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식 도시락을 만들어 판매하는 스타트업 ‘어스밀(EARTHMEAL)’의 대표 김수지씨(왼쪽에서 두 번째)와 팀원 허형씨(왼쪽), 박유경씨. 사진=이다현 기자 9421d@ewhain.net
비건식 도시락을 만들어 판매하는 스타트업 ‘어스밀(EARTHMEAL)’의 대표 김수지씨(왼쪽에서 두 번째)와 팀원 허형씨(왼쪽), 박유경씨. 사진=이다현 기자 9421d@ewhain.net

“어디에서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비건식 도시락을 만들고 싶었어요.”

비건식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시락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세상에 없던 비건 간편식 연구소’, 어스밀(EARTHMEAL)이다. 종류도 다양해 입맛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다. 본지는 어스밀을 이끄는 대표 김수지(공디·14)씨, 팀원 허형(16·국문)씨와 박유경(심리·18년졸)씨를 17일 ECC B215호에서 만났다.

지구를 위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지은 브랜드명 ‘EAERTHMEAL’. 비건 도시락을 만드는 브랜드지만, 세 구성원 모두가 비건인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비건을 지향하고 있으며, 허씨는 논비건, 그리고 박씨는 비건이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인 만큼 어스밀은 논비건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주변에 비건이 많았던 김 대표는 자연스레 비건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그의 다짐만큼 비건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기숙사에 혼자 사는 입장에서 비건을 지속하는 게 힘들었어요. 외식이 어려웠고, 다른 사람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불편함을 느꼈죠.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겠다고 생각했어요.”

비건들의 식사에서 공간적 제약을 없애고 싶었던 김 대표는 간편식이 있다면 식사가 보다 편리하겠다는 생각으로 2019년 10월, 창업의 문을 두드렸다.

창업 초반, 김 대표는 동대문구 청년외식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메뉴 개발과 원가 계산 등 창업 멘토링을 받았다. 새롭게 개발한 음식에 대해서는 이화인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열어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2019년 11월, 김 대표는 기존 팀원 두 명과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홈페이지 ‘와디즈’를 통해 콩살두부지짐이, 마라버섯덮밥, 토마토콩함박이라는 세 가지 메뉴의 도시락 ‘그리너리밀(GREENERY MEAL)’을 선보였다. 허씨는 와디즈를 준비할 때 팀에 합류해 메뉴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펀딩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달성률은 3530%였고, 1765만4400원의 금액이 모였다.

“와디즈를 준비하는 4개월 동안 잠도 잘 못 잤어요. 달성률 100%를 넘기지 못하면 제가 주문을 해서라도 퍼센트를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오픈이 되자마자 1000%를 넘겼었어요. 그 상황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놀랍고 좋았죠.”

‘그리너리밀’로 시작했던 어스밀은 현재 알루고비커리, 가지된장덮밥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메뉴 개발은 보통 허씨가 담당한다. 와디즈에서 펀딩했던 고객에게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리뉴얼할 부분을 파악하기도 했다. “관련 전공이나 업무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일을 시작했다 보니, ‘맨 땅에 헤딩’하듯이 먼저 부딪혀 봤어요.”

영양성분도 고려해야 하기에 단백질과 같은 특정 영양 성분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예컨대 이번 신메뉴인 알루고비커리의 경우,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콜리플라워의 비중을 높였다. 또, 새로 개발한 메뉴가 맛이 있다고 해도 생산량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생각해야 하기에 미출시된 제품도 많다.

현재 이들은 친환경 포장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코코넛 미네랄이 함유된 특수한 재질의 포장 용기를 사용한다. 아이스박스나 아이스팩 사용 지양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청 사항이 있어, 완전한 친환경 배송으로의 전환도 고려중이다.

김 대표는 전체적인 운영과 기획, 디자인과 브랜딩을 담당하고 있다. 허씨는 제품 개발과 R&D를, 박씨는 재무나 회계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이들이 모두 어스밀의 초창기 구성원은 아니다. 10월, 박씨가 새로 들어오면서 구성원에 큰 변동이 생겼다. 허씨는 어스밀 팀이 꾸려지고 약 4개월 뒤에 함께하게 됐다. 이로써 원래 김 대표와 식품공학 연구원, 영양사가 함께 운영하던 어스밀 팀을 김 대표와 허씨, 그리고 박씨가 최종적으로 운영하게 됐다. 이들은 추가 인력 없이 요리와 포장, 배송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뿌듯한 순간은 좋은 리뷰가 달릴 때다. “제품을 개발하고, 저희가 만든 음식을 선보이는 일이잖아요. ‘비건식이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어요’라는 리뷰가 있을 때, 정말 행복하죠. 채식에 가지는 선입견 같은 것을 깨는 데에 일조했다는 생각이 들 때 제일 뿌듯해요.”

어스밀에게 이화는 어떤 존재일까. 이들은 모두 비건 사업을 개발하는 데 있어 이화에서의 환경이 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박씨는 교지에 실린 비건 관련 글을 보고 채식을 시작했다. “애초에 이화가 있었기에 비건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행동하는 이화인에 둘러싸여 있던 환경이 큰 영향을 끼쳤죠.”

이들의 목표는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을 만드는 것. “얼마 전에 저희의 비전을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쉽게 실천하는 디자인 그라운드’라고 새롭게 정의했어요. 대중들이 저희의 라이프스타일에 쉽게 다가올 수 있게 하는 일이라면 전부 도전해보고 싶어요. 식품이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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