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장애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15일 이대목동병원에 문을 열었다. 서울대병원에 이어 서울 시내에 두 번째로 문을 연 장애친화 산부인과다.

이대목동병원은 장애 환자의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시설을 정비하고 시스템을 구축했다. 병원 출입구에는 음성 안내도와 도움벨이 설치됐고, 문 앞에는 점자블록이 마련됐다. 산부인과로 향하는 길에는 환자가 쉽게 오고 갈 수 있도록 손잡이에 점자 안내가 붙었다. 병원 내 경사로는 장애인 편의시설 규정에 맞춰 12분의1 이하로 낮췄다.

이대목동병원 장애친화 산부인과 진료실. 기존 진찰대보다 낮은 진찰대를 둬 여성 장애인의 진료가 편리하다. <strong>제공=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이대목동병원 장애친화 산부인과 진료실. 기존 진찰대보다 낮은 진찰대를 둬 여성 장애인의 진료가 편리하다. 제공=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산부인과 외래 진료실과 처치실은 전동휠체어가 이동하고 회전할 수 있도록 넓게 조성됐다. 진료실과 처치실을 통합해 장애 환자의 진찰과 처치가 한 곳에서 이뤄질 수 있게 됐다. 같은 공간에 별도의 탈의시설도 함께 두어 동선을 줄였다. 청각장애인 환자에게는 수어 통역사 동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양천구수어통역센터와 수어통역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외래 진료실의 모습. 우측에 휠체어용 체중계가 있다. <strong>제공=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
외래 진료실의 모습. 우측에 휠체어용 체중계가 있다. 제공=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

환자들의 이동도 편리해졌다. 휠체어 체중계와 이동식 전동 리프트를 도입해 진료 중 환자가 이동하는 데에 드는 수고를 덜었다. 해먹처럼 생긴 전동 리프트는 침상에 누운 환자의 몸통과 팔다리를 넓은 고리에 걸어 휠체어로 이동하는 의료기기로, 이동이 불편한 장애 환자들이 진찰대와 휠체어를 편히 오갈 수 있도록 돕는다.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와 원활한 연계 시스템도 마련됐다. 병원에 한 번 방문하기 위해 비교적 많은 부담을 지는 장애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산부인과 진료를 받은 당일 다른 진료과에서 진료가 가능하도록 협진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기존 산부인과 의료진에 더해 환자의 진료 과정에 동반하는 코디네이터도 있다. 코디네이터는 휠체어나 보조기 등 환자의 이동이나 진료에 필요한 기기를 준비하거나 협진 요청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산부인과 의료진과 코디네이터는 모두 장애친화 산부인과 종사자 교육을 수강한다.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하애리나(37∙여)씨는“장애 유형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부터 여성 장애인의 산부인과 진료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해 지원해 왔다. 장애와 여성이라는 다중적인 차별 구조 속에서 여성 장애인의 임신∙출산에 대한 정보와 진료 접 근성이 부족했고, 특수 의료기기 구입이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드는 데 비해 병원에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이라 정부의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현재까지 전국에 지정된 장애친화 산부인과는 이대목동병원을 포함해 10개다. 서울시 장애인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서울 시내 여성 장애인은 총 16만4789명으로, 서울시 여성의 3.3%를 차지한다. 그중 임신 가능성이 높은 20~39세 여성 장애인은 1만1719명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병원 출입 규제가 강화되고 돌봄 서비스에 공백이 생기며 여성 장애인이 의료 서비스를 누리기 어려웠던 만큼, 장애친화 산부인과 개소로 여성 장애인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 향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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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교수는 "세심함과 배려로 환자를 보듬는 산부인과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공=김영주 교수

 장애친화 산부인과장 김영주 교수(의과대학)는 “우리대학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전문 병원인 보구녀관을 설립했던 만큼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여는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우리대학은 보구녀관 뿐만 아니라 사대문 밖이었던 동대문 부근에 볼드윈 진료소도 설립하며, 당시 상류층과 달리 의료 혜택에서 소외됐던 여성과 하층민의 건강에 이바지 해왔다. 김 교수는 “여대에서 시작한 의료원인 만큼, 장애 여성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잘 구축하는 것 또한 이화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의 건강, 특히 여성 장애인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따뜻한 산부인과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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