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음악으로 사회적 통념 깨는 ‘여악여락’, 26일(금) 열려

‘여성이 음악을 하니 여성이 즐거워라’. 여성 가수와 그들의 음악에 귀 기울이는 대중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대중여성문화축제, ‘女樂女樂(여악여락)’이 26일(금) 우리 학교 대강당에서 열린다. ‘여악여락’은 비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7천여명의 관중과 그 열기를 함께 했던 2000년 공연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한국판 ‘릴리스 페어(Lilith Fair)’다.

‘릴리스 페어’란 지난 1997년부터 99년까지 미국의 여성 뮤지션들이 주축이 돼 열린 록 페스티벌이다. 이는 여성 포크 가수 사라 맥라클란의 주도로 시작된 축제로, 남성 뮤지션 위주로 움직이던 음악계에 여성 뮤지션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며 사회의 여성 관련 이슈들을 부각시켰다. ‘릴리스 페어’는 90년대를 여성의 시대로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공연 수익금 7백만달러를 여성을 위해 활동한 NGO에 기부하는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초로 여성 가수들로만 이뤄진 공연 ‘여악여락’이 2000년 연세대에서 열렸다. 그 뒤를 이어 열리는 이번 ‘여악여락’의 총기획자 정하경애씨는 “그 동안은 유명한 남자 가수들이 연대한 공연에 여자 가수들이 끼어 노래할 뿐이었다”며 “여성이 주최가 된 공연은 처음이었다”고 ‘여악여락’의 의미를 밝혔다.

과거 여성 가수들은 우리사회의 남성주의 시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1967년 미니스커트를 입고 고국 땅을 밟은 윤복희씨는 ‘여성은 다리를 보이면 안된다’는 관습 때문에 공항에서 계란 세례를 받았다. 매니저·스폰서가 모두 남자였던 시대, 그를 지원해주는 이도 없었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 국제가요제에 출전해 당당히 입상했고,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에 대항하며 자유를 주장하고 지켜왔다. 이렇게 남성주의적 시각에 맞서 여성 가수의 입지를 세웠던 그가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를 가진 ‘여악여락’에 참여한다.

이밖에도 사회·문화적으로 충격을 준 여성 가수들이 함께 한다. 트로트를 비롯 여러 장르를 소화한 한영애씨. 그는 다양한 시도를 했음에도 그만의 음악세계와 색깔을 잃지 않았다고 평가받는다. 최초의 언니 부대를 만들어내고, 음악에 한국적인 정서를 도입하는 등 독특한 자신의 음악세계를 창조한 이상은씨. 남자 가수들은 자신이 미처 하지 못한 음악을 해냈다며 감탄했다. ‘여자는 랩을 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 버리고 웬만한 남자 가수보다도 뛰어난 랩을 선보인 윤미래(T)씨도 공연장을 찾는다.

기존의 예쁘고 깜찍한 여자 가수의 이미지 탈피를 시도한 가수들도 출연한다. ‘여악여락’의 무대에는 개성 있는 외모로 이런 관습과 통념을 깨는 우리 나라 최초의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과 독특한 중성적 보컬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모던 록 밴드 ‘네스티오나’도 무대에 설 예정이다.

과거에는 여성이 음악을 한다면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 전부였다. 기술적인 프로듀싱이나 기계를 만지는 역할은 대부분 남자들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여성이 밴드를 만들어 직접 연주하고 공연 기획에도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이번 ‘여악여락’도 많은 여성들의 자문과 기획으로 완성돼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연구원이 주최하는 이번 ‘여악여락’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피해생존자 보호시설인 ‘열림터’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때문에 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대중화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사회적 지지를 보내자는 의미도 지닌다.

‘여악여락’은 여성 가수와 여성 관객이 하나가 되는 대중문화 축제의 장이다. 정하경애씨는 “이번 공연 이후에도 이런 행사들은 계속돼야 한다”며 “여성들의 문화와 그 문화적 감수성을 대변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많이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공연은 함께 하기 힘든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축제로 관객들 역시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이에 음악평론가 최지선씨는 “여성 음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며 “여성 가수 스스로가 외부 통념을 깼으면 좋겠다” 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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