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지칠 때면 학생 식당에서 저녁까지 해결하기
물가에 지칠 때면 학생 식당에서 저녁까지 해결하기
  • 권소정 기자
  • 승인 2019.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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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소정 특파원(국문·16)<br>​​​​​​​△ 2019년 1학기 핀란드 교환학생
△ 권소정 특파원(국문·16)
△ 2019년 1학기 핀란드 교환학생

햄버거 6유로, 피자 14유로, 케밥 12유로. 한화로 환산하면 각각 약 7500원, 17000원, 15000원. 핀란드에서 외식으로 매 끼니를 해결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이걸 알고도 초반에는 자주 갔었다. 매끼 밥을 직접 해 먹는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고, 요리할 메뉴를 결정하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첫 달, 한국에서는 40만 원 내외로 사용했던 용돈의 정확히 두 배를 썼다.

카드 고지서를 받아들고 이제부터 음식을 만들어보자 결심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물론 마트에서 장보기. 이 때 먹고 싶은 것을 다 사면 안 된다. 처음 장볼 때 넋을 놓고 먹고 싶은 걸 담자 거의 10만 원 가까이 나왔던 게 기억난다. 당시 놀랐지만 그렇다고 다시 내려놓을 용기도 없어 그냥 다음부터 주의하자고 다짐했다.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건 우유(약 천 원), 빵(약 천 오백 원), 감자(1kg에 약 천 원) 등 일부. 감자가 저렴하다 보니 근 한 달 간 찐 감자, 감자 수프, 으깬 감자, 감자전 등이 주식이었다. 그것도 잠시, 어떻게 매번 이렇게 먹나 싶었다.

진짜 문제는 점심과 저녁이었다. 수업이 다 끝난 후 운동까지 하면 밥을 해먹을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배는 고프니 뭐든 먹어야 했는데 그렇게 첫 발을 들인 곳이 학생 식당이었다. 지금은 벌써 여러 군데 골고루 가 본 후 가장 애용하는 학생 식당까지 정해놨다. 철학관(Philologica building)에 있는 ‘로찌(Lozzi)’. 별일이 없으면 이곳에서 매일 점심, 저녁 두 끼를 해결한다. 핀란드 사람들은 보통 오후 5시에 저녁을 먹어 학생 식당도 오후 6시면 문을 닫아 두 끼를 먹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로찌(Lozzi) 전경. 왼쪽에서는 샐러드와 주메뉴를, 오른쪽에서는 빵을 선택할 수 있다. 식당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서 찍은 사진. 점심에 맞춰 가면 식탁 위로 햇빛이 쏟아진다.
로찌(Lozzi) 전경. 왼쪽에서는 샐러드와 주메뉴를, 오른쪽에서는 빵을 선택할 수 있다. 식당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서 찍은 사진. 점심에 맞춰 가면 식탁 위로 햇빛이 쏟아진다.

가격도 물가에 비해 놀랄 만큼 저렴하다. 핀란드 학생증을 보여주면 한 끼 식사가 고작 2.6유로, 한화로는 3300원 정도다. 가격이 저렴해 질은 좀 떨어지겠지 했는데 그것도 아니다. 선택할 수 있는 메뉴도 항상 3가지 이상, 샐러드 바와 빵은 무제한 먹을 수 있다. 메뉴는 매일 다르고, 샐러드는 싱싱하다. 드레싱 종류도 언제나 2가지 이상에 함께 먹을 수 있는 과일도 오렌지부터 포도, 방울토마토까지 매번 바뀐다. 빵도 견과류 빵, 건과일 빵, 일반 식빵, 곡물빵 등 매번 다양한 종류가 제공된다. 여기에 음료수 혹은 우유도 제공된다.

샐러드바의 모습. 원하는 만큼 접시에 담으면 된다. 이 날에는 사과, 오렌지, 토마도가 나왔다. 과일 종류는 항상 바뀌고, 양배추와 양상추는 기본으로 제공된다.
샐러드바의 모습. 원하는 만큼 접시에 담으면 된다. 이 날에는 사과, 오렌지, 토마도가 나왔다. 과일 종류는 항상 바뀌고, 양배추와 양상추는 기본으로 제공된다.

이용 방법은 뷔페와 비슷하다. 식당에 들어가 식판과 접시, 음료를 먼저 챙긴 후 밥이나 감자 등 기본 메뉴를 담고, 거기에 주메뉴 하나를 고른 후 샐러드와 빵을 가져오면 된다. 이게 3000원짜리 한 끼 식사라니 먹으면서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비건(Vegan) 학생을 배려한 메뉴다. 배려보다는 당연하게 여긴다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학생 식당에서도 언제나 한 메뉴 이상은 비건들을 위해 따로 준비돼 있다. 만약 비건이라면 메뉴 중 ‘VEG’라고 적힌 음식을 선택하면 된다. 비건들에게 적합(suitable for vegans)하다는 의미다. 심지어 비건 음식만 전문으로 하는 학생 식당도 있다. 이름은 ‘카트리나’(Katriina), 가격은 다른 곳과 똑같다.

저렴한 가격 뒤에는 정부 지원이 있었다. 학생만 지원돼 일반 이용자의 경우 주메뉴에 따라 가격이 8유로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 혼자 밥을 해 먹는 대학생들은 샐러드까지 챙기기가 쉽지 않다. 거기에 메뉴도 다양하고 가격에 저렴하니 대부분 저녁까지 해결하고 집에 돌아간다고 한다.

‘무엇을 먹는지가 당신을 결정한다.’(You are what you eat.) 학생 식당 소개에 적혀있는 문구다. 한국에서는 편의점에 잠깐 들러 김밥이나 두유, 혹은 뭐든 아무거나 사와 끼니를 때우기 바빴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 문구가 기억에 남는 걸지도 모른다. 본인보다 끼니를 더 신경써주는 식당이라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