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생활의 꽃’ 동아리가 활기를 되찾았다. 2022년 2학기부터 전면 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동아리의 일상회복도 시작됐다. 연극 동아리가 주로 활동하는 생활관 소극장 대여 횟수는 2020년과 2021년을 합쳐 15건이었던 반면, 올해는 63건으로 급증했다. 본지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 대면 학기를 맞이한 중앙동아리의 모습을 살펴봤다. 

 

대면 전환, 활동량 증가에 소속감까지 

이화 감사페스티벌 무대에 선 이화합창단의 모습 <strong>제공=정다은씨
이화 감사페스티벌 무대에 선 이화합창단의 모습 제공=정다은씨

동아리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 자유롭게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생활의 꽃이라 불린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활동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다 보니 동아리 활동이 축소되기도 했다. ‘이화합창단’은 지난 3년간 대면 공연을 한 번도 올리지 못 하고 연습마저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가입은 돼 있으나 필수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유령단원이 존재하기도 했다. 

이화합창단 정다은 회장은 “이번 학기부터 대면활동이 재개되면서 모든 부원이 열심히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부원의 만족도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재즈 동아리 ‘투파이브’ 김태연 회장은 “대면 수업이 이뤄지며 동아리방도 북적북적해진 게 느껴진다”며 “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지고 소통이 원활해졌다”고 말했다. 

 

배구 훈련 중인 배꽃. <strong>제공=노재은씨
배구 훈련 중인 배꽃. 제공=노재은씨

부원들의 소속감도 높아졌다. 배구 동아리 ‘배꽃’은 비대면 시기, 매주 수요일 줌(Zoom)으로 배구 동작을 설명하는 영상이나 배구 경기를 시청했다. 정확한 자세를 잡아줄 코치나 부원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현장감이 없어 소속감이 떨어졌다. 배구 동아리에 걸맞은 활동을 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탈퇴한 부원도 있었다. 배꽃 부원 노재은(국제·21)씨는 “대면활동을 시작하며 프로배구 경기 직관을 가거나 단체 훈련을 진행하며 소속감도 높아져 하나의 팀이라는 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얼굴 마주하며 원활해진 동아리 활동

토론이나 학회 활동도 진행이 원활해졌다. 비거니즘, 기후변화 등 사회문제에 관해 토론하는 ‘행동하는 이화인’은 기존 비대면으로 진행하던 토론을 대면으로 전환했다. 행동하는 이화인 윤연재 회장은 “비대면으로 토론할 때는 마이크를 켜고 발언권을 얻은 뒤 말해야 했다”며 “부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비대면 상황을 극복하고자 한 명씩 지목하면서 의견을 말할 수 있게 하다 보니 딱딱하게 진행됐다.

비대면일 때도 진행은 가능했지만, 대면으로 활동하니 교류가 더 많아졌다. 비대면 토론 때의 거리감이 사라지며 토론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공간을 예약하거나 부원들끼리 시간을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이전보다 활발히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크다.

 

블록체인 부트캠프 활동을 하고 있는 이화체인. <strong>제공=김채린씨
블록체인 부트캠프 활동을 하고 있는 이화체인. 제공=김채린씨

 블록체인 학회 ‘이화체인’은 블록체인 교육캠프, 아이디어 콘테스트와 같은 큰 학회 행사를 대면으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학회원이 개발한 블록체인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바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고, 제안한 아이디어에 대해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화체인 김채린 회장은 “학회 활동에서 발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대면으로 진행했을 당시 집중도가 낮았다”며 “대면으로 하니 더 긴장감 있고 집중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 일상회복까지 어려움도 있어

대면 활동 진행하는 이화플레이걸스의 모습. <strong>제공=김벼리씨
대면 활동 진행하는 이화플레이걸스의 모습. 제공=김벼리씨

대면 활동에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대면 활동만 경험해 본 부원이 동아리를 이끌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야구동아리 ‘이화플레이걸스’는 감독의 재량으로 훈련을 진행하기에 차기 감독이 전 감독에게 훈련을 이끌고 경기를 운영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에 경기 연습 및 대회 출전이 축소돼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막막했다. 

이화플레이걸스 김벼리 감독은 “대면 경험을 해본 선배에게 물어보고 다른 부원들과 상의하며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었다”며 “사회인 야구단이 어떻게 연습하는지 영상을 참고하여 레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화합창단도 임원진과 부원 중 공연을 올려본 사람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공연 연습을 어떻게 하고 진행하는지 보고 배운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도 이화플레이걸스처럼 대면 공연을 해본 선배에게 도움을 받았다. 

한편 대면 행사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선배도 없었던 사례도 있었다. 천체 관측 동아리 ‘이화폴라리스’ 이지연 회장은 “이번 학기부터 공개 관측회, 대동제 등 대면 행사를 다시 진행하게 됐는데 직접적으로 아는 선배가 없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들은 임원진을 중심으로 다른 부원들과 논의하며 활동을 원활히 이어 나갔다. 

 

동아리 정체성 되찾다

'재즈 스탠다드'를 주제로 워크샵 활동을 하고 있는 투파이브. <strong>제공=김태연씨
'재즈 스탠다드'를 주제로 워크샵 활동을 하고 있는 투파이브. 제공=김태연씨

일상회복에 따라 동아리들은 본래 색깔을 되찾기 시작했다. 투파이브는 비대면 활동 당시 현장에서 공연하지 못하고 주로 연주 영상을 촬영한 후 스트리밍으로 송출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관객들과 호흡하며 공연을 했기에 아쉬움이 컸다. 현재는 오프라인 공연을 올리며 동아리 정체성이 다시 명확해졌다. 단편영화 제작 동아리 ‘온더플로어’는 비대면 상영회에서 느낄 수 없었던 관객들의 반응과 현장 분위기를 접할 수 있었다. 온라인 상영회에서는 영화를 편집하고 상영하는 일에 그쳤다면, 대면 상영회에서는 관객을 입장시키거나 팝콘을 파는 등 즐거움까지 얻었다.

환경 동아리 ‘이큐브’도 교내외에 친환경 생활 사례를 보여주고 동참을 유도하는 활동을 재개했다. 비대면 시기에 진행되지 않았던 제로웨이스트 부스를 다시 운영하거나 기업과 협업하며 풍성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화플레이걸스는 경기에 4~5번밖에 참가할 수 없었던 2021년과 달리 2022년 경기에 18번이나 출전했다. 김벼리 감독은 “연습도 경기도 축소됐던 지난 2년 간에 비해 경기 수도 월등히 많아졌고, 연습에 참여하는 인원도 증가하며 활동이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야구 훈련을 하고 경기에 참가한다는 동아리의 목적을 비로소 완전히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이화폴라리스 이지연 회장은 11월16일과 18일 3년 만에 재개되는 공개 관측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재학생에게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할 기회를 제공하는 공개 관측회가 진행된다”며 “3년 만에 재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전했다. 투파이브 정세령(정시통합선발생·22)씨는 “동아리 특성상 부원이 스터디부와 연주부로 나뉘는데 서로 활동이 달라 교류가 적었다”며 “대면 활동을 하며 스터디 부원이 공연 스태프로 참여하는 등 두 부서 간 소통 기회가 많아져 좋다”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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