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10시 경 ECC 이삼봉홀에서 AI융합학부 윤송이 명예석좌교수의 특강이 줌(zoom)을 통한 실시간 송출 방식으로 진행됐다. <strong>김혜원 사진기자
14일 오전10시 경 ECC 이삼봉홀에서 AI융합학부 윤송이 명예석좌교수의 특강이 줌(zoom)을 통한 실시간 송출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혜원 사진기자

“역사 속에 묻혀버린 수많은 여성의 재능이 정당하게 존중받는 세상의 도래를 위해 이화여대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여러분을 열심히 도울 테니 빛나는 열정을 현명하게 꽃피워주세요.”

엔씨소프트(NCSOFT) 윤송이 사장이 3월 AI융합학부 인공지능전공 명예석좌교수로 임용된 이후 본교 교수로서 첫 일정을 소화했다. 14일 본교 ECC 이삼봉홀에서 진행된 특강 ‘AI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의 연사로 참여한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AI 기술에 발맞춰 테크놀로지를 바라보는 새로운 윤리 철학적 관점을 모색하는 것이 본 특강의 주제다.

게임 회사 엔씨소프트를 경영하는 윤 교수가 인간 중심 AI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한 배경은 그가 AI 사업을 선도해온 데 있다. 윤 교수는 2011년 사내 AI 센터 설립을 주도했고 AI 연구 개발 조직을 확대해, 현재 게임 AI 등 5개 연구실(Lab)을 운영하고 있다.

윤 교수가 미국 체류 중인 관계로 청중들은 이삼봉홀에서 줌(Zoom)을 통해 실시간 송출 방식으로 강연을 들었다. 특강의 청중은 AI융합학부 인공지능전공 학부생과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생을 포함한 다양한 전공의 재학생 약 100명으로 구성됐다. AI 기술 자체보다 AI가 초래하는 광범위한 사회적 이슈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 것이 본 강연의 특징이다.

14일 오전10시 경 ECC 이삼봉홀에서 AI융합학부 윤송이 명예석좌교수의 특강이 줌(zoom)을 통한 실시간 송출 방식으로 진행됐다. <strong>김혜원 사진기자
14일 오전10시 경 ECC 이삼봉홀에서 AI융합학부 윤송이 명예석좌교수의 특강이 줌(zoom)을 통한 실시간 송출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혜원 사진기자

특강은 신경식 대외부총장의 환영사로 막을 열었다. 신 대외부총장은 “2023년부터 AI융합학부 인공지능전공이 인공지능대학으로 승격되고 AI융합학부에 데이터사이언스 전공이 추가될 예정”이라며 “2022년 하반기엔 인공지능 연구소를 학교에 설립할 계획인 만큼, 영향력이 커진 인공지능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는 기대감을 전했다.

윤 교수는 공학도가 AI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할 때 윤리적 시선이 수반돼야 함을 설명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윤리적 AI 기술의 사례로 엔씨소프트에서 개발한 AI 번역 기술 서비스를 제시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게이머들 간의 소통을 위해 실시간으로 채팅을 번역하는 기술이다. 윤 교수는 “외국인에 대한 정치 용어나 비하 표현 등은 기계가 번역하지 않도록 설정했다”며 “문장의 의도는 전달하되 비하적인 느낌을 주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편견을 심화하는 AI 기술을 경계할 것을 강조했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글로벌 IT 기업 ‘아마존’(Amazon)의 인공지능 채용 프로그램이 관련 사례로 등장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당시 사전 적용 결과 남성 지원자가 여성 지원자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게 하는 ‘젠더 편향’을 일으켜 폐기된 바 있다. 이에 윤 교수는 “기업에서 높은 성과와 좋은 평가를 얻은 직원들에 대해 축적된 데이터가 반영돼 발생한 문제”라며 “아마존 전체 직원 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개발 직군에서 남성 직원이 여성 직원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편향을 초래했다”고 해석했다.

윤 교수는 AI 기술 역시 인간의 산물인 만큼 AI가 생산한 사회적 편견도 인간의 가치관에 기인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I에 나타난 사회적 차별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들은 인간이 나서서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간 중심 AI 기술’을 개발하고자 노력하는 방향이 추구돼야 함을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AI 기술에 서려 있는 편견을 해결하기 위해 이화인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제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공학을 전공하는 여학생의 비율은 학과에서 약 3%에 불과했다”며 “공학을 전공해 취업하더라도 책임자나 관리자로 승진하는 여성의 비율은 높지 않다”는 여성 공학도의 녹록지 않은 처지를 언급했다.

수많은 유수 기업을 거쳐 현재 게임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윤 교수도 여성 경영인으로서 성 불평등을 체감한 것은 마찬가지다. 기존 대다수의 게임에서 영웅으로 묘사되는 남성 캐릭터와 달리 주로 나약하게 그려지곤 했던 여성 캐릭터를 본 그는 “남성 영웅 캐릭터의 수만큼 여성 영웅 캐릭터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이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해야 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여성으로서, 당연하다고 여겨져야 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왜 좋은지 설명해야만 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러한 질문에 잘 대답할 수 있는 여러분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특강을 들은 김수진(인공지능·22)씨는 “교수님께서 미래의 인공지능전문가가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을 알려주셨다”며 “과학과 윤리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됐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하경(컴공·18)씨는 “윤 교수는 학계뿐만 아니라 산업계에도 깊게 몸담아온 분”이라며 “기업인으로서 활약한 경험을 다양한 전공의 재학생들에게 많이 전수해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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