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그때 학보가 다룬 그 문제, 지금은 해결됐을까요? 본지가 취재한 학내 이슈를 돌아보는 코너 ‘새로고침’을 두 달 간격으로 연재합니다. 본지에서는 교내 일회용품 분리수거 문제, 쓰레기 처리 과정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히 지적했습니다. 이번에는 이러한 현실 속 그린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작은 습관을 실천하고 있는 이화인의 모습을 사진기자의 시선으로 포착해봤습니다.

 

5년차 페스코 베지테리언

길려빈씨가 비건 옵션 선택이 가능한 음식점에서 캐슈넛 시금치 크림 파스타를 먹고 있는 모습. <strong>박소현 사진기자
길려빈씨가 비건 옵션 선택이 가능한 음식점에서 캐슈넛 시금치 크림 파스타를 먹고 있는 모습. 박소현 사진기자

 

비건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환경에 대해서는 어렸을 적부터 막연한 관심이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게 된 건 이화에 들어오고 나서입니다. 실제로 일상에서 비거니즘을 행하는 사람들을 눈으로 보게 된 것이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저는 평소 환경 뿐만 아니라 동물권에도 관심이 많아, 이 두 요소를 모두 공유하는 비거니즘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길씨는 SNS에서 환경이나 비거니즘, 동물권 관련 계정을 구독하고 관련 정보들을 실생활 속에서 꾸준하게 접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strong>박소현 사진기자
길씨는 SNS에서 환경이나 비거니즘, 동물권 관련 계정을 구독하고 관련 정보들을 실생활 속에서 꾸준하게 접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소현 사진기자

 

‘◆페스코 베지테리언’을 선택한 이유는

여태껏 십 여년 평생을 논비건으로 살다 하루 아침에 완전한 비건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초반에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가장 접근성이 좋은 것 같아 이로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스무 살부터 시작해서 현재로서는 거의 5년차가 되었네요.

 

길씨는 자신 또한 "비건 지향을 시작하고 완벽한 비건을 향한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말하며, 이런 강박을 내려놓고 느슨한 마음으로 비건 지향 식사를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했다. <strong>박소현 사진기자
길씨는 자신 또한 "비건 지향을 시작하고 완벽한 비건을 향한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말하며, 이런 강박을 내려놓고 느슨한 마음으로 비건 지향 식사를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했다. 박소현 사진기자

 

비건을 고민하는 이화인에게

느슨하게 마음 먹되 실천은 꾸준히 계속하기로 다짐하는 건 어떨까요. 모든 조건을 엄격하게 통제하려고 하면 무엇이든 지속적으로 행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한 명이 완벽하게 비건을 행하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이 조금씩 육식을 지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하더군요. 이처럼 한 개인이 완벽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조금 느리고 부족하더라도 여럿이 다같이 노력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더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한 비건이 되지 못한다고 자책하기보다는 느슨하고 부담 없이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이들을 보고 시작한 텀블러 일상

박수빈씨는 적극적으로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다른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과 그만큼 실천하지 못해 부끄러운 마음도 실천의 원동력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박수빈씨는 적극적으로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다른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과 그만큼 실천하지 못해 부끄러운 마음도 실천의 원동력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승현 사진기자

 

환경 보호를 다짐한 계기

행동하지 못한 게 아니라 행동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인 것 같아요. 대학 입학 이후 친척 집에서 지내게 되었을 때 초등학생 사촌 동생들에게 지구가 아프다는 내용의 동화책을 읽어준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동생들이 지구를 지키는 방법들을 종이에 색연필로 옮겨 적더니 그날부터 바로 신나게 행동으로 옮기더라구요. 눈 앞에 놓인 과제들만 처리하느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 살필 여유가 없었다고 생각해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은 것 같아요.

 

특색있는 텀블러를 만들기 위해 추가적으로 구입한 것이 없냐는 질문에 박씨는 "지구를 위하는 척 마케팅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라고 말하며 '그린워싱' 제품들에 반감을 표했다. <strong> 이승현 사진기자
특색있는 텀블러를 만들기 위해 추가적으로 구입한 것이 없냐는 질문에 박씨는 "지구를 위하는 척 마케팅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라고 말하며 '그린워싱' 제품들에 반감을 표했다. 이승현 사진기자

 

매일 텀블러를 꾸준히 챙길 수 있는 비결은

자신이 사용하기 편하고, 계속 손이 가는 텀블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사용하고 있는 텀블러는 세심한 사람들이 선물해준 작은 용량의 텀블러인데, 휴대하기 편해서 꾸준히 다닐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회용 컵을 아예 사용하지 않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용하게 되면 집으로 가져와 다른 용도로 씁니다. 다육이 화분으로 쓰거나 푸딩을 만들어 먹는 틀로 한번이라도 더 재사용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박수빈씨가 포스코관 지하1층 로비에서 애용하는 텀블러로 물을 마시고 있다. 매번 챙겨 다니기 귀찮지 않냐는 질문에 “이제 익숙해져 오히려 없을 때 허전하다”라고 말했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박수빈씨가 포스코관 지하1층 로비에서 애용하는 텀블러로 물을 마시고 있다. 매번 챙겨 다니기 귀찮지 않냐는 질문에 “이제 익숙해져 오히려 없을 때 허전하다”라고 말했다. 이승현 사진기자

 

환경 보호를 실천하기 위한 나만의 꿀팁은

텀블러 사용 외에도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편입니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가기 전 장바구니 가방을 챙기는 것, 등교 전 텀블러에 보리차를 담아가는 것, 세수하고 난 후 수도꼭지를 차가운 물 방향으로 돌려두는 습관들이 있어요. 또는 메일함을 수시로 정리하거나, 쓴 텀블러를 세척하고 말리는 행동들도 쌓이면 계속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되더라구요. 모두 다 아이들이 나보다 먼저 행동으로 옮긴 일이라, 아이들에게 배웠어요.

 

나만의 식판, 다회용기 

안현주씨가 평소 도시락을 먹는 헬렌관 학생식당에서 도시락을 비우고 뿌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매일매일 도시락과 함께하는 학교생활이 뿌듯하다”고 말하며, “작은 습관이 모여 큰 일이 이뤄진다는 걸 믿는다”고 말했다. <strong>안정연 사진기자
안현주씨가 평소 도시락을 먹는 헬렌관 학생식당에서 도시락을 비우고 뿌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매일매일 도시락과 함께하는 학교생활이 뿌듯하다”고 말하며, “작은 습관이 모여 큰 일이 이뤄진다는 걸 믿는다”고 말했다. 안정연 사진기자

 

다회용기에 주로 담는 것은

주로 어머니께서 매일 다르게 싸주시는 집밥을 싸들고 다닙니다. 수업시간이 애매해서 식사 시간을 잘 챙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싸주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일회용 수저도 쓰지 않고 다회용 도시락과 수저를 들고 다니면서 이 습관이 경제적이기도 하지만 환경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안씨가 등교하며 챙긴 식사와 다회용 수저용기. <strong>안정연 사진기자
안씨가 등교하며 챙긴 식사와 다회용 수저용기. 안정연 사진기자

 

환경 보호를 위한 하루 루틴이 있다면

등교할 때 버스로 5분을 갈지, 도보로 20분을 갈 지 고민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는 매일 이 거리를 걸어다니는데요. 처음에는 출근시간과 겹쳐 혼잡한 버스가 힘들기도 하고,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걸어다닌 것인데 점점 습관이 되어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잠깐의 단발성 행동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생각이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부터 시작하면 반드시 바뀐다’라는 희망적인 마음으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페스코 베지테리언: 채식의 종류 중 육류와 조류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