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16일 136주년 대동제 ‘RE:WHA’가 대면으로 개최됐다. 약 160개의 부스가 운영됐고 날짜 및 장소별 부스 확인이 가능한 대동제 홈페이지도 마련됐다. 이번 대동제는 위드 코로나 상황 속에서 진행돼 코로나19 이전과 달라진 모습도 보였다. 2022년 가을의 대동제, 그 현장을 담아봤다.

‘다시 쓰는 이화의 초록’을 주제로 한 이번 대동제의 기조는 ‘다시 쓰다’, ‘이화그린’, ‘친환경’이다. 대동제 TF 팀장단은 “드디어 오프라인 대동제를 개최할 수 있게 됐다”며 “3일간의 대동제를 통해 다시 한번 이화의 초록을 써 내려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14일부터 3일간 본교에서 136주년 대동제 ‘RE:WHA’가 개최됐다. 사진은 14일 오후1시 경 이화인들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학생문화관 앞 부스에 모여든 모습. 권아영 사진기자
14일부터 3일간 본교에서 136주년 대동제 ‘RE:WHA’가 개최됐다. 사진은 14일 오후1시 경 이화인들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학생문화관 앞 부스에 모여든 모습. 권아영 사진기자

 

다시 쓴 이화의 초록 : 대동제 TF 프로그램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여전한 상황, 일부 행사는 다른 방식으로 대체됐다. 매년 개막식에서 다 함께 비빔밥을 나눠먹던 ‘이화인 한솥밥’ 행사는 감염 예방을 위해 학생 개개인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고기가 포함되지 않은 비건 비빔밥 200개와 논비건 비빔밥 100개를 선착순 300명에게 배부했다. 비빔밥을 받으려는 학생들의 줄이 학생문화관(학문관) 1층 로비를 가득 채웠다.

'이화인 한솥밥' 도시락을 받기 위해 이화인들이 학문관 1층 로비에서 줄을 서는 모습. 강유리 기자
'이화인 한솥밥' 도시락을 받기 위해 이화인들이 학문관 1층 로비에서 줄을 서는 모습. 강유리 기자

대동제의 전통이었던 ‘영산 줄꼬기, 줄다리기’ 행사도 ‘새끼줄 소원지 달기’로 대체됐다. 학문관 옆 숲길에 설치된 가느다란 새끼줄에는 노랑, 연두색의 소원지가 달렸다. 소원지에는 ‘행복’부터 ‘우주 정복’까지 이화인들의 크고 작은 소원이 적혔다.

학문관 옆 숲길 새끼줄에 이화인들의 소원지가 적혀있다. 정수정 기자
학문관 옆 숲길 새끼줄에 이화인들의 소원지가 적혀있다. 정수정 기자

TF가 준비한 포스코관(포관) 20번 부스에서는 ‘어느 벗으로부터 내려온 밀서의 비밀단어 찾기’를 주제로 이벤트가 진행됐다. 기획팀 김지원(통계·22)씨는 “비밀단어는 학생들과 꼭 기억하고 싶은 단어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답을 맞힌 김세린(화학·18)씨는 “문제를 풀며 이화의 역사를 알게 돼 뜻깊었다”고 말했다. 밀서의 비밀단어는 ‘유관순’이었다.

 

환경까지 생각한 부스

친환경이라는 기조에 맞게 환경을 생각한 부스도 눈에 띄었다. 중앙 환경동아리 ‘이큐브’(E-Cube)는 학생들이 직접 양말목으로 텀블러 가방과 컵홀더를 제작해볼 수 있는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대강당 뒷편에 위치한 이큐브 부스에는 알록달록한 양말목과 교내에서 모은 종이 컵홀더가 쌓여 있었다. 학생들은 원하는 색의 양말목을 골라 종이 컵홀더 위에 매듭을 짓고 컵홀더와 텀블러 가방을 제작했다. 

이큐브 공동대표 윤혜림(과교·21)씨는 “양말목을 활용하는 것 자체도 업사이클링이지만, 컵홀더를 만드는 종이 틀도 교내 곳곳의 일회용 컵홀더를 재활용한 것으로 이중 업사이클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증금을 내고 다회용 컵을 대여하면 식음료점 ‘더벤티’에서 무료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양말목 컵홀더 만들기 체험을 한 노수연(건축·20)씨는 “대동제 부스 참여로 환경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14일~16일 본교 포스코관 5번 부스에서 대동제를 맞아 커미 부스가 운영됐다. 박성빈 사진기자
14일~16일 본교 포스코관 5번 부스에서 대동제를 맞아 커미 부스가 운영됐다. 박성빈 사진기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부스 ‘커미방앗간’은 연유 대신 ◆알룰로스를 이용한 비건 메뉴를 만들고 텀블러 이용 시 음료를 정량보다 많이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영은(커미·20)씨는 “텀블러를 가져오시는 분들이 꽤 계셨다”며 “비건 메뉴도 준비된 수량이 소진돼 일찍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대기 줄 필수, '돼동제'

'덕고지'부터 김치전, 닭꼬치, 에이드까지 음식 부스는 모두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문예창작동아리의 ‘글지이’의 순대볶음도 재료 소진으로 조기 마감했다. 공강 시간에 동기들과 음식 부스를 찾은 임민정(전자전기·20)씨는 “줄이 길어서 많은 부스를 방문하지는 못했다”며 “인기 있는 부스는 대기자가 많아 재료가 소진되는 일이 많았다”고 전했다.

정문 및 포관, 대강당뿐 아니라 교육관 부스에도 인파가 몰렸다. 벨기에 와플과 과일 에이드를 준비한 과학교육과 부스 ‘뉴턴의 만물상회’에서도 대기줄이 이어졌다. “물리교육전공이 열 전도율 계산으로 최적의 와플 굽기를 제공합니다”, “맛없으면 100% 결제” 등 재치 있는 홍보 문구가 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14일 정오 와플을 모두 판매해 대동제 첫날 와플 96개 완판을 기록했다.

14일 오후4시경 대강당 앞에서 박지윤(사교·18)씨, 이예빈(사교·18)씨,김명진(사교·18)씨(왼쪽부터)가 부스 음식을 즐기고 있다. “2년 넘게 사람들 많은 분위기가 그리웠다며 “덕고지를 약 1시간 정도 기다려서 먹었다고 전했다. 이자빈 사진기자
14일 오후4시경 대강당 앞에서 박지윤(사교·18)씨, 이예빈(사교·18)씨,김명진(사교·18)씨(왼쪽부터)가 부스 음식을 즐기고 있다. “2년 넘게 사람들 많은 분위기가 그리웠다며 “덕고지를 약 1시간 정도 기다려서 먹었다고 전했다. 이자빈 사진기자

 

수제작 굿즈도 인기 만점

포관 경사진 길목에 위치한 개인 부스 ‘송충이 상점’은 위트 있는 문구를 새긴 수건을 제작해 화제가 됐다. 과거 사진 동아리를 계기로 만난 운영자 4명은 개성 있는 대동제 부스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약 10번의 회의를 거쳤다. 이들이 판매한 ECC 전경, 설산 등을 담은 풍경 포스터는 운영진들이 직접 촬영한 것이다. 배꽃, 버섯, 푸딩 등 갖가지 모양의 뜨개키링 역시 운영진들이 밤새 직접 뜨개질해가며 만든 작품이다. 운영진 김민아(휴먼바이오·19)씨와 이어진(융합콘텐츠·19)씨는 “개인 예산으로 굿즈를 준비했기 때문에 많은 수량을 제작하기는 어려웠지만, 예상치 못하게 많은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중앙동아리 '너이화함께'가 판매한 수제작 스티커. <strong> 강유리 취재기자
중앙동아리 '너이화함께'가 판매한 수제작 스티커. 강유리 기자

정문 19번 부스에서는 중앙동아리 ‘너이화함께’가 직접 제작한 스티커도 눈길을 끌었다. ‘학교 않가’ 같은 문구부터 ‘이대역 지하철 간판’을 딴 모양, 사이버캠퍼스 앱 알림창과 수강신청 팝업창 등 재학생들이 공감할 만한 디자인의 스티커는 14일 하루 만에 1200장 이상 판매됐다. 스티커를 구매한 박신영(영문·17)씨는 “대동제 홍보 게시글에서 스티커를 보고 귀여워서 사러 왔다”며 “다른 곳에서는 못 사는 현실적인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3년 만에 활짝 핀 공연 무대와 영화제

대동제 첫날은 공대 풍물패 ‘하날다래’, 사회대 풍물패 ‘풀이’, 사범대 풍물패 ‘어우리’가 연합한 ‘이화풍물패’(이풍)의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이풍은 이화동산의 정상에서 시작돼 운동장까지 내려오며 고창농악 판굿을 벌였다. 꽹과리, 장구, 소고 등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춤추는 모습이 흥겨움을 자아냈다. 이번 공연에서 소고를 연주한 정지현(사교·21)씨는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이화동산을 내려오니 감동적이었다”며 “관객들에게 고창농악을 알릴 수 있어 뿌듯하고 뜻깊다”고 말했다.

15일 오후5시 정문 쪽의 ‘랜덤플레이화댄스’ 현장은 구경꾼들과 춤추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해당 프로그램은 아는 노래가 나오면 참가자들이 대기선 밖으로 나와 춤을 춰야 하고, 안무를 모르는 사람은 탈락하는 방식이었다. 참가자 16명이 걸그룹 에스파의 ‘도깨비불’에 맞춰 칼군무를 선보이자 수많은 이화인들이 열광하며 호응을 보냈다. 랜덤플레이화댄스를 관람한 황혜신(초교·22)씨는 “참가자들이 선곡된 노래마다 멋진 춤을 선보여 가던 길을 멈추고 30분째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후의 3인으로 남은 댄스동아리 ‘언타이틀’의 김수연(과교·21)씨는 “평소 동아리 연습 중간 쉬는 시간에 부원들과 랜덤플레이댄스를 하며 놀았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5일 정문 옆 잔디광장에서 이화인들이 사회대 댄스동아리 '하이라이트'의 대동제 축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박성빈 사진기자
15일 정문 옆 잔디광장에서 이화인들이 사회대 댄스동아리 '하이라이트'의 대동제 축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박성빈 사진기자

비슷한 시각 학문관 광장에서는 밴드 소모임 ‘리브아티’의 공연이 펼쳐졌다. 리브아티 멤버 6명은 70명이 넘는 관객들 앞에서 달의하루의 ‘염라’, 라쿠나의 ‘춤을 춰요’,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선보였다. 관객들의 뜨거운 앵콜 요청에 예정에 없던 한 곡을 더 부르며 무대를 즐기기도 했다. 리브아티 보컬 노해찬누리(전자전기·20)씨는 “2020년부터 2년간 밴드 동아리를 했지만 대동제에서 공연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이번 공연으로 드디어 밴드 동아리로서 할 일을 다 한 기분이라 뿌듯하다”고 무대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15일 오후7시에는 잔디광장에서 ‘이화그린 영화제’도 진행됐다. 돗자리를 펴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학생들은 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시청했다. 이화그린 영화제에서는 안전을 위해 마스크 착용 필수, 음식물 섭취 자제 등의 주의사항이 강조됐다. 이화그린 영화제에 참석한 박유진(국문·20)씨는 “벗들의 리액션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어 좋았다”며 “다 같이 영화 보는 문화가 계속되면 좋겠다”고 3년 만에 재개된 영화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136주년 대동제 RE:WHA를 기념하여 15일 오후7시 본교 정문 옆 잔디광장에서 ‘이화 그린 영화제'가 열렸다. 코로나 이후 첫 대면 대동제를 맞아 이화인들은 대동제 부스에서 판매하는 음식들과 동아리 공연을 즐기며 한껏 떠들썩한 낮을 보냈다. 해가 저문 잔디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상영작 '리틀 포레스트(2018)'와 함께 대동제의 밤을 즐기고 있는 이화인들의 모습. 글 박성빈 사진기자 사진 권아영 사진기자
136주년 대동제 RE:WHA를 기념하여 15일 오후7시 본교 정문 옆 잔디광장에서 ‘이화 그린 영화제'가 열렸다. 코로나 이후 첫 대면 대동제를 맞아 이화인들은 대동제 부스에서 판매하는 음식들과 동아리 공연을 즐기며 한껏 떠들썩한 낮을 보냈다. 해가 저문 잔디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상영작 '리틀 포레스트(2018)'와 함께 대동제의 밤을 즐기고 있는 이화인들의 모습. 글 박성빈 사진기자 사진 권아영 사진기자

 

준비 쉽진 않았지만···더없이 즐거웠던 ‘RE:WHA’

“우리 학교가 축제를 하긴 하는구나, 실감이 났어요.” 첫 대동제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던 너이화함께 대표 김호연(컴공·21)씨는 “(대동제 준비를 위해) 밤새 회의하다 보니 부원끼리 돈독해지고 동아리 활동을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연동아리 ‘하이라이트’ 회장 박윤서(커미·21)씨 또한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대동제 공연인 부원들이 많았다”며 “부원 모두 무대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전했다. “이번 대동제로 댄스동아리로서 학교 축제에서 공연해보는 로망을 실현할 수 있었어요. 많은 분께 우리 춤 실력과 끼를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졸업을 앞둔 박지윤(사교·18)씨는 “새내기 때 처음 먹었던 대동제 음식들이 그리웠는데 대동제가 다시 열려서 한 번 더 먹고 졸업하게 돼 기쁘고 설렌다”고 말했다. 황서영(국문∙21)씨도 “이전에는 비대면으로 학교에 다녀서 그런지 학교생활을 즐길 기회가 많이 없었다”라며 “대동제에 오니까 진짜 이대생이 된 것 같다”며 3년 만의 대면 대동제 참여 소감을 밝혔다.

 

◆알룰로스: 건포도, 무화과 등 일부 식물에 들어 있는 단당류

◆업사이클링: 버려지는 제품을 재활용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새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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