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탈북 학생 인터뷰] 탈북 학생도 남한 학생도 편견 탓에 조심스러워

그래픽=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그래픽=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탈북 학생들은 대부분 북한에 가족이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언론에 나서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해당 기사에 등장한 모든 취재원을 익명 표기합니다.

  “수업 중이라 생방송은 못 봤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잡고 군사 분계선을 오가는 것을 봤어요. 그런데 솔직히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어요.”

남북정상회담을 어떻게 보았느냐는 질문에 본교 탈북 학생 ㄱ씨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남북정상회담은 감동이라기보다는 의구심과 혼란이었다. 4년 전, ㄱ씨는 북한의 국경을 넘었고 중국을 거쳐 라오스를 지나 한국 땅을 밟았다. 그러다가 몇 년 전 본교에 입학했고 지금까지 본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저는 북한에서 살아봤잖아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이미지가 많이 개선됐지만 회담 전에 저는 회의적인 입장이었어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위원장이 만난 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저는 본 적도 없었고, 그런 것에 신경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니까요. 또, 북한의 도발적인 성향 상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직전까지 혹시 파투를 내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고요.”

  특히, ㄱ씨는 다소 조심스럽게 북한에 있었을 때 구축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이미지보다 오히려 남한에 와서 접하게 된 그의 이미지가 더 익숙하다고 밝혔다. 즉, A씨 또한 정상회담 이전 일반적인 남한의 사람들처럼 김 위원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A씨는 그러한 그가 남북정상회담에 이토록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의외였어요. 그 방명록 쓰신 거 보셨어요? ‘새로운 력(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그러한 문구. 물론 북한은 대외 이미지를 의식해 철저히 준비한 문구겠지만 그래도 그 방명록을 보면서 조금씩 기대가 생기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기대 반 의심 반이에요.”

  약간의 기대를 표하기도 했지만 ㄱ씨는 끝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특히, 지금 상황이 진보 정권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북한이 이행하지 않은 약속들이 많을뿐더러, 판문점 선언 또한 이전의 합의문과 구분되는 가시적 차이가 없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분위기가 좋아진 만큼 남북이 서로 약속한 부분을 잘 이행해 평화가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ㄱ씨와 인터뷰를 진행한 5월2일부터 지금까지 남북한 관계는 하루하루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관계도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흘러가는 중이며, 긍정적인 흐름 속 남북한 교류의 물꼬도 조금씩 트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한국의 젊은 학생들은 통일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네, 저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남한 대학생들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 역시 다르구나. 이 정도로 생각할 뿐이에요. 우리가 6·25 전쟁 세대도 아니고 사실 지금 젊은 세대에게 확 다가오는 감정적인 무언가도 없잖아요. 충분히 그 친구들을 이해할 수 있어요. 아마 저도 북한이 아니라 남한에서 태어났더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통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ㄱ씨는 남한이 아닌 북한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ㄱ씨는 남한 학생들이 통일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남한과 북한이 별개의 나라가 되는 것은 무척이나 어색한 일이다. 또, 통일이 되지 않는다면 북한에서 인권 탄압을 받으며 사는 사람들이 구제받기는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런 말을 들었어요. 요즘에는 통일의 당위성이 없어지는 추세라고. 한민족? 글로벌 시대에 굳이 왜? 이렇게 반문하는 경우도 많다고요. 그 말도 맞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플 때가 있는데, 그래도 통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종전 선언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그런데 종전이 된다면 서로 다른 나라가 될까봐 걱정이 들기도 해요. 우리나라라고 할 때 저는 한 번도 반 토막 난 남한이나, 북한을 떠올린 적은 없어요. 그리고 통일이 되면 우리 주도의 통일을 이야기 하는 거잖아요. 통일이 돼서 북한에도 민주주의가 유입된다면 인권 문제도 많이 개선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탈북 학생으로 이화에 살아간다는 것은 어떨까. ㄱ씨는 이화에서 공부가 어렵다며 쑥스럽게 답했다. “저는 학교에 입학하면서 ‘아, 돈이랑 연애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라고 마음먹었어요. 왜냐하면 그만큼 학업이 우리(북한이탈 학생)에게는 어렵거든요. 교육 체제도 다르고, 우리 학교는 남한에서도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모인 곳이잖아요. 일반적인 우리 학교 학생들의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정말 많이 노력해야 해서 학업에만 전념하기로 마음먹었어요.”

  한편, ㄱ씨는 본교에서 사귄 친구들에게 자신이 탈북자임을 밝혀왔다. 따라서 주변 친구들의 태도 변화를 느껴본 적은 없다. 그러나 자신이 탈북자라는 것을 숨겼다가 나중에 공개한 학생들은 주변 친구들이 조심스러워지는 것에 대해 종종 서운함을 느끼곤 한다. 예컨대, 친구들끼리 웃다가 ‘툭’ 치는 사소한 장난조차 탈북자라는 것을 밝히고 나니 조심스러워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편견이죠. 북한에서 왔으니까 장난치는 것도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남한 친구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탈북 학생들도 있어요. 편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예 접근을 못 하는 거죠. 또, 우리 학교가 ‘혼밥’을 많이 하는 편이잖아요. 사실 우리 학교의 남한 학생들도 ‘혼밥’을 많이 하는데, 자신이 친구가 없어 ‘혼밥’을 한다고 오해하는 탈북 학생들도 있어요. 그러한 외로움,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는 생각에 학교를 그만두는 탈북 학생들도 상당히 많죠.”  

  하지만 ㄱ씨는 그러한 현상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끊임없이 강조했다. 특히, 그는 탈북 학생들에 대한 편견을 버려주면 고맙겠지만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사소한 관심이나 친절이 탈북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교에 바라는 점은 없냐고 묻자 ㄱ씨는 ‘내가 너무 만족하며 학교를 다니나? 아니면 남한에 오면서 인생의 기대치를 너무 낮췄나?’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결국 ‘동아리방’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희 탈북 학생들끼리 동아리를 만들었거든요. 동아리방이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네요. 지금은 남한 친구들과 같이 활동을 하기엔 준비가 조금 덜 됐긴 한데. 음, 준비가 되면 1년 후 쯤에는 남한 친구들이랑 같이 동아리를 하면서 놀고,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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