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이화글빛문학상’에 응모된 총 6편의 장편소설들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류의 계몽적 위안에 반기를 드는 청년세대의 목소리들을 담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주제를 동시대적으로 문제 삼고 있기에 일정 수준의 핍진성과 진정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장점이 돋보였다. 다만 이를 가족의 죽음이나 부모의 이혼, 연애심리 등 한정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데서 오는 협소함은 좀 더 사회적 시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응모작 중 '바다 위를 떠도는 배처럼'과 'x는 없다'는 장편소설적 플롯을 통해 사건을 서사화하려는 스케일이 돋보였지만, 무리한 상황 설정 및 요약이나 설명 중심의 제시로 인해 스토리 전개의 개연성을 잃어버렸다. '안전한 사람'과 '해가 진 후에'는 모두 할아버지의 행동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요한 제재였음에도 모호한 심리 묘사로 불완전하게 처리함으로써 급작스러운 반전으로만 처리된 아쉬움이 있다. 당선작과 끝까지 경합한 '그 사이에'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모두 살아 있고, 서사 공간의 분할과 사건의 배치가 효율적이어서 플롯도 깔끔하다. 그러나 남녀 주인공들의 관계 설정이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평면적이어서 장편소설로서의 무게감이 부족했다. 청춘들의 아픔을 과장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개인화하거나 객관화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당선작인 '나는 너의 이상한 그림자'는 청년세대의 존재감을 ‘그림자’의 유무나 형태로 상징화하면서 정상적인 그림자를 갖는다는 지극히 당연한 일의 지난함을 판타지적인 요소를 도입해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배우가 되고 싶은 여대생의 꿈을 상품화하는 사회나, 그런 꿈의 실체를 자문(自問)하는 청년세대의 성찰을 균형 있게 배치하는 성숙함도 돋보인다. 물론 청춘의 고통에 대한 계몽적 시선을 비판하면서도 소설의 결말에서 다시 위로나 위안으로 재귀하는 듯한 한계가 엿보이지만, TV 프로그램을 중계 방송하는 묘사 부분도 탁월하고 서사를 장악하는 능력도 장편소설에 맞춤이다. 이 소설을 통해 청춘들의 낭만적 목소리만이 아니라 어두운 그림자에도 눈길을 주게 된다. 그들의 ‘열정에 대한 열정’과 ‘포기에 대한 포기’를 인정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마저도 그들의 진짜 그림자를 더욱 왜곡시키는 것은 아닐까 두 번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이 소설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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