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관의 재건축이 시작됐다. 지어진 지 57년 만이다. 긴 시간 동안 본교를 지킨 학관은 많은 이화인에게 건축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학관을 잠시 떠나보내며 이화인과 함께해 온 학관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1960년대 학관 모습으로 추정된다. 제공=이화역사관
1960년대 학관 모습으로 추정된다. 제공=이화역사관

 

‘인간 공장’으로 불리던 학관

학관은 1960년대에 지어졌다. 당시는 전쟁 이후 늘어난 학생 수를 수용할 수업 공간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1961년 본교 학생 수는 8421명으로, 10년 전보다 약 4배 증가한 수치다.

학생 수의 급격한 증가로 강의실이 모자랐던 본교는 부족한 재정자금에도 불구하고 1960년 8월8일 학관 신축에 착수했다. 본교 건물들의 건축 역사를 담은 책 「이화(梨花)의 뒤안길」은 “학관 건립을 위한 자금 사정이 순조롭지 못해 미국에서 모금된 원조금과 일부 학교 예산으로 공사를 착수했다”고 서술한다. 미국에서 자금을 지원받았기에 학관의 초기 명칭은 한미학관(Korean-American Hall)이었다.

학관 공사는 1961년 3월13일에 마무리됐다. 첫 완공 당시 학관은 현재의  ‘ㄱ자형’이 아닌  ‘일자형’이었다. 그러나 건물이 도로와 인접해 발생하는 소음 문제와 공간 확충을 이유로 4차례의 추가 공사가 진행됐다.

추가 공사 동안에는 외부 소음 차단을 위해 노력했다. 또 강의실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경사로에 계단식 교실을 짓고 조립형 의자와 책상을 갖췄다.

그렇게 5번의 공사를 거쳐 1964년 8월16일 학관은 지금의 형태인 ㄱ자형 구조로 완공됐다. 완공 당시 학관은 본교 최초의 대형건물이었다. 큰 규모 덕에 많은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어 ‘인간 공장’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학관의 출입문과 화단도 수용인원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출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5개의  출입문을 만들었고, 화단에 십자로 길을 내 학생들이 가로지를 수 있게 했다. 「이화의 뒤안길」은 “동선을 짧게 하도록 십자로를 중심으로 화단을 꾸몄다”라며 “많은 학생들의 출입을 편리하게 하며 신속히 행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요소들 탓에 학관은 완공 당시 건축미를 무시하고 경제성과 실용성만을 고려한 건물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희로애락 함께하고 재건축되기까지

1980년대 들어 학관은 민주화의 역사를 함께했다. 본지 1583호(2019년 6월3일자)에 실린 기사에서 배외숙(정외·88년졸)씨는 “후문에서 전투경찰과 대립하고 있었는데 전투경찰이 학관까지 들어와 복도에 최루탄을 던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1980년 5월 교수들은 학관 108호에 모여 전두환 독재정권을 규탄하는 시국 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아픈 추억만 함께한 것은 아니었다. 매년 5월 대동제가 열리는 주간이면 학관 앞은 빼곡히 들어선 부스와 학생들로 붐빈다. 음식 판매 부스가 주를 이뤘던 학관 앞에서는 특정 음식을 사 먹기 위해 기다리는 학생들의 줄이 후문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매 학기 인문대 전공 수업과 교양 강의 등도 학관에서 열린다. 교양 수업을 위한 대형강의실 외에도 학관에는 인문극회와 그림탑 등 인문대 동아리방과 학생회실, 과방이 위치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시설 노후화에 대한 여러 우려가 제기됐다. 2011년에 실시한 건물진단 평가에서 학관은 48개 건물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아 재건축 대상 건물로 지정됐다.

2011년 학관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김원진(66·남·경기도 의정부시)씨는 “겨울이면 창틀 사이로 찬바람이 들어와 강의실에는 냉기가 가득했다”고 말했다. 본지 1299호(2006년 11월13일자)는 “매년 인문대 학생회와 전공 대표, 총학생회 선거에서 학관의 난방시설 개선이 공약으로 언급된다”고 전했다.

2017년 6월1일에는 학관에서 물탱크가 파열돼 5층 동아리방, 화장실 등 천장 마감재 일부가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설치된 지 약 18년 된 물탱크의 노후화가 사고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후 해당 물탱크는 철거됐지만 학생들은 사고 재발 가능성에 불안해했다.

여러 차례 보수 공사를 이어오다 본교는 2019년 4월 학관 재건축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 7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본교에 자리를 지켜온 지금의 학관은 새로운 모습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