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소정 특파원(국문·16)<br>​​​​​​​△2019년 1학기 핀란드 교환학생
△권소정 특파원(국문·16)
△2019년 1학기 핀란드 교환학생

치열하게 보냈던 2년 반 학보사 기자 생활을 마무리 지은 지 한 달 만에 교환학생이라는 새로운 꼬리표를 달고 출국했다. 지원을 마음먹은 시기는 ‘이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눈 감으면 절로 들던 학보사 생활 2년 차. 당시 일에 치여 불면증까지 앓고 있던 내 눈에 교환학생 모집공고는 탈출구였다.

그 결과 핀란드가 살아보고 싶던 나라에서 살아갈 나라가 됐다. 배정받은 유바스큘라 대학(University of Jyvaskyla)은 헬싱키에서 버스로 4시간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야 나오는 도시 이위베스퀼레(Jyvaskyla) 정 중앙에 있다.

핀란드에 도착해 처음 경험한 겨울 삼대장은 냉동실 평균온도를 항상 유지하는 추위, 그치지 않는 눈, 오후 4시면 자취를 감추는 해. 하지만 정작 익숙해지기 어려운 건 날씨가 아니라 수업마다 쏟아지는 과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곧 빈털터리가 될 게 분명한 물가, 한국과 공통점을 찾아내기 힘든 생소한 문화였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하나하나 적응해 가니 어느덧 교환학생 생활 2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격주 연재될 이 칼럼에서는 그간 겪었던 혹은 앞으로 겪을 핀란드 교환학생 생활기를 솔직하게, 수다 떨듯 적어보고자 한다.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던 아고라(Agora) 건물, 모든 프로그램은 1층 강당 2(Auditorium 2)에서 진행됐다.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던 아고라(Agora) 건물, 모든 프로그램은 1층 강당 2(Auditorium 2)에서 진행됐다.

오리엔테이션 첫날이자 핀란드 생활 이틀 차였던 지난 3일, 첫 공식 일정을 위해 해도 아직 안 뜬 오전8시30분 기숙사를 나섰다. 털 바지 두 장을 겹쳐 입어도 찬기가 느껴지는 날씨를 뚫고 오리엔테이션 진행 장소인 아고라(Agora) 빌딩 앞에 도착하니, 마찬가지로 얼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중무장을 한 교환학생들이 가득했다.

오리엔테이션은 전반적으로 포탈 로그인 방법, 프린트 사용 방법, 도서관 이용 안내 등 한국에서의 생활과 비슷한 내용 설명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수업 수강 관련 내용은 한국과 판이했다. 그중 귀에 박힌 내용은 ‘수강 신청 가능학점 무제한, 수업마다 시작과 끝 상이, 기말고사 전까지 수강 취소 가능’ 세 가지다.

수강 신청 제한 학점이 없으면 강의 개수를 정말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건가? 그런데 권고 학점은 왜 있는 거지? 수강 신청 날짜가 다르면 시간표는? 정말 언제든 취소 가능한 건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해본 자유로움에 머리가 물음표로 가득 채워졌지만 바로 그 주 주말, 직접 해보며 강제로 이해할 수 있었다.

유바스큘라 대학교 포탈의 수강 신청 페이지 캡처. 파란 배너 아래로 들어야 할 수업 시간표가 일주일 단 위로 보인다. 시간표는 수업을 포탈에 등록할 경우 하 루, 일주일, 한 달 등 원하는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유바스큘라 대학교 포탈의 수강 신청 페이지 캡처. 파란 배너 아래로 들어야 할 수업 시간표가 일주일 단 위로 보인다. 시간표는 수업을 포탈에 등록할 경우 하 루, 일주일, 한 달 등 원하는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핀란드는 한국처럼 초까지 완벽하게 맞춰가며 수강 신청 할 필요가 없다. 이화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재학생에게 “그래도 시작 날에 바로 신청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한국에 있을 때 수강 신청 기간에 초까지 보이는 시계를 켜두고 긴장하며 대기하다 시작한 지 5초 만에 수강 신청을 끝냈던 게 기억난다. 여기서는 그러지 않아도 듣고 싶은 수업을 다 들을 수 있을 테니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웃으며 핀란드 사람들은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다는 농담을 덧붙였다.

개강 둘째 주까지는 잘 굴러갔다. 첫 주에는 수업이 겨우 두 개라 매시간 과제도 전부 해갔고, 수업 사전 자료인 20장짜리 논문도 꼼꼼히 읽어갔다. 하지만 수업이 한 개, 두 개 더해질 때마다 점점 자는 시간이 늦어졌고, 결국 줄줄이 밀려 해야 할 숙제들은 덩치만 계속 불어났다. 수강 신청한 지 한 달하고 이주 만에 수업 2개를 포기했다. 기말고사 전까지는 자유롭게 신청 취소할 수 있어서 가능한 선택이었다. 초반엔 ‘내가 골랐으니 다 들을 거고, 이 중에 골라서 한국에 가져갈 거라 절대 취소 안 해’라며 오기를 부렸지만 그러다간 정말 하나도 못 가져갈 거 같아 어쩔 수 없었다.

“자유를 주는 대신, 자신의 공부는 본인 책임입니다.” 모든 강사가 수업마다 강조하는 말이다. 수업을 듣기로 선택한 것도, 그 수업을 취소하는 것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의 책임 또한 전부 본인의 몫이다. 성인이 된 지는 한참이지만 이곳에 와 전적으로 개인에게 맡겨진 책임의 무게에 대한 감을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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