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현재 본교의 가장 큰 화두는 차기총장 선출이다. 학교법인 이화학당 장명수 이사장은 내년 3월 이전에 차기 총장을 선출할 것이라고 밝혔고 교수들은 공청회를 여는 등 차기 총장 선출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여름동안 이어진 이른바 '이화사태'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로 공감대를 얻었던 문제는 바로 총장 선출제도다. '비민주적이다' 또는 '불투명하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이제는 총장 선출규정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공론 장을 펼쳐야 할 때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기 위해 본지는 이대학보 기자 전원이 특별 취재팀을 꾸려 총장선출관련 기획 시리즈 '총장선출제도 클로즈업'을 2주간 연재한다. 이번 호에서는 교수시위에 참여한 교수,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에 서명한 교수, 교수비상대책위원, 교무위원, 직원노동조합위원장, 총학생회(총학)회장, 동아리연합회(동연) 회장 등 학내 구성원 14명을 심층 인터뷰해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살펴봤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단 규모의 확대…“범위를 넓혀라”

  현재 총장 선출제도는 교수, 직원, 동문 등 학교 구성원들이 투표로 뽑은 선거인단이 다시 투표로 총장후보자 최종 3명을 선정하는 간선제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사회가 이 3명 중 1명을 최종적으로 총장에 임명한다. 여기서 선거인단 역할을 하는 기구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다.

  인터뷰에 응한 교수들은 공통적으로 총추위가 학내 구성원들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비판했다. 2014년 시행된 제15대 총장 선출규정에 따르면 교수대표 23인, 직원대표 3인, 법인추천위원 7인, 동창대표 2인 등 총 35명으로 구성된다. 교수대표는 2년 이상 재직한 전임교원 전원이, 직원대표는 마찬가지로 2년 이상 재직한 사무직원 전원이 직접 투표해 다수 득표순으로 선출한다. 법인추천위원은 이사회가 추천해 선출하고, 동창대표는 전·현직 동창회장이 들어가는 시스템이다. 학생대표는 없다. 이에 교수 대부분은 “총추위원 인원수가 적어서 외부 영향력이 개입할 여지가 비교적 크다”고 주장했다.

  ㄱ교수는 “총추위 인원 수가 적으면 외부세력이 총추위원의 학연과 약점 등을 쉽게 파악해 그에 따른 영향력을 쉽게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총추위 위원의 수를 100명 정도로 늘린다면 외부에서 특정 후보에 유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총추위 위원은 대학 전체 최다득표순으로 선출되기 때문에 소수 단과대학들은 총추위 위원으로 선출되기 어렵다”며 “인원 수가 증가한다면 소수 단대의 목소리도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사 행정 등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과 학사운영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학생도 총추위 참여의 폭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연화 노조위원장은 “총장의 비전에 따라 교직원들의 학사 행정업무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현재 교수평의회를 통해 총추위에서 교수들의 인원이 증가한다면 그에 비례해 직원들의 인원도 증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지 부총학생회장은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총장선출과정에서 학생 참여 보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논의됐다”며 “학생도 투표할 수 있는 총장 직선제로의 개선, 간선제 방식인 현재 총장추천위원회 제도 개선, 전체 학생  대상으로 신임 총장 후보 공청회 개최 등 다양한 방법이 회의에서 제시됐다”고 말했다.

  한편 총장의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직선제 선출방안도 제시됐다. ㄴ 교수는 “총장 후보자가 누군지, 나를 대신 해 총장을 뽑을 총추위가 누구를 지지할지도 모르는 현 제도보다 총장 후보자에 대한 식견과 비전을 직접 들은 후 직접 표를 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 제도에선 총추위원이 먼저 선출된 다음에 총장후보 입후보 등록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총추위원이 어떤 후보자를 지지하는지 모르는 채로 진행되는 현행 간선제 시스템 자체를 큰 틀에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서현(커미·15)씨도 “특정 세력에 영향력을 받지 않도록 총장을 선출해 후보자에 대한 감사를 먼저 실시하고 그에 대한 결과를 학생에게 공지해야 한다”며 “학생총회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전체 투표를 진행해 교수진, 이사회가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직선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간선제의 틀은 유지한 채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ㄱ 교수는 “직선제를 실시한 학교에서 한 총장이 당선되면 경쟁했던 후보자는 물론 그 지지자들을 학교 주요 보직에서 배제하는 등 파벌싸움이 팽배했다”며 “배제된 교수들은 무조건 총장의 계획에 반대를 하는 등 학사 운영에도 차질을 빚는 폐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직선제를 운영했던 학교에서 단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간선제를 유지하되, 현재 방식에서 개선된 간선제로 총장이 선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직선제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 위원장은 “현재 차기 총장을 내년 새 학기 시작 전에 뽑아야 하는 상황에서 직선제는 시간적, 비용적으로도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현재 제도에서 이사회나 외부의 개입이 작용하지 않도록 선출 규정을 개정한다면 간선제를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연 심지후 회장은 “이상적인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르면 직선제가 바람직하지만, 직선제를 실시하는 부산대 등 실제 사례를 보면 생각보다 참여 투표율이 저조하다고 들었다”며 “자칫하면 선거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으니 간선제가 현실적으로 부합한다”고 말했다.

△“깜깜이 선거”…총추위 선출 과정을 투명하게

  인터뷰에 응한 대다수 교수들은 누가 총장 후보자로 출마했는지도 모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시 말해 총장 후보자로 누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총장 후보선정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총추위를 선출해야 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ㄷ 교수는 “적잖은 교수들은 총추위를 뽑기 위해 투표할 때, 누가 후보인지, 내가 뽑은 총추위원이 총장 후보자 중 누구를 뽑을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재경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도 “총추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사실 교수들도 잘 모르기 때문에 참여율이 저조한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ㄴ 교수도 “총추위 선출 전에 공식 선거운동기간을 공지하고 최소한 1회 이상 평교수와의 대화, 후보자 간의 토론 등이 이뤄지거나 총추위 위원들도 해당 후보자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밝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의견을 보탰다.

  ㄹ 교수는 “총추위의 본래 역할이 총장후보 입후보자를 추천하고 입후보자에 대한 자격 심사 및 최종 총장후보 선정 등임을 감안하면, 입후보자 등록 전에 총추위가 구성되는 것이 원래 취지에 부합한다”면서 “따라서 총추위 구성과 선출 과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0년 제14대 총장 선출 때부터 갑자기 총추위 위원 선출 방식이 변경된 것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ㄱ교수는 “김선욱 총장이 선출된 제14대 총장 선출규정부터 ‘교황식 선출제도’라고 하면서 단대별 교원 수에 비례해서 총추위 교수대표를 선출하지 않고 전체 대학의 교원을 대상으로 다수득표자 순으로 선출했다”며 “이에 대해 세간에서는 특정 후보에 표를 몰아주기 위해 규정이 바뀐게 아니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자의 공약 공개와 검증 절차 필요성

  투명한 총추위 선출과정을 위해서 학내 구성원들은 총장 입후보자들을 검증할 수 있는 과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희 교수(사회학과)는 “선거운동 기간은 짧게 하더라도, 총장후보 등록 기간을 앞당겨 후보들에 대한 다면적인 평가와 평판 관련 정보 수집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제15대 총장선출규정에 따르면 총장 후보자들은 자세한 공약을 제시할 수 없다. 학교법인 이화학당은 이에 대해 과도한 선거경쟁 과열로 인해 포퓰리즘적인 공약이 남발될 수 있기 때문에 취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ㄱ교수는 “총장후보자가 총장으로서 자신이 앞으로 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전하는 절차는 총장 선택에 중요하다”며 “공약을 제시하는 것을 막아 소통을 못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후보자가 무리한 공약을 제시한다고 해도 총추위의 해당 분야 전문성을 갖춘 위원들이 심사의견을 제시하여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포퓰리즘적인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를 엄격한 심사를 통해 컷오프(cutt off)시키면 된다“고 주장했다.

  입후보자의 정견발표장에서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총장후보 입후보자들이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는 정견발표는 학내 모든 구성원이 참관할 수 있도록 공개돼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질문하는 것은 규정 상 금지된다. 대신 총추위 위원들이 후보자에 대한 질문지를 사전 작성하고, 무작위 추첨을 통해 뽑힌 질문지의 내용에 대해 후보자가 답하는 식이다.

  ㄷ 교수도 “정견발표장에서 총장 후보자에 대한 질의응답은 총추위만 가능하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며 “후보자에 대한 자유로운 질문과 답변이 개방적으로 이뤄져야 학내 구성원 전체가 함께하는 총장선출제도”라고 주장했다.

  직원노조 측은 총장 입후보자와 함께 주요 보직처장단들도 러닝메이트로 함께 나와 토론이 이뤄질 수 있길 바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총장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낮아졌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총장 후보자 단계에서 가치관이나 행정력 등의 검증이 필요하다”며 “주요 보직을 맡는 사람들은 총장이 말하는 비전을 공유하는 이들로, 그 사람들의 능력과 자질을 학내 구성원이 검증하고 평가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총장에 대한 공약과 정보가 학생들에게도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은총(성악·14)씨는 “학생들은 당선 결과 외에는 후보자에 대해 알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며 “총장이 학내구성원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후보자의 공약 및 정보를 학생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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