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21년 3월 취임한 제17대 김은미 총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3년을 위한 청사진을 구상 중인 김 총장을 23일 본관에서 만났다.

 

본지와 EUBS, 이화보이스의 합동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은미 총장 <strong>제공=이화보이스
본지와 EUBS, 이화보이스의 합동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은미 총장 제공=이화보이스

취임 1주년을 맞은 소회가 궁금하다. 지난 1년간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온 일은 무엇인가

‘벌써 일 년이 돼 4년 임기 중 4분의 1이 지났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1년간은 창립기념식에서 선포한 ‘Ewha Vision 2030+’의 다섯 가지 목표와 관련해 각 목표를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뒀다.

첫 번째 목표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 가는 것이었다. 학부와 함께 대학원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해 93.3%라는 근 10년간 가장 높은 일반 대학원 충원율을 기록했다. 교내 약 20개의 연구팀들을 국제적으로 저명한 팀으로 만들고자 ‘프론티어 10-10’ 사업도 실시했다. 현재 6개 팀 정도가 예비 선정됐고, 내년 초까지 약 20개의 팀을 키우려고 한다. 이런 지표들이 공개되면서 중앙일보 대학 평가 순위에서 직전 순위보다 두 단계 올라간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0년 동안 동결됐던 연구비도 10% 이상 증액됐다.

두 번째로는 디지털 혁신 시대에서 본교의 교육 플랫폼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고, ‘더 베스트’(THE BEST)라는 고유한 교육 모델을 만들어 시범 운영 중이다. AI융합학부 및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도 신설됐다.

세 번째 목표는 학생 지원 강화였다. 학생상담센터를 강화하고 챗봇 서비스인 채티(Chat-E)도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필요시에 이대목동병원과 이대서울병원에서 정신과 상담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시스템도 새롭게 갖췄다.

네 번째는 행정과 재정의 건전성 강화로, 연구비를 더 많이 확보하고 기부금을 활성화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

마지막은 공감과 배려의 이화 문화 확산이라는 목표다. 이 목표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약을 맺어 장애인 근로자를 본교에서 고용하게 됐다. 또, 디올과 파트너십을 맺어 디올과 본교가 함께 추구하고 있는 여성 역량 강화 및 친환경적인 발전과 관련한 사업을 함께하며 이화의 가치와 문화를 확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화형 교육 모델 구축이 목표

산학 협력에 박차 가할 것

인재개발원·상담센터 강화 준비 중

최근 마련된 Ewha Safe Station(ESS)이 호응을 얻고 있다. ESS가 설치되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약속된 10만 회분이 모두 소진된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ESS 설치와 관련한 논의가 시작된 계기는 2021년 미국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로 출장을 가게 되면서다. 학교에 가보니 학생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신속항원검사를 받아 교내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 충격을 받고 원활한 검사의 필요성을 느껴 학교 내에서 안전하게 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했다. 마침 2021년 11월 말 씨젠 의료재단에서 본교 측에 기부금을 전달할 일이 있었고, 이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씨젠 측에 코로나19 검사 시설을 지원해줄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사실 처음에는 한 달 정도 시범 운영만 할 예정이라고 했었으나, 씨젠 측에서는 본교에 기부를 통해 학생들이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본교는 씨젠의 연구를 돕기로 해 협상이 2월 초에 마무리됐다.

씨젠에서 기부한 10만 회분은 약 6개월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때쯤이면 검사 필요성이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곤 있는데, 만약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된다면 씨젠 혹은 다른 의료재단과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온∙오프라인이 융합된 교육모델을 발표한 바 있고, 이번 학기 시범적으로 융합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방식의 교육모델이 실제 학생들의 성장과 배움에 어떤 효과를 거두리라고 기대하나

이제는 단순히 ‘교육’이 아닌 ‘배움’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학생 입장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교육 상황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식을 어떻게 융합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느낀다. 한 학기에 약 2500개의 강좌가 이뤄지는데, 그중 약 10%에 해당하는 230개 강좌가 융합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배움’이 증진되고, 본교만의 교육 모델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교과 과정뿐만 아니라 비교과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대학 생활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문제 해결 능력 등을 기르는 과정에서 비교과 과정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교과 영역도 앞으로의 연구, 그리고 학생들과의 면담을 통해 피드백을 받아 가면서 이화형 교육 모델인 ‘더 베스트’(THE BEST)에서 함께 구축해 나가려 한다.

 

효율성을 위한 디지털 전환도 필요하지만 여전히 대면 수업에서 이뤄지는 상호작용을 갈구하는 학생들도 많다. 걱정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많은 대학이 대면 수업을 재개하고 있는데, 생각 중인 수업 정상화 시점과 방안이 궁금하다

사실 이번 2022년 1학기부터 정상화를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면 수업이 어려운 경우를 고려해 비대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했다. 건강과 안전을 담보하는 시설을 최대한 확보, 준비해놓는 것이 대면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굉장히 중요한 단계라고 봤기 때문에 ESS를 정말 열심히 준비하기도 했다. 그래서 2022년 1학기가 정상화의 1단계라고 보고 있는데, 학생들이 거의 다 돌아와서 현장에서 수업이 이뤄지는 것은 가을학기부터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한다. 하루빨리 교과 과정을 넘어 동아리, 선후배 모임과 같은 활동과 아름다운 본교의 캠퍼스를 학생들이 즐길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최근 디올과의 파트너십 체결을 반기는 학생들이 많다. 이와 같은 본교의 산학협력에 관한 비전과 추후 계획은

디올 파트너십의 경우 디올이 먼저 본교 측에 제안을 해왔다. 디올이 이화가 지향하는 가치에 이미 매우 공감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머뭇거렸으나 만남을 거듭하면서 디올에서 여성 리더십 역량 강화를 위한 활동을 여럿 진행한 것, 친환경 및 지속가능성에 관한 디올 측의 생각, 그리고 본교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됐다.

산학협력에 관한 것은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다. 한 예로는 방글라데시의 아시아여성대학(Asian University for Women)이 있다. 해당 지역에는 여자 대학이 없어,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방글라데시 변호사가 아시아에 본교와 같은 대학을 하나 더 만들고 싶다고 해 1990년대 말부터 함께 협력해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사회도 합류하게 됐다.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우리보다도 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의미 있는 노력을 학생들도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2021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고시 지원이나 취·창업 지원을 강화한 뒤, 심리 지원까지 도와 총체적인 학생 케어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준비 중이거나 진행 중인 사업이 있나

먼저 고시 지원의 경우, 2021년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고시반을 운영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따라서 특정 고시반은 기존에 책정된 예산을 기자재 구입이나 멘토링 지원의 방향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현재 인재개발원에서는 공기업과 관련해서도 더 많은 지원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학부 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원 학생들에게도 지원을 강화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그리고 2021년 가을부터 심리학과 교수님께서 학생상담센터 소장을 맡아주시면서 시스템이 강화돼 상담 선생님 수와 상담 시간이 늘어났다. 외국인 학생들의 상담을 위한 상담 선생님도 모집하려 한다. 또 학생들이 우울함을 느끼거나 자기 마음을 털어놓고 싶을 때 이용 가능한 상담 기능을 통합학생관리시스템에 탑재하려고 준비 중이다.

 

인터뷰에 임하는 김은미 총장 <strong>제공=이화보이스
인터뷰에 임하는 김은미 총장 제공=이화보이스

 

연구 경쟁력으로 내실 갖출 것

인간 중심 AI 분야 키우고파

인문·예체능도 활성화하겠다

대외이미지 및 입결에 관한 온라인 악성 게시물, 루머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여전히 많다. 근본적인 원인과 해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학생들의 포스트잇 요구 이후 학사부총장을 중심으로 학생처장, 입학처장, 홍보실, 요구를 정리해서 보내준 학생 대표,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모여 TF(Task Force)를 구성했다. 학생들과 파트너가 돼 의견을 듣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학교 측에서 평판도를 올리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를 더 잘 알릴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국내외 평판을 제고하기 위해 우리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더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홍보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학이 내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연구 경쟁력 및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AI융합학부가 새로 출범했고, 연구 지원체계인 ‘프론티어 10-10’ 사업단도 최종 선정됐다. 어떤 사업단이 선정됐는지, 그리고 이러한 혁신을 통해 그려나가고자 하는 4차 산업혁명 속 이화의 발전 방향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현재 6개 사업단이 예비 선정 단계에 있다. 선정된 사업단이 4월 초에는 발표될 예정이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이공계만이 아니라 인문사회를 포함해 학교 전체를 폭넓게 아우르고 여러 분야를 다 존중하려 했다는 것이다.

AI 분야를 키우겠다고 하면 이공계에 치우친다는 오해를 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타대는 AI와 관련해 공대의 컴퓨터 공학 관련 분야, 초중등 교육에 활용되는 AI기술처럼 AI를 응용하고 융합하는 분야를 주로 다룬다. 하지만 본교는 또 다른 영역, 바로 ‘인간 중심 AI’와 관련한 영역도 꼭 다루려고 한다. 특히 그중에서 젠더 부분에 관심이 많다. 젠더 불평등을 고스란히 학습해 논란이 된 이루다 챗봇 사건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알고리즘 학습을 통해 젠더 불평등이 오히려 지속되고 있는 상황인데, 젠더 감수성을 갖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연구를 이화가 안 하면 누가 하겠는가.

 

한편으로는 혁신사업에 자원이 몰리면서 이화가 전통적으로 강한 인문계열, 예체능계열 등에 상 대적으로 소홀해지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본교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토대를 구축하고자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가장 먼저 ‘프론티어 10-10’ 사업에서 인문사회뿐만 아니라 예체능 영역까지 다 아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프라와 관련해서는,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지원비를 받아 낙후된 환경이 특히 많았던 조예대를 비롯해 학교 곳곳의 교육 시설을 개선하고 있다. 또 취임 이후 ‘ICT 마스터 플랜’을 만들어 학교의 네트워크 문제를 살폈다. 사이버 캠퍼스와 메일 등의 서버 불안정성, 저장 용량 등에 관해 2021년부터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조사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해 지금 마무리 단계에 있다. 총장이라면 학교 전체를 보고 다 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단과대 뿐만 아니라 위치상으로는 거리가 있는 의과대학과 두 병원까지도 하나로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다니며 노력하고 있다.

 

현재 20대 젊은 층에선 젠더갈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화가 지금의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과 존재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136년 전 이화가 처음 생겼을 때와 비교하면 여성에 대한 법적인 지위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많이 개선됐다고 본다. 하지만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한국의 성 격차 지수 순위는 156개국 중 102위고 국회의원 중 여성 의원의 비율은 19%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환경이라면 이화가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느낀다.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없어질 때까지는 활동해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외부 사람들이 “이대는 남녀공학 안 해요?”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러한 질문에 이전 총장님들은 “국회 남녀 비율이 50:50 되면 그때 다시 와봐. 그때 내가 한 번 고민해볼게.”라고 대답하셨다고 한다. 같은 생각이다. 아직은 이화의 소명이 남아 있다. 다만,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눌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본교 교수진의 남녀 비율은 예전부터 거의 50:50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별히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절차로 우수한 사람을 발굴해 뽑았더니 이런 비율이 나온 것이다. 본교는 학생들이 특정 젠더 역할에 갇히지 않는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리더는 모든 일을 다 알고 모든 경험을 한 사람이 있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일을 다 경험해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남학생이 없는 환경에서 다양한 역할을 배우고 습득할 수 있는 본교는 이에 최적화돼있다. 따라서 이화는 여성 역량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대학이고 그 소명을 다할 것이다. 아직은 끝낼 수 없다.

 

남은 3년의 임기에 임하는 다짐과 이화 구성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 년 전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때 이화가 활력이 넘치는 학교가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본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 중 하나지만, 더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활발한 학교가 되길 바란다. 그러한 학교가 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학생들에게는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려울지라도 그냥 제일 하고 싶은 것, 나에게 제일 의미 있는 것을 고민하라고 말하고 싶다. 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해보자’ 하는 포부를 갖고 꿈을 높고 크게 가졌으면 한다. 이화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어떻게든 도울 것이다. 환경이 꿈을 재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흔히 쓰는 ‘role model’이란 표현보다는 ‘없는 길을 만드는, 길을 닦는 사람’이라는 뜻의 ‘trailblazer’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 여전히 ‘여성 1호’인 분야가 남아 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자기가 도전하고 싶은 분야에서 처음이 되는 것도 멋질 것 같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