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 터진 짜장면, 채 썰린 양배추, 소스에 엉겨 붙은 탕수육이 싱크대까지 넘쳤다. 음식물 수거통에서 나온 물은 싱크대를 타고 배수구까지 흐른다. 음식물에 막힌 배수구는 물을 내려보내지 못했다. 시큼한 악취가 풍겨오는 한우리집 C동 1층 새참방 싱크대다.

코로나19 여파로 음식 배달 빈도가 증가하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비롯한 음식물 쓰레기가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을 통한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022년 7월 기준 224만9555건으로 2019년 동월 대비 142만640건 증가했다. 하지만 늘어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이 충분하지 않아 학생과 청소노동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 겪는 학생들

교내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숙사가 대표적이다. 한우리집 사생 전유진(국제사무·21)씨는 음식물 수거통이 작아 설거지를 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 전씨는 “음식물을 버릴 자리가 부족해 배수구에도 음식물이 찬다”며 “막힌 배수구로 홍수가 일어난 것처럼 싱크대 물이 범람한다”고 말했다.

음식물 처리가 곤란한 것은 기숙사뿐만이 아니다. 학생문화관(학문관) 동아리방에서 음식을 먹은 김우정(경제·19)씨는 “학문관의 음식물 수거통은 물버림통 위에 바구니가 얹혀 있는 형태에 불과해 많은 잔여 음식물을 수용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ECC에서 음식을 섭취한 적 있는 김세현(불문·20)씨는 “음식물이 많이 남았지만 버릴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아 화장실 변기에 버릴 생각도 했다”며 “변기가 막힐까 걱정이 돼 잔반을 집까지 가져가서 처리했다”고 말했다.

한편 교내 음식물 처리 방법을 몰라 불편을 겪는 학생도 있다. 이상희(철학·20)씨는 “밖에서 음식을 포장해 학교 안에서 먹거나 도시락을 싸 먹을 때 남은 음식물을 처리할 수 있는 곳이 어딘지 잘 몰라 곤란했다”고 전했다. 음식물을 버릴 만한 곳을 찾지 못한 이씨는 “음식물을 처리하기 곤란해 배고파도 가급적 교내에서 음식을 먹지 않으려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널브러진 음식물 쓰레기, 음식물 처리 공간 부족이 원인

추석을 막 지난 12일 학문관은 상한 음식물 쓰레기 냄새로 진동했다. 학문관에는 7.2L 용량의 물버림통 위에 바구니를 올린 형태의 음식물 수거통이 층별로 있다. 하지만 수거통 용량이 작은 탓에 학생들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모두 수용할 수는 없었다.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 찬 5층 학문관 음식물 수거통 옆에는 2~3인분의 음식이 들어갈 법한 큰 플라스틱 용기가 9개 쌓여 있었다. 용기 안에는 남은 음식이 있었지만, 수거통이 이미 가득 차 처리하지 못한 상태였다.

일회용품과 음식물이 쌓인 학생문화관 5층 쓰레기통 <strong>김지원 기자
일회용품과 음식물이 쌓인 학생문화관 5층 쓰레기통 김지원 기자

일부 건물의 문제가 아니다. 포스코관(포관)에는 음식물을 버릴 공간이 B1층 식당 1개뿐이다. 쓰레기통 위에 물버림통이 있음에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적게는 3~4개에서 많게는 15개 이상 놓여 있다. 상대적으로 유동 인구가 적은 포관 연구동 2층부터 6층은 물버림통조차 없었다. 이로 인해 포관 연구동 쓰레기통 위에는 음료가 남아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음식물이 들어있는 컵라면 용기 등이 겹쳐져 방치됐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공간이 부족한 건 ECC도 마찬가지다. ECC에는 상점, 이벤트홀, 영화관, 휘트니스 센터 등 여러 문화시설 및 상업시설이 있어 유동 인구가 많다. 하지만 음식물을 버릴 수 있는 곳은 지하 주차장을 제외하고 B4층 동관 단 한 곳뿐이다. 음식물을 버릴 공간이 많지 않은 탓에 단무지가 든 플라스틱 용기가 일반쓰레기통에 버려져 있거나, 음식물이 들어있는 배달 봉투가 쓰레기통 위에 통째로 올라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청소노동자에 전가되는 부담

처리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아무 곳에나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온전히 청소노동자들의 책임이 됐다. 한우리집 A동 청소노동자 ㄱ씨는 “매일 여러 번 비워도 아침마다 음식물 수거통에 음식물이 한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음식물 수거통에서 흘러넘치는 국물이나 악취로 인해 학생들의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문제를 인지한 기숙사 행정실은 물기가 없는 음식물을 따로 분리해서 버릴 수 있도록 사생들에게 지도했다. 행정실의 지도 이후 민원이 줄었지만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는 많이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ECC에서 대형 행사가 진행될 때 음식물 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이다. ECC 동관 청소노동자 오세숙씨는 특히 “대형 행사에서 빵이나 도시락을 나눠주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가 문제”라고 말했다. 오씨는 “행사 주최 측이 남은 음식물을 어디 버릴지 몰라 아무 데나 버려놓는다”며 “이건 결국 청소하는 사람들이 다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CC B5층 주차장 구석에는 음식물을 버리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지 않으면 쓰레기 운송업체는 가져가지 않는다. 일반 비닐봉지에 버려진 음식물은 계속 방치된다. 방치된 음식물이 터지면 치우는 일은 오롯이 청소 노동자들의 몫이다. 오씨는 “여름에는 음식물 쓰레기 악취가 주차장에 퍼진다”며 “행사를 하면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사실을 학교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어 오씨는 “앞으로 ECC에서 큰 행사가 열릴 때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법을 본교에서 잘 안내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종량제 봉투만 버릴 수 있는 ECC B5 쓰레기 수거 공간 <strong>조예별 기자
종량제 봉투만 버릴 수 있는 ECC B5 쓰레기 수거 공간 조예별 기자

 

쌓여가는 음식물, 학교는 어떻게 대처하나

총무처 총무팀 관계자는 음식물 수거통 비치 여부가 건물별로 상이한 것에 대해 “교내 건물별 구조 및 구성원 이동 동선, 폐기물 배출 동선이 달라 음식물 수거통 위치 동일화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총무처 총무팀은 교내 음식물 처리를 위해 여러 시도를 했으나 결과는 미미했다고 전했다. 일부 단과대학 건물에 관리 부서가 시범적으로 음식물 수거통을 설치한 적 있으나 총무처 총무팀은 “음식물 수거통이 있어도 잔반을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가 많고, 음식물 수거통 근처 악취 문제에 대한 민원도 제기됐다”는 사정을 전했다. 음식물 처리기 도입도 고려했지만 “음식물 건조 시간이 수 시간 이상 소요되고 가동을 시작하면 실시간으로 쓰레기를 투입하기 어렵다”며 전면 설치가 적절치 않은 이유를 밝혔다.

향후 교내 음식물 처리를 위해 총무처 총무팀은 새로운 방안을 추진 중이다. 총무처 총무팀 관계자는 “가능하면 올해 음식물 수거통을 대량 구매해 교내 주요 이동 동선에 비치할 예정”이라며 “효과적 폐기물 배출을 위해 관계 부서 및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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