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라디오 PD, 소리로 세상의 흐름 잡아내다
여성 라디오 PD, 소리로 세상의 흐름 잡아내다
  • 문경연 기자
  • 승인 2004.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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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5분. MBC FM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나팔소리 시그널과 함께 오프닝멘트가 시작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9월18일 광고주연합회가 실시한 청취율 조사에서 3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그램의 인기비결은 손석희씨의 노련한 진행과 제작진들의 노고 때문. 그 제작진의 중심에 이화인이 있다. 바로 MBC 라디오 1제작국의 막내인 김빛나 프로듀서(정외·00년졸)다. 그를 만나 MBC 입성기를 들어봤다.

10여년 만에 나온 MBC 여성 라디오 PD
김빛나 PD의 하루는 빡빡하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준비하기 위해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집을 나선다. 5시30분까지 도착하기 위해 잠실부터 여의도까지 택시를 탔지만 오늘도 지각이다. 방송국에 도착하니 5시40분. 안재주 PD를 비롯한 7명의 팀 식구가 모두 모였다. 방송작가와 ‘미디어 오늘’기자를 제외하고 여자는 김빛나씨 하나 뿐이다. 그렇다. 김빛나 PD는 MBC 라디오제작국에 있을까 말까한 20대 여성 프로듀서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여자’라는 편견으로 바라볼까봐. 하지만 실제로 가족과 같은 ‘시선집중’식구들은 팀의 막내인 그를 ‘똑순이’라 부르며 칭찬한다.
그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소리로 일상을 담아내는‘60초 풍경’이란 코너를 맡고 있다. 가을 단풍 축제·거리의 시위 풍경 등을 소리로 담기도 했다. 이 코너는 새내기인 김빛나 PD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회의 흐름을 잡아내는 법을 소리를 통해 익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학도에서 라디오 PD가 되기까지
김빛나씨가 처음부터 라디오 PD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중국정캄를 좋아하던 그는 홀로 중국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더욱 중국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중국군사력’에 대한 석사학위 논문을 쓰던 중, 영어와 중국어를 병행해야 하는 ‘중국정캄공부에 어려움을 느꼈다. 학문의 길은 너무나 요원했고, 그 길을 걷기에 자신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현실과 부딪혀 보고도 싶어졌다. 그래서 그는 공부를 그만두고 취직하기로 결심했다.
“평소에 음악듣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무작정 ‘라디오’가 좋았죠. 인터넷·TV가 대세인 현실에서 라디오가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는 언론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1년동안 죽자사자 덤볐다. 좋은 글은 서론에서 승부가 난다고 생각해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으로 서두를 시작하려 노력했다. 글의 독창적인 전개 역시 중요했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고 응용하려 애썼다. 그런 노력 끝에 그는 여성 불모지인 라디오 PD분야에 10여년 만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진행하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팀에서 6개월간 일한 후 현재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일하고 있다.

후배들이여, 세상에 대한 편견을 깨라.
그는 “이화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 중 하나는 ‘공주’요, 다른 하나는 ‘페미니스트를 위시한 투사’” 라며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내실을 추구하는 삶을 지향하라고 충고한다. 또 학창시절의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세상의 흐름을 읽어내되, 좀 더 균형감각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프로듀서의 요건이라 했다. 더불어 라디오 PD는 라디오를 매개체로 청취자들과 소통해야 하므로 라디오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자신이 세상에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깸으로써 사회가 자신에게 부여하는 편견도 깨야 진정한 프로듀서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 행복하다는 김빛나 PD. 청취자들의 피드백과 사연으로 그 날의 피로가 가신다는 그의 노력과 땀의 결정체를 만나기 위해 내일 새벽 라디오를 켜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