급과 기력 향상, 바둑을 통한 타대와의 우의 증진을 목적으로 합니다. 1년에 두 번, 3월과 9월에 신입 부원을 모집하며 학번과 나이에 따른 제한이 없으므로 바둑에 관심이 있는 이화인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습니다. 2022학년도 2학기 기준으로 약 25명의 인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스타 @ewhabaduk_

이화바둑 동아리방 한켠에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19줄 바둑판이 쌓여있는 모습.  <strong>이자빈 사진기자
이화바둑 동아리방 한켠에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19줄 바둑판이 쌓여있는 모습. 이자빈 사진기자

 

 

'이화바둑'에게 물었다

2월17일 이화바둑의 동아리방이 위치한 학문관 516호에서 이화바둑 동아리 부원들을 만났다. <strong>이자빈 사진기자
2월17일 이화바둑의 동아리방이 위치한 학문관 516호에서 이화바둑 동아리 부원들을 만났다. 이자빈 사진기자

이화바둑의 주요활동을 소개해주세요

이화바둑은 부원들의 바둑 실력 향상과 친목 도모를 함께 이룰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로 바둑기사와 함께하는 주 1회 정규 수업을 기본으로, 공강 시간에는 자율적으로 대국을 펼치기도 합니다. 타대 바둑 동아리와 교류전을 열거나, 대학 바둑 대회와 같은 외부 행사에 참여하는 등 대외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또한, 이번 학기에는 기존의 일반적인 바둑 경기에 예능적 요소를 가미한 마피아 바둑, 릴레이 바둑, 페어바둑 등 새로운 형태의 바둑과 팀 리그전 제도를 도입해 새로운 경험을 쌓아보려 합니다.

 

이화바둑 부원 7명이 함께 팀 리그전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박은서(전자전기·20)씨가 한 수를 두며 수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자빈 사진기자
이화바둑 부원 7명이 함께 팀 리그전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박은서(전자전기·20)씨가 한 수를 두며 수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자빈 사진기자

바둑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중학생 때 접한 바둑기사 이세돌 사범님의 경기에 반해 덕질로 먼저 바둑에 빠지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이세돌 사범님의 경기를 주구장창 보다가 트위터에서 바둑팬들과 덕질 교류도 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둑에 입문했어요. 다른 부원들은 어릴 때부터 학원을 다녔거나 방과후 활동, 문화센터 수업 등 각자 다양한 경로로 바둑을 접하게 됐습니다. 바둑은 무한한 선택지 중 최선의 한 수를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을 닮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한 번 바둑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결국 바둑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페어바둑을 진행하고 있는 정서윤(문정·20)씨의 손. 이자빈 사진기자
페어바둑을 진행하고 있는 정서윤(문정·20)씨의 손. 이자빈 사진기자

바둑의 매력은

바둑은 번갈아 ‘한 수’ 씩만 둘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상대의 수를 기다리는 여유가 있어야만 자기 차례가 돌아오죠. 그래서 배울수록 사고의 수준도 점차 높아지고 문제해결력이 생기는 걸 느껴요. 바둑 용어 중에  ‘일감’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바둑에서 다음 한 수를 고민할 때 직관적으로 눈에 보이는 자리를 의미합니다. 바둑은 워낙 변칙적인 게임이다 보니, 프로 바둑기사들도 이런 일감에 의존할 때가 많아요. 그럼에도 결국 한 판의 바둑일 뿐이니 지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재밌어요. 

 

팀을 나눠 바둑 경기를 펼치고 있는 김예린(전자전기·22)(왼쪽)씨, 하영은(커미·20)씨. 이자빈 사진기자
팀을 나눠 바둑 경기를 펼치고 있는 김예린(전자전기·22)(왼쪽)씨, 하영은(커미·20)씨. 이자빈 사진기자
2022년 11월12일, 본교를 포함한 국민대, 서울시립대, 아주대 학생들이 모여 바둑 교류전을 치르는 모습. 제공=이화바둑
2022년 11월12일, 본교를 포함한 국민대, 서울시립대, 아주대 학생들이 모여 바둑 교류전을 치르는 모습. 제공=이화바둑

바둑 입문자도 입부가 가능한가요

물론이죠! 바둑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부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정규 활동도 입문 수준에 맞춰 진행됩니다. 누구든지 수업만 잘 듣고 틈틈이 연습하면 바둑을 잘 둘 수 있어요. 또한 바둑을 배우면서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언제든지 프로기사님께 질문할 수도 있고, 이화바둑과 교류하는 타대 고단자분들에게 물어봐도 친절하게 알려주십니다.

 

이화바둑 부원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한 대국경기를 기록한 대국표.  <strong>이자빈 사진기자
이화바둑 부원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한 대국경기를 기록한 대국표. 이자빈 사진기자
모바일 사활문제 앱을 이용해 연습을 진행중인 '이화바둑' 부원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모바일 사활문제 앱을 이용해 연습을 진행중인 '이화바둑' 부원들. 이승현 사진기자

연습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정석 암기, 사활문제 풀이, 기보 따라 놓아보기, 프로기사의 대국 피드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습합니다. 작년에는 기존 바둑판보다 작은 9줄, 13줄 바둑판으로 연습했으나, 이번 학기부터는 19줄로 두기 위해서 초시계와 시간 설정이 가능한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할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부원간 자율 대국을 기록하기 위해 '대국표'를 도입했습니다. 바둑을 둔 사람의 이름과 이번 바둑에서 배운 점을 한 줄 평으로 적는 방식인데요. 부원들이 대국표를 한 칸씩 채워가며 연습을 더욱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모바일 사활문제 앱이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연습하기도 합니다.

 

기보 서적을 보고 함께 바둑을 놓고 있는 이서경(뇌인지·22)(왼쪽)씨와 최지아(심리·21)씨. 이자빈 사진기자
기보 서적을 보고 함께 바둑을 놓고 있는 이서경(뇌인지·22)(왼쪽)씨와 최지아(심리·21)씨. 이자빈 사진기자
대국이 진행된 바둑판과 '이화바둑'의 역사가 담긴 홍보물의 모습.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대국이 진행된 바둑판과 '이화바둑'의 역사가 담긴 홍보물의 모습. 이승현 사진기자

 우리 동아리의 가장 사랑스러운 점

역시 이화바둑 부원들이 함께 쌓아온 역사와 유대가 아닐까 싶어요. 그 중에서도 부원들이 손수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간 ‘날적이’가 가장 사랑스러워요. 1990년대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날적이가 아직도 동아리방에 선배님들의 많은 흔적들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2022년도 2학기부터 그 문화를 부활시켜서 부원들과 함께 쓰고 있어요. 부원들끼리 사소하게 일상을 공유하고 동방에서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시험 기간이 되면 다들 재밌는 글을 많이 써줘서 읽어보면 힘이 납니다. 

 

이화바둑 부원들이 바둑 기보 서적과 함께 팀을 나눠 바둑을 연습하고 있다.  <strong>이자빈 사진기자
이화바둑 부원들이 바둑 기보 서적과 함께 팀을 나눠 바둑을 연습하고 있다. 이자빈 사진기자

현재의 부원들과 미래의 부원들에게 한마디

생각하며 사는 여자는 특별합니다. 특별하게 살아가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지만, 가끔은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어요. 이화바둑이 그런 특별한 이들에게 위로와 자신감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안식처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언제나 행복한 동아리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많이 사랑하고 아낍니다. 우리 오래 봐요! 마지막으로 94년도 날적이에 적힌 이화바둑 선배님의 말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매순간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행동하도록 후배들에게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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