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활동이 늘어나며 학생문화관(학문관)이 다시금 북적이고 있다. 학생들은 생활협동조합(생협)에 들렀다 강의실로 향하거나, 라운지에서 강의를 듣거나, 소파에서 쪽잠을 청하기도 한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학문관에 머무르는 인원이 많아지며 학문관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증가하고 있다. 본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실태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생문화관 1층 엘리베이터 앞 쓰레기통 <strong>김지원 사진기자
학생문화관 1층 엘리베이터 앞 쓰레기통 김지원 사진기자

갈 곳 잃은 플라스틱 쓰레기

B1층부터 5층까지 학문관의 쓰레기통 개수는 36개로, 이 중 분리배출이 가능한 쓰레기통은 7개뿐이다. 분리배출이 가능한 폐기물의 종류도 제한적이다. 두 칸으로 나눠진 분리수거용 쓰레기통에는 각각 ‘일반쓰레기’, ‘병/캔류’만이 표기돼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따로 배출할 공간은 없는 것이다.

조진영(국문학 전공 석사과정)씨는 2019년부터 2년간 학문관에서 공부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부터는 학문관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해 식사를 해결하곤 했다. 조씨는 “습관적으로 배달 음식 용기 내 이물질을 제거하고 버렸다”며 “그럼에도 용기가 재활용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반쓰레기와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 함께 수거되는 것을 지속적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동아리 활동과 자습을 위해 학문관을 방문하는 이혜인(문정·20)씨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집에서만큼 깨끗하게 처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배달 음식 용기가 음식물이 묻은 채로 버려진 경우도 많이 봤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재활용이 제한되는 것은 배달 음식 용기뿐만이 아니다. 본교 중앙환경동아리 ‘E-cube(이큐브)’는 학문관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쓰레기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꼽았다. 생협이나 교외 카페에서 음료를 포장해 오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배달 음식 용기, 일회용 컵을 비롯한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두 칸에 섞여 버려지거나 쓰레기통 위에 방치된다.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들이 일반쓰레기용인 둥근 철제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려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현 상황에 적합한 해결책은

이큐브는 문제의 원인으로 분리배출 쓰레기통이 개수가 부족한 점과 한 층에 하나씩 있어 접근성이 낮다는 점을 제시했다. 조씨 또한 “체계적인 분리배출이 가능하도록 쓰레기통 구조를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본교의 입장은 회의적이다. 본교 총무처 총무팀 관계자는 “위생 문제로 쓰레기통 신설은 어렵다”며 “분리배출 쓰레기통을 다양화하더라도 완벽히 분리수거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학문관 청소노동자 김순자(68·여·서울 마포구)씨는 “애초에 학생들이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해서 버리는 것 자체가 어렵다” 며 플라스틱 쓰레기통 신설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플라스틱 쓰레기통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영현(중문·17)씨는 “분리 작업이 나중에 이뤄지는 시스템이란 걸 인식한 순간부터 분리수거에 안일해졌다”고 고백했다. 현재 본교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청소노동자의 손을 거쳐 폐기물 처리 업체 ‘녹색사람들’에서 분류 및 처리된다.

문씨는 “분리수거 시스템을 세분화하는 것만으로 학생들로 하여금 분리수거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할 수 있다”며 “본교가 왜 현재의 분리수거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플라스틱 쓰레기통 신설은 분명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학생들의 인식 개선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큐브는 “일회용 컵 속 내용물을 분리하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며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큐브는 분리배출 순서를 그림으로 그려 쓰레기통 앞에 붙이거나, 양심 거울을 부착해 올바른 분리수거를 유도하는 등의 방법을 제안했다. 총무팀 관계자는 “남은 음료는 통에 따로 비운다는 원칙이 시험 기간만 돼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전반적인 인식 개선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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