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눈이 가득한 학교 거리.제공=권민정
                                                     깨끗한 눈이 가득한 학교 거리.제공=권민정

 

‘아기가 된 기분이다.’ 내가 교환학생을 오고 한 달 동안 일기장에 가장 많이 쓴 문구이다. 교환학생으로 간다는 것은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중의적인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겠는 환경에 던져진 아기처럼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이고, 또 다른 의미는 내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알을 깨고 다른 세상에 나와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공부해 보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미국에서 학생으로 생활해 보고 싶었고, 미국 교육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교환학생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같다. 교환학생으로 갈 지역을 결정하는 시기에 나는 날씨가 좋고 해변이 있는 캘리포니아를 우선순위에 두었다. 그러나 교환학생 배정을 받은 곳은 캘리포니아가 아니었고 미국 북동부의 버몬트라는 주의 버몬트 주립대(University of Vermont)였다. 원하는 대로만 되지는 않았지만 추운 날씨만 아니면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것 같았던 버몬트 주립대학교. 버몬트로 교환학생을 다니는 지금, 버몬트로 배정이 되어 참 다행이다, 참 좋다고 생각하는 때가 많다.

버몬트의 첫인상은 ‘춥다’였다. 버몬트에 도착하기 전에 버몬트에 강한 바람이 불어 비행기가 3번 연착된 후 결국 취소되어 이틀 동안 공항에 버려졌었다. ‘얼마나 바람이 강하면 비행기가 취소될까’라는 두려움을 안고 도착한 버몬트는 생각 이상으로 날씨가 매우 혹독한 도시였다. 버몬트는 뉴욕보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가까운 주이며, 캐나다와 국경을 접하는 북동부 지역이다. 1월에는 매일 눈이 오고 눈이 한동안 오랫동안 높게 쌓여 겨울왕국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추운 날에는 영하 17도까지 내려가 살면서 경험할 강추위와 눈은 모두 경험한 것 같다.

하지만, 교환교가 추운 곳에 있는 것에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춥다 보니 거리에 노숙자 혹은 위험한 사람들이 많이 없기에 밤에도 돌아다니기 비교적 안전한 곳이라는 느낌을 준다. 또한 겨울 스포츠가 매우 발달하였기에 스키를 4월 초까지 탈 수 있어 스키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스키 타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스키뿐만 아니라 스케이트, 아이스하키 등등의 스포츠가 발달하여 학교 내에 아이스하키 경기가 있고 이를 관람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이다.

교환을 오기 전부터 교환학생 브이로그와 후기들을 여러 개 찾아보면서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미국에서 완벽한 적응을 할 나 자신을 그리면서 꿈과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교환 생활의 초반은 내가 생각한 생활과 좀 동떨어져 있었다. 버몬트에 온 지 일주일, 나는 ‘아무것도 못 하는 아기’가 된 것 같았다. 매일 매일 캠퍼스에서 길을 잃고, 기숙사에 내 방도 길을 한 3번씩 잃은 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낯설다는 것을 이렇게 길게 느껴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건물의 입구가 어디인지, 강의실은 어떻게 가야 하는지, 기숙사 안에 정수기, 세탁기 등의 시설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프린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교 홈페이지에서 정보는 어떻게 찾는지 등등 다른 환경에 처음 떨어지면 맞닥뜨리는 것이 당연한 상황들이지만, 나에게는 힘겹게 다가왔던 것 같다. 교환 생활을 한 지 두 달째 되는 지금은 수월하게 아는 것들이지만 처음 왔을 때는 낯설어서 슬펐던 크고 작은 사건들이 하나씩은 있었다.

그러나 아기도 주변 도움으로 자라나듯, 나도 혼자가 아니었다. 낯선 환경에 던져진 지 오래되다 보니 모르면 물어봐야 하고, 물어보면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게 도와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알게 된 것은 내가 적응하기까지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공항에서 기숙사까지 데려다주신 교직원 선생님,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준 기숙사 장 친구, 항상 의지가 되는 한국인 친구들, 오리엔테이션 조장 친구, 교환교의 버디 등등 혼자 버몬트에 왔지만 버몬트에서 생활할 때는 주변에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의 손을 뻗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버몬트의 배정된 것부터 적응하는 것까지 나의 예상과 로망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망하고 슬펐던 순간들도 많지만, 생각해 보면 행복한 순간들도 많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받아들이냐인 것 같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