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제공=윤송이 명예석좌교수
제공=윤송이 명예석좌교수

세계 3대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앤 컴퍼니(McKinsey & Company)부터 SK텔레콤, IT 및 게임 회사인 엔씨소프트(NCSOFT)까지. 다양한 산업군에서 임원직과 최고전략책임가로 활약해 온 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이 3월 명예 석좌교수로 본교에 둥지를 틀었다. 오랜 기간 인공지능 전문가로 활약해온 윤 교수는 본교 신설 학과인 AI융합학부 인공지능 전공에 합류해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쌓아온 지식과 지혜를 공유할 예정이다. 본지는 미국에 있는 윤 교수로부터 직접 그의 기업가 정신과 교수로서의 포부를 들어봤다.

 

기업 경영과 AI 연구, 두 마리 토끼를 잡기까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윤 교수는 다양한 회사를 거쳐 경영인의 길을 달려왔다. 그는 기업 활동에 전념하는 한편 AI 활용 및 개발에 대한 고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윤 교수는 2011년 사내 AI 센터 설립을 주도했고 AI와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에 관한 다양한 연구 개발 성과를 기업 경영에 직접 접목했다. AI 연구개발 조직을 약 300명 규모까지 확장하고 산하에 5개 연구실을 운영하는 데 기여한 그는 “일상생활에 빠르게 스며드는 AI 기술의 특성을 살려 더 재밌고 간편한 게임과 IT 서비스를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AI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과 첨단 기술의 윤리적 측면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고민해왔다. 현재 미국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 인간중심 AI 연구소(Human-Centered AI Institute, HAI) 자문위원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 이사회 이사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윤 교수는 “인공지능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나 인공지능이 가져올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주제로 보고서를 발표하고 AI가 초래하는 일자리 문제,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며 자문위원으로서의 경험을 밝혔다.

 

기업가 꿈꾼다면 ‘활용’과 ‘탐험’의 조화 꾀해야

윤 교수는 인재일지라도 성별이라는 장벽으로 사회적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전했다. 그는 사회와 기업에 우수한 여성 인재가 많지만, 엄마가 되면 더 큰 부담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제한된 자원인 시간을 모두가 동일하게 가진 상황에서 누군가는 10시간을 온전히 커리어를 위해 사용하지만, 여성은 육아로 인해 일하는 데 5시간밖에 투자하지 못하기에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차별의 구조를 인지하는 것 또한 리더의 덕목임을 강조했다.

“누구나 같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게 하고, 회사 전체가 남녀가 갖는 불가피한 차이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로 리더의 자질이죠.”

윤 교수는 기업인을 꿈꾸는 재학생들에게 ‘활용’과 ‘탐험’의 개념을 설명했다. 그는 경영 활동을 개미에 비유하며 “개미가 먹이를 찾을 때 앞으로 30cm만 가면 확실하게 먹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 이 정보를 활용해 그대로 30cm를 직진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며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윤 교수는 “먹이보다 더 혁신적인 것을 발견하기 위해선 미지의 영역을 답사해야 하고 이때 필요한 것이 탐험”이라며 활용과 함께 적절한 탐험 역시 수반돼야 함을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탐험만 하다 보면 굶어 죽을 수 있고, 그렇다고 활용만 하면 언젠가는 자원이 고갈될 것”이라며 탐험과 활용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곧 기업가의 자질이라고 설명했다.

“가보지 않은 곳에 접근하고 획기적 가능성을 발견하는 ‘탐험’의 영역이 기업의 출발이라면, 이를 ‘활용’해 조직을 지속해서 성장시키는 것 또한 기업가의 역할입니다.”

 

본교 부임 통해 바라는 것은 ‘우수한 여성 공학도의 배출’

명예교수로서 첫 강의를 앞둔 윤 교수는 “오랜 시간 연구하고 일해온 인공지능 분야의 교수로서 이화의 학생들을 만나게 돼 설레는 마음이 가장 크다”며 이어 “올해 신설된 전공에 합류하게 돼 더욱 뜻깊다”는 소감을 전했다.

윤 교수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로 묻힌 역사 속 수많은 여성의 찬란한 재능이 빛을 발하는 데 이화여대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본교의 사명에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AI융합학부 교수로서 윤 교수는 “수학과 과학 분야는 인류 역사상 오랜 기간 남성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며 “대한민국 공학 전공자의 약 20%, 엔지니어의 약 11%만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금 더 앞서 사회를 경험한 과학도이자 기업인으로서 역량 있고 열정 넘치는 여성들이 AI를 비롯한 공학 분야에 더 활발히 진출하도록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싶다”며 새로운 커리어의 전환점을 본교에서 맞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공지능을 단순히 공학적 학문 영역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 철학, 정책,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이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장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사회에 나아갈 준비를 하는 이화인에게 윤 교수는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디서 보람을 얻고 어디에 열정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유명한 직업을 찾기보다 본인이 가장 잘하고 보람을 느끼는 일을 찾아 거기에 매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윤 교수는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산업과 기술 발달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분야의 커리어를 쌓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식 전달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훈련 위주의 교육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 교수는 자율전공학부 및 AI융합학부 인공지능전공 학부생을 대상으로 5월 첫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의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윤리 철학적 관점인 ‘AI Framework’를 주제로 한다.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 기계어와 구분되는 자연어, 즉 일상생활 속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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