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가 이상 설계설부터 호그와트까지

학관 1층과 3층을 바로 연결하는 경사로. 사진=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학관 1층과 3층을 바로 연결하는 경사로. 사진=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학관에서 길을 잃었어요”

“수업 늦었는데 203호를 못 찾겠어요”

새내기가 들어오는 3월이면 어김없이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이다. 신입생에게 학관은 정복하기 쉽지 않은 건물이다. 2층 강의실에 가기 위해 1층 경사로를 올라가면 바로 3층이 나오는 기이한 구조 때문이다.

미로 같은 구조 때문인지 과거 본교생 사이에서는 학관 설계자가 문학가 이상(李箱)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문학계에서 난해함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그가 이 복잡한 구조를 설계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당시 소문의 파급력 때문에 본지가 소문의 진실을 파악하려 나서기도 했다. 본지 1227호(2003년 9월8일자)에 따르면 이 소문은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학관은 1960년에 공사를 시작해 1964년에 완공됐지만, 이상은 그로부터 23년 전인 1937년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인사과 교직원 기록에서도 이상이 본교에 재직했다는 사실을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이화인들이 학관의 구조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라졌다. 최근 본교생 사이에서는 학관이 ‘이그와트’라 불린다. ‘이그와트’는 이화여대와 영화 ‘해리포터’ 속 마법학교 이름인 호그와트(Hogwarts)의 합성어다. 학관의 신비한 층 연결 구조가 영화 속 호그와트 계단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이 별명을 이용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인문과학대학(인문대)에서는 호그와트를 주제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인문대 대표들은 호그와트 내 각 기숙사 교복을 입고 새내기들을 맞이했다. 인문대 학생회는 “이전부터 2층 없이 1층과 3층이 연결되는 학관 구조가 영화 속 마법의 공간처럼 느껴진다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신입생에게 친근하게 학관을 소개하기 위해 ‘해리포터’를 주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서늘한 학관의 분위기 탓에 학생들 사이에서 여러 괴담이 전해져 내려오기도 했다.

김민주(불문·17)씨는 전공 수업에서 학관 5층을 지나다니는 ‘또각 귀신’ 이야기를 들었다. 김씨는 “교수님이 학부생 시절 아무도 없는 학관 5층 통로에서 구두 또각거리는 소리를 들은 경험담을 말해주셨다”라며 “학관이 스산하다고 생각했는데 괴담을 듣고는 해당 층에 더더욱 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2010년대 초에는 학관 내 ‘아이스 드래곤’이 존재한다는 설도 돌았다. 학관 지하 깊은 곳에 추운 입김을 뿜는 용이 산다는 것이다. 겨울에는 물론이고 여름에조차 서늘한 학관의 특징 때문에 생겨난 소문으로 보인다.

본교 공식 소셜미디어 ‘이화여자대학교 블로그’에서도 2015년 학관의 아이스 드래곤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해당 게시물에서는 “소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학관 지하에 내려가 봤지만, 인문대 과방만 줄지어 있을 뿐 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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