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낭인 양산한 법학 교육과 고별할 때
고시낭인 양산한 법학 교육과 고별할 때
  • 최원목 교수
  • 승인 200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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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로스쿨이 개원했다. 로스쿨 제도의 도입은 실로 우리 법학 교육 및 법조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비효율적이고 권위적인 과거의 법학교육 및 법조계 현실과 단절하는 시발점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돌아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평균 4, 5년을 꼬박 시험 준비에만 매달리고도 합격하기 어려운 사법시험. 그렇기 때문에 더 문제의식이 많을 대학 시절에 형식적 시험공부에 매일 수밖에 없는 현실.

사법시험 합격의 영광을 누리는 소수라 할지라도 그들의 미래는 명확하다. 사법연수원생이 되어 기계적 직업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안정적 직업인 법관으로 임관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이들 중 소수는 바로 법원이나 검찰로 진출해 눈과 귀로만 익힌 법률 지식과 판결문 작성법을 사건에 적용한다. 물론 이들보다 수십 배 많은 인재는 고시 낭인으로 남게 된다.

법조계의 현실은 또 어떠한가? 시험성적 하나로 바로 법관이 되는가 하면, 성공적인 법관 생활을 마친 대법원 판사도 6년 임기를 채운 후 퇴임해 버젓이 변호사가 된다. 로펌은 이들을 스카우트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이처럼 고객과 변호사와 법관이 이해관계에 따라 엉켜 있는 법조계가 지금까지의 우리 자화상이다.

이제 개원한 로스쿨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사실 민사법 분야의 전문 법조인이 되기를 원하는 학생이 형사절차법까지 심도있게 공부할 필요는 크지 않다. 또한 국제법무를 전문으로 할 학생이 국내 사법 및 가족법 분야까지 깊이 공부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누구나 기초법 과목들을 1-2년간은 수강하되, 나머지 기간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심도있게 공부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마땅하다. 

반수의 비법학 전공자를 선발한 취지는 각각 자신의 학부전공과 연결된 전문분야를 법률이라는 공통의 체계화 도구를 통해 개척해나가라는 것이다. 공학과 법학을 접목시켜 지적재산권 전문 법조인이 되고, 의학과 법학을 결합시켜 의료소송 분야를 개척해나가고, 정치외교학을 국제법으로 체계화시켜 진정한 국제변호사의 길로 가라는 것이다. 로스쿨을 통해 젊고 문제의식 있는 변호사가 각각 자신의 분야의 실무지식으로 무장해 시장에 나가야 한다.

이러한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실히 로스쿨 과정을 마친 학생이면 누구나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80-90%의 합격률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로스쿨 학업기간에는 기계적인 시험공부가 아니라 마음껏 자기가 원하는 전문분야를 개척하는 공부에 임할 수 있다. 단순히 법조인이 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법조인이 되느냐가 관심사가 돼야 한다.

국제화의 중요성도 간과될 수 없다. 중년의 국내 법조인들이 뒤늦게 전문분야와 법의 밀접한 관계에 눈을 떠 해외연수 명목으로 외국 로스쿨을 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말 없고 손 없는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가 아니다. 사회적 지위를 볼 때 괜히 영어토론에 참여했다가 창피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나? 이러한 심적 자세는 결국 자신의 새로운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이제 로스쿨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국제언어를 통한 법학 교육은 필수불가결한 과제로 등장하게 된다. 결국 점점 국제화되고 있는 법률시장에서 세계 공통어를 사용해서 법률문제를 해결하도록 교육하지 못한다면, 미래지향적 직업교육으로서의 로스쿨 제도 개혁은 의미가 없다.

급속히 국제화되는 시대에서 국내용 법조인과 고시낭인을 양산한 법학 교육과는 고별을 해야 한다.
수많은 외국 자료와 판례들을 해석하여 업무에 적용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로펌, 기업 및 정부 변호사들의 일과가 된 지 오래이지 않은가?

최원목 교수(법학전문대학원) wmchoi@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