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축제엔 친구들과 꼭 공원으로 소풍 가기
봄 축제엔 친구들과 꼭 공원으로 소풍 가기
  • 권소정 기자
  • 승인 2019.0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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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소정 특파원(국문·16)<br>​​​​​​​△ 2019년 1학기 핀란드 교환학생
△ 권소정 특파원(국문·16)
△ 2019년 1학기 핀란드 교환학생

헬륨 풍선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 사탕과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상, 캔을 하나씩 들고 잔디밭에 가득 모여 앉은 대학생들. 지난 4월30일 봄이 온 것을 축하하는 ‘바푸’(Vappu) 축제가 열렸다. 핀란드에서 하는 가장 큰 축제 중 하나로 보통 이틀간 삼삼오오 공원에 모여앉아 소풍을 즐긴다. 바푸는 핀란드어로 달의 시작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축제는 5월에만 진행된다. 한산했던 공원과 시내는 여기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살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가득 찼다.

축제 첫날은 대학생이 주축이었다. 학생들은 그들의 대표 의상과도 같은 오버롤(overall)을 입었다. 꼭 야구 잠바와 의미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과별로 색이 다른 이 옷은 상하의가 붙어있는 의상이다. 하지만 상의까지 굳이 입지 않고 보통은 등에 적혀있는 학과가 보이게 접어 소매를 허리에 묶는다. 상의까지 입으면 이상해 보이긴 한다. 바지에 빼곡하게 패치를 붙이는 것도 특징이다. 자신이 참여했던 행사를 나타내는데, 손바느질로 붙이다 보니 같은 오버롤은 한 벌도 없다. 규칙도 많다. 대표적으로는 오버롤을 벗은 채로 세탁하지 않기, 패치는 반드시 손바느질하기, 일주일 중 목요일만 바느질하기 등이 있다. 누가 이걸 다 지키나 싶긴 했는데, 규칙을 듣고도 다른 날 바느질하긴 영 찝찝해서 목요일만 기다리고, 막상 목요일이 되면 귀찮아 다음 주로 미루다 보니 내 오버롤엔 패치가 아직 하나도 없다.

민나 켄트(Minna canth) 동상
민나 켄트(Minna canth) 동상

축제 기간에는 어른 학생 할 것 없이 하얀 학생 모자도 쓰고 다닌다. 핀란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받는다. 보통 행사에서는 오버롤만 입어서 학생 모자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축제 첫날에는 교회공원(Kirkkopuisto) 가운데에 있는 ‘민나 켄트’(Minna Canths) 동상에 학생 모자를 씌우는 행사가 있어 다들 준비해 온 거였다. 켄트는 소설가이자 사회운동가로 여성 인권, 그중에서도 여성 교육에 이바지했다. 모자를 씌운 뒤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부르는 노래를 다 같이 부르기도 했다. 물론 핀란드어라 못 알아듣긴 했지만 몇 백 명의 사람이 같은 모자를 쓰고 빽빽이 동상을 둘러싼 모습 자체만으로도 그사이에 들어가 함께하고 싶었다.

소풍이 진행되는 교회공원(Kirkkopuisto)의 모습. 학생들은 대부분 오버롤(overall)과 흰 학생 모자를 쓰고 있다.
소풍이 진행되는 교회공원(Kirkkopuisto)의 모습. 학생들은 대부분 오버롤(overall)과 흰 학생 모자를 쓰고 있다.

다음날에는 다양한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이날 소풍 장소는 야트막한 언덕(Harju)이었는데 덕분에 공연 관람하듯 퍼레이드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차고에 있던 오래된 모델을 타고 나와 천천히 도로를 주행하거나, 학생 모자를 쓰고 노래를 부르며 줄지어 걷기도 하고, 악단이 연주하며 지나가기도 했다.

이외의 축제 첫날 대부분은 잔디밭에 앉아 먹고 마시며 서로 떠드는 게 전부였다. 마시는 쪽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밤이 될수록 점점 떠들썩해졌고 바(bar)와 클럽, 심지어 공원까지도 자정이 훌쩍 넘도록 북적였다.

민나 켄 트(Minna canth) 동상에 학생 모자를 씌우자 그걸 지켜보고 있던 학생들이 전부 같은 모자를 썼다.
민나 켄 트(Minna canth) 동상에 학생 모자를 씌우자 그걸 지켜보고 있던 학생들이 전부 같은 모자를 썼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항상 5월1일에 비가 왔고, 모두가 이걸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매년 비가 왔으면 날짜를 옮기거나 할 법도 한데 꿋꿋하게 진행하고 모두 우산까지 준비해와, 축제를 꼭 진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올해도 역시나 오후 3시부터 비가 왔다. 대부분은 주섬주섬 돗자리를 접었지만, 일부는 우산을 쓰고 계속 자리를 지켰다.

언덕(Harju)에서 바라본 퍼레이드의 모습. 핀란드 국기와 색색의 풍선을 든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고 있다.  제공=본인
언덕(Harju)에서 바라본 퍼레이드의 모습. 핀란드 국기와 색색의 풍선을 든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고 있다. 제공=본인

봄 축제지만, 이 축제와 함께 봄도 끝난다. 날씨 예보도 바푸 전까지는 영상 15도 정도로 누가 봐도 봄 날씨로 나온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부터 아침에는 영하 4도까지 다시 내려가 심지어 눈도 올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진짜 축제 다음날 눈이 하루 종일 왔다. 이 추위가 끝나면 바로 여름이다. 하필 저번 주에 겨울옷을 다 정리해 캐리어에 넣어놨는데 패딩을 다시 꺼내 입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