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짓으로 연주하는 음악 여행을 떠나다
손짓으로 연주하는 음악 여행을 떠나다
  • 노하람 기자
  • 승인 201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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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 성기선 교수 인터뷰
▲ 이화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 성기선 교수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제 삶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연주를 시작하기 전이에요.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음악 여행을 앞둔 사람이 된 느낌이죠. 이번 음악여행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며 언제나 지휘봉을 잡습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악기 없이도 연주 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지휘자다. 오케스트라의 수많은 악기가 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조화를 이뤄 하나의 선율을 만든다. 이화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화필하모닉)의 지휘자 성기선 교수(관현학과)는 연주의 시작을 ‘기분 좋은 긴장감’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가 지휘하는 이화필하모닉은 1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제1회 정기 연주회를 열었다. 이번 연주회는 이화필하모닉의 이름을 걸고 하는 첫 연주회다. “정기 연주회는 오케스트라가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주최하는 거예요. 예전에 했던 공연들이 외부 연주자들의 무대에 초청받은 것이라면 이번에는 반대로 우리 공연에 외부 연주자들을 초청했다고 볼 수 있죠. 그런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연주회에서 이화필하모닉은 다섯 곡을 연주했다. 그 중 성 교수는 특히 김순애 작곡가(작곡·41년졸)의 ‘교향곡(Symphony)’에 가장 애착을 가진다. 본교 출신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작곡가인 김 작곡가의 곡은 어떤 오케스트라도 연주한 기록이 없다.

  “저조차도 연주회를 준비하기 전에는 곡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여성 작곡가의 곡을 연주해 더 많은 관객이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이화필하모닉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작곡가이자 본교 출신인데도 김 작곡가의 악보가 본교에 없었어요. 결국, 서울대에 남은 복사본을 찾아 연습했죠. 악보 상에서도 실수로 기록된 부분들도 많아 하나하나 고쳐가면서 연습했어요.”

  연주회를 위한 연습은 단 네 번. 다른 오케스트라에 이미 소속된 연주자도 많아 자주 모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본격적인 연습은 공연이 코앞으로 닥치고서야 이뤄질 수 있었다. “외부 연주자, 단원 등 약 70명의 사람이 한 번에 연습하려니 일정을 맞추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각자 개인적으로 틈틈이 연습했죠. 연주회를 위해서만 하는 연습은 짧았지만 작년에 약 10회 정도 다른 연주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충분히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지휘 경험이 많은 성 교수지만 처음부터 이화필하모닉을 지휘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이미 경험이 많은 연주자들끼리 모였다 보니 각자 개성이 뚜렷해 지휘자의 해석에 쉽사리 동의하지 않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금이 바로 이화필하모닉이 음악적인 체제를 갖춰나가는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과도기는 각자 다른 음악적 의견을 맞춰나가는 과정이죠. 모든 오케스트라가 겪는 당연한 일이에요. 이를 현명하게 조정해 하나의 아름다운 선율로 만드는 것이 제 몫입니다.”

  성 교수는 여성 음악가들끼리만 모였다는 점을 이화필하모닉의 강점으로 꼽았다. 여전히 음악계에도 여성 연주자가 대학 졸업 후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성 연주자가 대다수인 트롬본, 바순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여성 연주자는 가끔 ‘보이지 않는 벽’을 마주하게 돼요. 여자가 다루기 어려운 악기라는 인식 때문이죠. 이화필하모닉은 이 같은 편견 없이 오로지 여성으로만 구성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점이 가장 의미 있습니다. 이화필하모닉이 음악계에 남은 보이지 않는 벽을 없앨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 그에게 이화필하모닉은 단순히 함께 음악을 하는 사람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화필하모닉 연주자 중 제자도 있어요. 제자와 스승이 함께 한 선율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제게는 벅찬 경험입니다. 결코 평범한 만남이 아니죠. 똑같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달려간다는 것이 제게는 너무 뿌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성 교수는 모든 연주가 끝난 후 관객이 보내는 박수는 관객과 연주자 간의 ‘소통’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주회 당일, 모든 연주가 끝난 후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그들에게 보냈다. 이화필하모닉은 9월5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할 제2회 정기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휘봉을 잡은 성 교수의 손과 악기를 연주하는 단원들의 손이 함께 모여 또 어떤 박수를 이끌어 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