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보훔루르대 학생들은 교내 스포츠센터에서 살사, 필라테스, 카누, 퀴디치, 휠체어 농구 등 80여 가지의 스포츠 강좌를 3개월에 2만~7만원의 비용으로 수강할 수 있다. 사진은 4월경 중앙광장에 마련된 ‘라크로스’ 스포츠 강좌 체험 부스. <strong>제공=권경문 선임기자
 독일 보훔루르대 학생들은 교내 스포츠센터에서 살사, 필라테스, 카누, 퀴디치, 휠체어 농구 등 80여 가지의 스포츠 강좌를 3개월에 2만~7만원의 비용으로 수강할 수 있다. 사진은 4월경 중앙광장에 마련된 ‘라크로스’ 스포츠 강좌 체험 부스. 제공=권경문 선임기자

 

4월 개강 전 캠퍼스를 거닐 때였다. 학교 중앙광장에서 처음 보는 모양의 큰 라켓을 든 학생들이 공을 주고받는 모습을 봤다. 무엇인지 궁금해져 가보니, ‘라크로스’라는 스포츠 강좌를 듣는 학생들이 코스 홍보를 위해 부스를 연 상황이었다.

라크로스는 ‘크로스’라 불리는 라켓으로 경기하는 구기 종목이다. 난생처음 접하는 운동이라 어색했지만 그것도 잠시, 내 키만 한 라켓을 들고 처음 보는 친구들과 땀 흘리며 공을 주고받는 순간 몸에 활기가 돌았다. 그렇게 1시간을 움직였고, 체험 부스에 있던 학생들은 대학 스포츠 센터 안내 책자를 건넸다. 부담 갖지 말고 운동 강좌에 등록해보라는 말도 덧붙였다.

책자에 안내된 학교 스포츠 센터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학생들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운동 강좌에 대한 안내가 나왔다. 운동 종목 리스트를 살펴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라크로스뿐 아니라 총 80가지가 넘는 스포츠 강좌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짓수도 그렇지만 종목의 다양성이 가장 놀라웠다. 축구, 농구, 배드민턴, 테니스, 하키, 핸드볼 등의 구기 종목은 물론, 살사, 힙합, 디스코, 발레, 라틴댄스와 같은 댄스 코스까지 가지각색으로 제공됐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신체장애를 가진 학교 구성원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는 것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할 수 있는 전동 휠체어 하키부터 장애인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휠체어 농구 코스까지 교내 프로그램으로 마련돼 있었다. 

카누, 승마, 양궁, 롱보드, 트램펄린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이색적인 종목도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퀴디치’ 수업이다. 책이나 영화로 ‘해리포터’를 본 사람이라면 의아할 것이다. 퀴디치는 ‘해리포터’ 속 마법사들이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며 공으로 경기를 펼치는, 소설에서 창작된 가상의 스포츠다. 이곳에서는 마법 빗자루 대신 막대기를 다리 사이에 끼운 채로 게임을 진행한다.

비용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필라테스와 요가, 축구, 농구 강좌의 경우 한 학기에 20유로(약 2만7000원), 살사 수업은 30유로(약 4만원)로 등록할 수 있다. 카누는 50유로(약 6만7000원)다. 대부분 프로그램이 3개월에 20~50유로 안팎 정도로, 비교적 부담이 적은 요금에 운영된다. 

그렇다 보니 스포츠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늘 인기가 많다. 등록이 시작된 첫날, 인기 수업은 5분 만에 마감이 됐다. 실제로 학교와 파티에서 만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스포츠 강좌 하나씩은 수강하고 있었다.

나는 필라테스와 롱보드 코스를 등록했다. 4월11일 첫 레슨을 시작으로 매주 월요일 4시, 기숙사 근처 체육관에서 필라테스 수업을 듣고 있다. 한국에서 필라테스를 하려면 사설 기관의 경우 매달 꽤나 큰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이곳에선 석 달에 3만 원이 채 안 되는 비용으로 양질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설명은 주로 독일어로 진행되지만 완벽히 이해하지 않아도 문제는 없다. 동작을 보고 따라 하기만 해도 충분하고, 헤매고 있을 때면 영어 설명을 덧붙여 주신다. 

기구나 장비를 이용하는 종목을 등록할 때도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보드가 필요한 롱보드뿐만 아니라 카누나 테니스 같은 종목은 센터 측이 장비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롱보드 수업은 다음 주 첫 강좌를 앞두고 있다.

강좌 회차가 거듭될수록 이곳 대학의 운동 인프라가 부러워진다. 경제적 격차, 신체장애의 유무 등은 여기서 스포츠 강좌를 수강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운동을 더 쉽고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조성된 환경이 보였다. 저렴한 수강비와 무료 장비 대여는 소위 고가 운동과 저가 운동 사이 스포츠 빈부격차를 줄여준다. 장애인 스포츠 선택지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도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새로운 스포츠를 경험하면서 느끼는 에너지는 엄청났다. 내 몸을 활용해 움직일 수 있는 동작이 늘어나고, 힘을 쓸 수 있는 부위가 늘어날수록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진다. 수업을 함께 듣는 친구들과도 친해져 매주 월요일이 기다려질 정도다. 운동 수업은 교환학생 생활에 큰 에너지를 가져다주고 있다. 

그간 한국에서도 운동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기 위해 드는 비용과 에너지 때문에 늘 익숙한 운동을 선택하곤 했다. 빡빡한 시간표에 늘 운동은 뒷순위였고, 가능한 한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운동을 선호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나는 비교적 충분한 시간 여유가 있을뿐더러 마음만 먹으면 저렴한 비용으로 새롭고 다양한 스포츠를 접할 수 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뜻을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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