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본교는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2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들을 소개한다. 1655호에서는 김은실 교수(심리학과)를 만나 인스타그램의 일시성이 이용자의 자기 개방 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봤다.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사진을 찍었을 때, 우리는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고 친구들을 태그하곤 한다. 게시물은 삭제하지 않는 한 영구히 남기 때문에 신중히 사진을 고르고 보정하지만, 스토리는 24시간 이내에 삭제되기 때문에 비교적 세심한 계획 없이 사건이 일어남과 동시에 게시한다.

피드에 게시물을 올리지는 않지만 스토리는 자주 게시하는 이용자들도 많다. 스토리의 경우 콘텐츠 게시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본교 김은실 교수(심리학과)는 이러한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일시성’에 주목했다. 그는 스토리의 일시성이 이용자의 자기 개방을 증가시키는 원리를 밝혔다.

 

김은실 교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특징인 ‘일시성’이 이용자의 자기개방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권아영 사진기자
김은실 교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특징인 ‘일시성’이 이용자의 자기개방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권아영 사진기자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일시성과 즐거움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가장 큰 특징은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된다는 점이다. 대개의 소셜미디어에서 이용자가 자기 게시물을 직접 삭제하지 않는 이상 영구적으로 기록이 보존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일시성은 자기개방 의도를 증가시킨다.

김 교수는 일시성이 두 가지 측면에서 혜택을 주고, 이 혜택이 자기개방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첫 번째 혜택은 일시성이 이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이용자에 대한 기존 연구에 따르면 즐거움은 소셜미디어 이용을 주도하는 영향력 있는 요인이다. 김 교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일시성 자체가 이용자에게 특별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스토리 게시의 즐거움이 이용자가 소셜미디어상에서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자기개방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연구 초반에 김 교수는 일시성을 즐거움으로 연결하는 매개가 ‘사회적 실재감’이라고 추측했다. 이용자들은 24시간 안에 타인의 스토리에 좋아요나 메시지를 남기며 즉각적이고 가벼운 의사소통을 한다. 스토리 게시자는 팔로워들의 빠른 반응을 통해 상대방이 현재에 존재해 실제로 대화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고, 이 사회적 실재감이 즐거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설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 사회적 실재감은 일시성과 즐거움을 매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성이 즐거운 이유는 추후 더 연구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통제감은 높이고 우려는 낮추는 일시성

일시성이 주는 또 다른 혜택은 통제감을 높인다는 점이다. 대개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자기 게시물이 계속해서 온라인 공간에 남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행동한다. 반면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경우, 24시간이라는 시간적 제약을 매김으로써 타인의 접근을 제어할 수 있다는 높은 통제감을 부여한다.

오래 보존되는 콘텐츠를 게시할 경우 이용자들은 무엇을 공유할지 보다 신중하게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창출하고 유지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정보를 노출하고 편집하는 등 전략적으로 행동한다. 이를 인상관리라고 한다. 통제감은 이러한 인상관리 우려를 낮춘다. 스토리는 24시간 이후 삭제되기 때문에 덜 꾸며진 모습을 공개하는 것에 부담이 적어 보다 자연스럽고 진실한 모습을 공개하게 된다.

증가한 통제감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불안도 낮춘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기 때문에 이용자는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자신의 콘텐츠를 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김 교수는 “이용자의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 중 24시간 내에 스토리를 조회한 사람이라면 그만큼 친밀한 사람일 것”이라며 “일시성은 나의 덜 멋진 모습, 다소 민감한 정보까지도 공개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한 자기개방 증가

일시성으로 인한 즐거움과 통제감의 증가는 자기개방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용자의 자기표현이 활발해진다는 의미다. 스토리는 이용자가 자신의 감정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좋은 방법이 된다. 이를 조회한 팔로워들에게는 정보를 수집해 상대방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호감이나 친밀감을 형성하는 수단이 된다.

자기개방의 부정적 효과도 있다. 나의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사생활을 침해당할 우려가 커지고 이미지 관리를 위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자신을 개방해 겪을 수 있는 위험과 혜택을 계산해 혜택이 더 많다고 판단하면 자기개방을 선택한다. 이를 ‘프라이버시의 역설’이라 한다. 정보 공유가 필수적인 현시대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프라이버시의 역설에 자주 놓인다.

김 교수는 “잊힐 권리가 없는 온라인이기에 우리는 정보의 주체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취약한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프라이버시 우려와 인상관리 우려를 줄일 수 있는 기능들을 잘 활용해 정보의 주체인 우리가 선택권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