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전 총장의 학사운영에 있어 가장 문제로 지적된 점은 ‘불통’이다. 그는 한편으로는 “기금 등을 따내는 재무적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도 받았으나, 무리한 사업추진과 교내 공권력 투입은 결국 그를 사퇴로 이끌었다. 이화가 바라는 총장상(像)에 대한 합의가 중요한 이유다. 

△“총장이기 전에 교육자이자 스승”

  교수들은 차기 총장이 학생에게 존경받는 스승의 덕목을 갖추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ㄴ 교수는 “총장은 투자대비 최대 이윤을 목표로 하는 조직의 장이 아니다. 따라서 학내 모든 현안에 대해 교육적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히 현재 이화 거버넌스의 문제를 인지하고 이것을 대학 내 문제로 의제화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총장에게 가장 중요한 면모는 교육자의 모습이라고 꼽았다. 강은총(성악·14)씨는 “기독교 정신에 걸맞은 겸손한 자세로 이화가 세계 최대 여성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헌신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총장이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권영은(성악·16년졸)씨는 “총장은 학생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할 수 있는 스승이어야 한다”면서 “학생들을 보듬어주고 학업의 장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의 특성을 잘 파악한 후 비전을 찾아나가는 총장”

  교수들은 실용 학문 중시, 사업 유치 등 물적 경쟁을 앞세우는 대학사회 분위기에 편승하기보다는 이화 고유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그를 바탕으로 이화를 발전시켜 나갈 총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시 교수(예술학 전공)는 “실용학문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사회적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이화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비전을 세워야 한다”며 “정량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흐름에 맞추다보면 오히려 이화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찬주 교수(물리학과)도 총장의 비전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단순한 외형적 성장보다 대학의 본질을 잃지 않고 핵심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장기적 발전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현재 상황에서는 학생, 교수, 재단 등 학교 구성원 간의 불신문제를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정연화 노조위원장은 “차기 총장은 우리학교의 가치, 그리고 타대와 차별화되는 장점을 특화시켜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일했으면 좋겠다”며 “사측의 입장만 내세우는 것이 아닌 공익적인 부분이나 근로자의 입장에 대해서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현재 조직 내에서 보직교수와 행정을 같이 하는 업무 파트너이지만 단순 업무보조자로 여겨지는 등 직원의 위상이 낮아지고, 교수, 학생 등 조직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 직원들이 좌절을 많이 느끼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사회적 관계 개선에도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불통이 아닌 소통하는 총장”

  86일 간 점거 농성의 시발점이 된 미래라이프대학 사업 이외 최 전 총장의 ‘졸속 행정’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던 많은 이화 구성원들은 ‘소통’을 차기 총장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ㄱ 교수는 “반대 의견을 제시한 사람을 보직에서 배제하고 애물단지 취급하는 등 총장들은 대체적으로 반대의견을 수용하는 소통의 태도가 부족하다”며 “어떤 정책을 발표할 때 구성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않고 토론 등으로 소통하는 총장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진영(서양화·12)씨는 “채플시간이 아니어도 학교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총장이길 바란다”며 “학내 구성원들과 이화의 방향성을 논의해 함께 이화를 만들어 가고, 구성원 간 소통과 신뢰를 중시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구체적인 소통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강씨는 “새 총장은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정책 사전 예고제를 도입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민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지 부총학생회장은 “학교의 총장은 행정 추진 과정에서 학생을 학내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그를 위한 시작은 신임 총장을 선출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