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대 대표로 출마하고 싶은데 어느 단대에 출마가 가능한지 정해지지 않아 혼란스러웠어요.” (최현서)

인공지능대학(인공지능대) 보궐선거 논의가 지연되면서 엘텍공과대학(공대) 보궐선거에서 컴퓨터공학과(컴공), 사이버보안학과(사이버) 재학생들의 피선거권이 침해됐다.

컴공과 사이버는 2024년 공대에서 인공지능대로 편입됐다. 그러나 단대 보궐선거에서 컴공과 사이버가 어떤 단대 선거에 출마 가능한지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컴공, 사이버 학생들의 단대 학생회 선거 출마 여부, 투표권 논의가 두 달간 지속된 탓이다.

최현서(컴공∙21)씨는 추천인 서명 시작 시각을 하루 이상 넘기고서야 공대 비대위로부터 공대 단대 대표로 출마가 가능할 것 같다는 불확실한 답변을 받았다. 최씨는 “인공지능대 출마 가능성을 이야기하던 중 공대 대표로 출마가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을 받은 것"이라며 “피선거 자격에 대한 확정이 아닌 가능성에 대한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후보 등록이 끝난 이후에도 확실한 답변을 받지 못한 최씨는 결국 공대 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최씨는 현재 공대 소통창구를 통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다.

 

 

차일피일 미뤄진 인공지능대 보궐선거

컴공, 사이버 재학생의 참정권 논의가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인공지능대 보궐선거 진행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대 보궐선거 시행 여부와 컴공, 사이버 재학생의 인공지능대 보궐선거 출마 자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각 학생회의 입장이 엇갈렸다. 선거 진행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컴공, 사이버 학생들은 어느 단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컴공 비대위장 한사랑(컴공∙22)씨는 “보궐선거 논의 초반 출마를 희망하는 컴공, 사이버 학생의 피선거권을 보장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인공지능대 비대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인공지능대 학생회는 비대위 체제 운영을 향후 1년간 지속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보궐선거를 진행한다면 인공지능학과(인공지능)와 데이터사이언스학과(데이터사이언스)의 추천인 비율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한편, 사이버 학생회는 “인공지능대도 갑자기 편입된 컴공, 사이버 재학생 대상으로 학생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논의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공지능대 비대위는 “인공지능대 보궐선거 여부는 논의 중인 사안이고 결정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2024년 초가 돼서야 학생회 운영 방안이 논의된 점, 공대와는 달리 별도의 단대 건물이 없다는 점, 학생회비를 걷지 않고 총학생회의 분담금으로 단대 사업을 운영해 온 점을 공대에서 편입된 학생이 고려하지 못할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컴공과 사이버 재학생이 인공지능과 데이터사이언스 재학생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 됐다. 한씨는 “공대 학생이 인공지능대 보궐선거에 출마한다고 해도 단대 학생회 운영 과정에서 인공지능과 데이터사이언스에 대한 강요와 개입은 없을 것이고, 단대 내 모든 학과를 고려할 것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2023년까지 컴퓨터공학과와 사이버보안학과는 엘텍공과대학 소속이었다. <strong>임주영 기자
2023년까지 컴퓨터공학과와 사이버보안학과는 엘텍공과대학 소속이었다. 임주영 기자

 

해당 논의가 길어지며 공대 보궐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대 비대위는 “공대 학적 출마자의 피선거권 보장을 위해 보궐선거 시행세칙을 올리기 전까지 인공지능대 보궐선거 논의를 완료해 주기를 여러 차례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논의는 추천인 서명 기간이 시작될 때까지 완료되지 않았다.

해당 사안에 대해 인공지능대 비대위는 “출마를 희망하는 컴공 학생(최씨)이 공대 보궐선거 출마를 선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대 비대위는 “(최씨를) 인공지능대 학생회로 출마하도록 도왔으나, 인공지능대 비대위가 보궐선거 시행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공대 보궐선거 출마를 가능케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편제 개편 대응 면담에서 인공지능대 비대위에게 비대위 체제 유지를 원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아 단대 대표 피선거권을 보장받지 못할까 우려됐다"는 심정을 밝혔다.

공대 비대위는 “인공지능대 비대위에서 출마를 희망하는 학생에게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후보 등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투표 참여할 수 있는지도 몰라

공대와 인공지능대의 보궐선거와 선거권에 대한 논의는 공개적인 의견 수렴 과정 없이 학생회 내부에서 이뤄졌다. 2월26일 컴공, 사이버 재학생에게 공대 보궐선거 피선거권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컴공, 사이버 전체 재학생에게 공지되지 않았다.

컴공, 사이버 재학생들은 2024년부터 인공지능대 학생회원으로 간주돼 공대 보궐선거에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었지만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 인공지능대 보궐선거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도 문제다. 오민지(컴공∙22)씨는 “보궐선거에 대한 컴공 학생의 투표권이 보장돼야 하므로 인공지능대 보궐선거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회비 배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컴공과 사이버의 단대 배정액은 해당 학과의 관리 대학이 인공지능대로 변경됨에 따라 2024년부터 인공지능대로 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보궐선거 여부가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회비 사용 주체에 대한 결정도 유보됐다. 인공지능대 행정실은 “2024년에 단일 학생회가 운영되지 않을 시, 2024학년도 총학생회비는 4월1일 학과별 재학생 수 또는 학과별 학생회비 납부자 수에 비례해 학과 학생회에 배분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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