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본교는 매년 졸업생 중 사회 분야에서 타의 모범이 되고 사회에 공헌하는 동문을 선정해 ‘빛나는 이화인 상’을 시상한다. 제7회 ‘빛나는 이화인 상’은 2022년 처음 개최된 5월 31일 본교 창립기념식 후속행사 ‘영원한 이화인’에서 시상이 진행됐다. 수상자로는 이광희(비서·74년졸)씨, 안수현(법학·90년졸)씨, 김희진(컴공·05년졸)씨가 선정됐다. 본지는 수상자의 커리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안수현씨와 김희진씨를 직접 만나봤다.

 

제7회 ‘빛나는 이화인 상’을 수상한 ‘유라이크코리아’ 김희진 대표   박성빈 사진기자
제7회 ‘빛나는 이화인 상’을 수상한 ‘유라이크코리아’ 김희진 대표 박성빈 사진기자

 

축산업과 데이터, 자칫 멀어 보이는 1차 산업과 4차 산업을 융합해 축산업에 혁신을 가져다 준 인물이있다. 올해 세 명의 ‘빛나는 이화인상’ 수상자 중 한 명인 기업 ‘유라이크코리아’(uLikeKorea) 대표 김희진 동문(컴공·05년졸)이다. 수상소감을 전하는 김 대표는 시종일관 겸손했다. 최연소 수상자인 김 대표 는 “굉장히 영광스러우면서 부담이 되는 상이었다”며 “이미 빛나고 계신 다른 두 분과 달리 저한테는 앞으로 더 빛나라고 주신 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이화를 더 빛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는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본교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가축과 사람 모두의 건강을 생각하며 걸어온 길

유라이크코리아는 가축과 사람을 연결하는 생체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이다. 김 대표의 바이오 캡슐 사업은 축산업의 문제점을 데이터를 이용해 해결하고 싶다는 소망에서 출발했다. 바이오 캡슐 ‘라이브케어’는 실시간으로 동물의 건강 상태를 관찰할 수 있다. 길이 15cm 정도의 바이오캡슐을 가축에게먹이면 해당 캡슐이 미세한 생체 변화도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 신호는 통신망을 통해 농장주에게 전 달되고, 이를 통해 가축을 관리한다. 김 대표는 “축산업계에서 아픈 동물은 그냥 도축되는데 라이브케어 캡슐을 사용하면 가축의 증상을 조기 발견 해 적은 치료 비용으로 빨리 낫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면 해열제나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회복시킬 수 있다.

캡슐을 통해 전달되는 데이터들로 동물을 관리함으로써 동물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고 농장주들은 편리하게 동물을 키울 수 있다. 이는 안전한 먹거리 제공으로도 이어진다. 유라이크코리아의 이러 한 라이브케어 서비스는 사람과 동물 모두를 위한 일이다.

김 대표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걸맞게 축산업을 디지털화시켜 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기존 축산업이 노하우와 경험에 기반했다면 김 대표는 데이터 기반의 축산 경영으로 변환해 갔다. “10년 전,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경영해 왔는데 최근에는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어요.”

정보 통신 기술과 축산업을 연결하는 일은 그간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지만 김 대표는 축산업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과감히 뛰어들었다. 유라이크코리아는 축산학, 수의학 및 컴퓨터공학 등 전문 인력들로 구성된 연구팀을 주축으로 디지털 축산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 하고 있다. 10억 건 이상 수집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축우, 농가, 기후 등 다양한 환경에 알맞게 분석해 가축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이브케어를 제공할 수 있는 가축의 종류도 소부터 양, 말, 돼지, 닭까지 확장했다.

김 대표는 라이브케어가 해외에서도 대중화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라이크코리아는 현재 해외 12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8월에는 미국의 농가와 대규모 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잠재경쟁자들이 놓치고있는 중동과 동남아 시장도 개발해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해외 산업 유치 비결에 대해김 대표는 “보통 기업들은 국내 내수 시장을 목적으로 창업하지만, 유라이크코리아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새로운 운영 체제와 사업 모형을 구축하는 것부터 협력 업체를 구하고, 시장의 환경과 언어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 초반에는 “국내도 제대로 매출이 안 나는데 해외로 나가는 거냐”는 질책을 주변에서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라이브케어를 무상으로 제공해서 설득하고 농가를 섭외하기도 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때로는 무모하게 해외의 문을 두드리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 지금의 유라이크코리아를 만들 수 있었죠.”

 

더 많은 여성 기업인들을 꿈꾸며

“여성 창업자로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제 후배들은 겪지 않도록 여러 도움을 주려고 노력해요.”

여성 기업인으로서 김 대표가 현재의 자리까지 오는 데에는 어려움이 존재했다. 그는 여성 기업인이겪는 어려움 중. 하나로 ‘네트워킹의 한계’를 꼽았다. 그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화에 낄 수 없었던 조직 내 분위기를 회상했다. “창업을 시작하며 동문 간 서로 이끌어 주는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깨달았죠.”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기에 김 대표가 설 자리는 제한적이었다. 남성 위주의 축산업계에서 여성 공학도인 김대표가 사업을 시작했다는 걸 낯설게 보는 시선도 팽배했다. 김 대표는 “코스닥(KOSDAQ) 협회 CEO 포럼에 참석했을 당시 36명의 대표 중 여자는 나 하나뿐이었다”며 여성 대표가 현저히 부족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현실이 지속되지 않도록 김 대표는 본교 안팎에서 여러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후배 이화인들을 위한 멘토링과 여성벤처협회에서 진행하는 창업 멘토링은 꼭 하려고 한다”며 후배 창업가 양성을 위한 책임감과 의무감을 드러냈다. 본인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후배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김 대표는 현재 후배 이화인들의 취·창업에 도움을 주는 경영인 클럽 ‘이화비즈’ 소속이기도 하다. 사업을 하면서 선배들이 끌어주고 도와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여성 창업가를 꿈꾸는 이화인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잘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이를 깊게 개발하고 끊임없이 탐구할 것을 권했다. 김 대표는 “자신도 축산업을 처음부터잘 알았던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깊게 공부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가 축산업과 컴 퓨터공학을 연결시켜 지금의 유라이크코리아를 탄생시킨 것처럼, 열린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융합 시대인 만큼 여러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다양하게 접목시켜 보는 태도를 가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해내는 추진력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못하는 걸 잘해야 된다는 강박보다는 잘하는 걸 더 잘하게 만드는 것이 창업의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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