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본교는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2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 터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들을 소개하려 한다. 1628호에서는 특수교육공학연구팀을 이끄는 이영선 교수와 함께 “디지털 혁명과 팬데믹 시대의 포용적 사회"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특수교육공학 연구팀을 이끄는 이영선 교수. 김지원 사진기자
특수교육공학 연구팀을 이끄는 이영선 교수. 김지원 사진기자

원격강의, 재택근무, 스마트홈.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타격 앞에 사람들은 생존이라는 제 1의 가치를 위해 물리적 단절을 택했다. 그리고, 그 공백은 새로운 기술이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변화는 평등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기술은 모두를 위한 혁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 하는 이유가 많아질수록 장애인, 노인과 같은 집단은 소외돼 갔다. 하지만 문제점이 드러났기에 오히려 빠르게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사회참여를 위해 사회과학과 공학의 연구자들이 모여 융합적인 차원의 해결책을 제공하려는 본교의 특수교육공학 연구팀이다. 모두를 위한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 체계 구축을 꿈꾸는 이들의 연구는 2021 인문사회분야 사회과학연구지원사업까지 선정되며 그 연구 가치를 증명받았다. 이를 이끄는 본교 특수교육과 이영선 교수와 화상 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만났다.

 

변할 수 밖에 없는 사회, 오히려 기회

“상황이 생겨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코로나 사태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교수는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원격교육을 비롯한 생활의 많은 면에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이 진입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3~4년 전부터 디지털 혁명과 4차 산업혁명 아이디어 형태로 제기돼 온 기술들은 코로나라는 불가피한 이유를 만나 동시다발적으로 상용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공장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식당 종업원이 기계로 대체됐고 편의점은 무인화가 진행 중이다. 복지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중증 장애인 대상 인력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치료, 교육시설이 폐쇄됐다. 그리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를 대체하려는 노력이 그 틈을 비집기 시작했다. 스마트홈,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비대면 수업 등이 그 예시다.

한꺼번에 모든 변화가 쏟아져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변화했기 때문에 기술이 장애인에게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연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시각장애인이 평생 키오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는 등장하지 못할 것이다”라며 어려움이 제공하는 새로운 비전을 이야기했다.

“내몰렸기 때문에 이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요. 만약 찾는다면 기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로 자리 잡는 거죠.”

더불어 비대면의 보편화나 무인 응대의 상용화 같은 생활양식의 총체적 변화를 통해 연구자는 장애인들의 요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면적인 변화 아래 생기는 다양한 상황들은 좀 더 통합된 사회로 진입하는 데에 참고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특수한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닌 모두를 위한 특수교육공학

이 교수는 “장애인에게 포용적인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선 특수교육공학에 대한 시각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 교육, 공학. 세 가지 단어의 합성어는 마치 세 집단의 교집합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한다면 이는 세 분야의 연장선이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오직 장애를 위한 공학으로 제한하면 너무 특수한 분야가 돼버려요. 하지만 삶의 질을 위한 공학이나 특수교육공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공학 전문가들이 장애인만을 위한 전문가는 아니거든요.”

미국과 같이 장애인 인구가 많고 관련 사업이 활발한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장애인을 극소수로 간주할 뿐만 아니라 특수교육공학을 ‘장애인만을 위한’ 무언가로 인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소수인 장애인만을 소비자로 제한시키면 관련 기술 개발은 뒷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이 교수는 한국은 이미 일반적 분야에서 뛰어난 공학적 접근이라는 강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개발뿐만 아니라 기존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 또한 특수교육공학의 분야에 포함된다”며 기존의 우수한 접근으로 장애인 문제를 바라본다면 더 많은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치 자는 동안 뒤척임을 감지하는 침대에 자율주행 자동차에 사용되는 기술이 활용되는 것처럼, 비장애인을 위한 기술도 장애인을 위한 지원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 교수는 기술의 설계 단계에 있어 사람 중심성을 강조했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사용자로 고려하느냐에 따라 시스템 제작과정은 복잡해질 수 있지만, 훨씬 포용적인 기술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태도는 장애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장애인을 포용하는 것을 시혜적인 일회성 행동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느끼고 있는 불편함에 대해 조금의 예민함을 더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많은 것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디지털 혁명에서 인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경험하는 불편함은 노년기에 접어든 고령인구가 경험하는 불편함과 비슷하다. 결국 기술을 개발하고 사회적 지원체계를 확립하는 것은 장애인만을 위한 ‘특수한' 영역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영역이 된다.

“‘너는 몸이 불편하니 장애인 문을 달아줄게’가 아니에요. 애초에 문이 넓었다면, 자동으로 열리는 문이라면 휠체어를 타는 사람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미는 엄마도, 커다란 트렁크를 든 사람도 다 편할 수 있거든요.”

예민함을 문제의식으로, 문제의식을 건설적인 해결책으로 도출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위해 이 교수는 다양한 문제에 부딪히고 해결하며 연습의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향한 관심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친구를 겪어보면서 그 안에서 문제와 해결을 찾아볼 수 있는, 그런 연습을 해볼 수 있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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