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회 이화글빛문학상 수상자 김지연씨 이명진 기자 myungjinlee@ewhain.net

독특한 판타지 요소로 젊은 세대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는 소설이 있다. 바로 제11회 ‘이화글빛문학상’에 당선된 김지연(교육·16년졸)씨의 경장편 소설 '나는 너의 이상한 그림자'다. 미래의 소설가를 꿈꾸는 이화인을 격려하고자 실시하는 이화글빛문학상에 올해는 김씨의 작품 포함 여섯 작품이 응모됐다. 심사위원 김미현 교수(국어국문학과)는 김씨의 소설에 대해 “청춘들의 낭만적인 목소리만이 아닌 어두운 그림자에도 눈길을 가게 하는 소설”이라며 “우리가 그들의 진짜 그림자를 왜곡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한편, 시상식은 9일(월) 오전11시 본관 접견실에서 열린다. 본지는 '나는 너의 이상한 그림자'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듣기 위해 4월28일 본교 정문의 한 카페에서 김씨를 만났다.

김씨는 이 작품을 한 달에 걸쳐 완성했다. 그러나 ‘청춘의 아픔’을 당연하게 여기는 현대 세태에 대해 비판적이던 김씨는 예전부터 줄거리를 생각해왔다. “개인이 받는 고통이나 슬픔을 마땅한 것으로 재단하고 가볍게 여기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청춘은 아픈 게 당연한데 참아야지,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이 싫었죠.”

김씨는 소설 '나는 너의 이상한 그림자'에서 그림자를 ‘과거부터 쌓아온 성과가 퇴적된 모습’이라고 재정의한다. “청춘에게 고통을 강요하는데 정당함을 부여하는 장치로 그림자를 사용했어요. 인물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죠.”

그의 소설 속 세계에서 ‘그림자’는 성공한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있지만 노력하지 않고 무기력한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설은 그림자가 없는 사람에게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TV 프로그램 ‘셰도우 메이커’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주인공 ‘허무영’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림자를 만들기 위해 패널은 출연자들에게 비판과 독설을 일삼지만, 프로그램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진다. 이를 통해 김씨는 청춘들에게 아파야 한다고 말하는 현대 사회를 꼬집는다.

주인공 허무영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취업준비를 하는 여대생이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의 길만을 고집하며 바쁘게 살아왔지만 25살이 돼서도 자신의 그림자가 없어 고민한다. 무영의 부모님은 그를 부족함 없이 키웠지만, 그가 자신만의 그림자를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창피해한다. 때문에 무영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는 자신만의 그림자를 갖기 위해 셰도우 메이커에 출연하게 된다.

그림자 전문가 ‘구임자’는 무영에게 노력이 부족하고 배우가 되기에 재능이 없다며 공무원 준비를 권한다. 위로받고 싶어서 출연을 결심했던 무영은 꿈을 접고 전혀 다른 길로 나아가라는 전문가의 말에 상처받고 좌절한다.

가상의 프로그램이지만 소설 속에서 ‘셰도우 메이커’가 몇 년째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씨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선에 올라설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꼽았다. 이는 현실 세계도 마찬가지다.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쓸 때 단 한 줄을 고치려고 몇 십 만 원을 들이죠. 마찬가지로 이 프로그램을 계속 보는 이유는 ‘이 부분만 고치면 성공할 수 있겠지?’라는 기적을 믿기 때문일 것 같아요.”

촬영이 끝난 후 무영은 방 안에서만 지내며 자신의 그림자와 함께 어둠에 잠식되기 시작한다. 그의 좌절이 투영돼 괴물 같은 모습이 된 무영의 그림자는 그를 끝없이 따라다니며 ‘너만 없었으면 너희 부모님이 더 좋은 삶을 살았을 것’이라며 비난을 퍼붓는다. “그림자가 하는 말에는 무영의 자책하는 내면 심리가 반영됐어요. 그림자를 통해 무영의 입장을 터놓고 말하고 싶었죠.”

소설 속 무영 같은 존재는 현실에도 있다. 김씨에게 무영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녹여낸 자신과 비슷한 인물이다. 소설의 구상 계기 역시 본인한테서 나왔다. “취업의 어려움으로 상담을 받았을 때 누구나 겪는 실패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했죠. 정말 그 고통을 먼저 겪어본 사람이라면 채찍질이 아니라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하고 다시 힘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하잖아요.”

그는 자신의 소설이 현대인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제 소설이 독자의 삶의 방향을 정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라고 있죠. 어떤 꿈이든 본인에게 행복한 길이라면 바르다고 생각해요.”

김씨의 창작 활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우울한 내용을 대수롭지 않은 어투로 이야기하는 김애란 작가 특유의 분위기를 다음 작품에 녹여내고 싶다고 말했다.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 쓰게 되고 읽게 돼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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