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중앙도서관 앞 카페. 주문 단말기 키오스크에서 ‘매장에서 먹고가기’를 택해도 음료가 일회용컵에 담겨 나온다. 매장 한편에는 플라스틱컵이 높이 쌓여 있고, 손님들 모두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컵을 사용한다.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이 2018년에 금지됐지만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입학한 지은경(불문⋅22년졸)씨는 “예전보다 플라스틱 컵 사용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일회용품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ECC커피숍만 가도 일회용 빨대, 일회용 컵을 쓰는 게 너무 흔히 보여요.”

 

직원들이 음료를 만드는 매장 한편에 플라스틱 빨대와 컵 홀더, 플라스틱컵 등 일회용품이 가득 쌓여 있다. <strong>김아름빛 기자
직원들이 음료를 만드는 매장 한편에 플라스틱 빨대와 컵 홀더, 플라스틱컵 등 일회용품이 가득 쌓여 있다. 김아름빛 기자

 

일회용품 사용 규제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24일을 앞두고 환경부는 7일 일회용품 관리 방안(관리방안)을 발표했다.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기간을 늘리고, 종이컵은 사용규제 품목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환경부는 2022년 11월24일 음식점, 커피 전문점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며 1년의 계도기간을 뒀었다. 관리방안은 소규모 매장에 비닐봉투 사용 규제 대신 대체품 사용을 유도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일회용품을 줄여 얻는 효과에 견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져야 하는 비용이 크다”는 이유였다.

 

중앙도서관 앞 카페에서 주문한 아메리카노. 매장에서 먹고 가기를 눌러 주문했지만 각각 일회용 플라스틱컵, 종이컵에 담겨 나왔다. <strong>김아름빛 기자
중앙도서관 앞 카페에서 주문한 아메리카노. 매장에서 먹고 가기를 눌러 주문했지만 각각 일회용 플라스틱컵, 종이컵에 담겨 나왔다. 김아름빛 기자

 

거꾸로 가는 환경 정책, 우리 학교는?

코로나로 중단됐던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 규제가 2022년4월 다시 시작됐고 2022년11월에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캠퍼스 내 카페 대부분은 여전히 플라스틱컵,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대학보 취재 결과, 캠퍼스 내 카페 네 곳(▲스타벅스 이대ECC점 ▲이화여자대학교 카페 베리타스 ▲카페아이앤지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점 ▲블루포트 이화여자대학교점) 중 매장 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카페는 대형 프랜차이즈 한 곳이었다.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사용하는 곳은 두 곳, 한 곳은 다회용 컵을 썼지만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더벤티 이화여대포스코관점과 학생문화관(학문관) 카페, 학관 이화상점은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사용하고 있지만 테이크아웃 매장이라 제외했다.

캠퍼스 주변도 큰 차이는 없었다. 계도기간 동안 벌금이 부과되지 않아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나 소규모 카페 대부분이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정문에서 이대 전철역 사이 라이프커피컴퍼니, 카페 라티노 등의 테이크 아웃 카페를 제외하고 취재기자가 확인한 카페 9곳 중 6곳이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3곳 중 2곳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였다.

카페에서 일회용품이 빈번히 사용되는 상황에서 계도기간이 연장되자 학생들은 우려를 표했다. 김지윤(중문⋅22)씨는 “일회용 잔에 음료를 받고 잠시 매장에 앉았더니 나가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일회용품 규제가) 잘 지켜지고 있다”며 “반면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작은 카페는 단속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영(국제⋅19)씨도 “개인 사업장은 일회용품 규제가 있는지도 모를 만큼 일회용품을 많이 쓴다”며 “계도 기간이 연장돼 환경 문제가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본교 학생들은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 김씨는 “불편해도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문제”라며 “계도기간을 거치며 일회용품 사용 금지에 대한 인식이 커졌으니 정책을 시행할 때”라고 말했다. 신가연(간호⋅22)씨는 “1년이면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준 것 같고, 이제는 빨리 시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연수(약학⋅21)씨는 “일회용품 사용 금지가 소상공인에게 힘들 수 있지만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면 우리가 당장 행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본교 근처의 개인 사업자 카페나 소규모 카페 점주들은 일회용품 규제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종이컵 사용이 금지되면 설거지가 늘어나 주문이 몰릴 때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고, 추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제교육관에 위치한 카페아이앤지는 테이크 아웃과 매장 이용 고객 모두에게 일회용 플라스틱컵과 빨대를 제공한다. 점장 ㄱ씨는 “주문이 몰리는데 일회용품을 안 쓰면 음료가 나갈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다회용컵은 고객에게 다 제공되고 나면 플라스틱 컵처럼 급하게 발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취재원 ㄱ씨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취재에 응하지 않아 익명으로 표기했다. 특히 소규모 카페에 타격이 크다. 정문 근처 ‘북카페 파오’를 운영하는 고창빈(28⋅남)씨는 “종이컵을 못 쓰면 설거지가 늘어나 인건비를 더 쓰거나 그만큼 더 일해야 한다“며 “식기 세척기 설치도 힘든 좁은 매장이나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기 어려운 작은 매장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관되지 않은 정책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카페 자리’ 총괄이사 신한샘(33⋅남)씨는 “일회용품 규제 때문에 유리컵과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계도기간이 연장돼 당황스럽다”며 “스테인리스 빨대가 플라스틱보다 훨씬 비싸고 설거지도 해야 하는데 괜한 돈이 나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고씨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도 그렇고 환경 정책이 계속 바뀌어 헷갈린다”며“계도기간을 충분히 줬으니 그냥 빨리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교육관에 있는 카페이앤지. 매장 안에서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있다. <strong>김아름빛 기자
국제교육관에 있는 카페이앤지. 매장 안에서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있다. 김아름빛 기자

 

캠퍼스 내 환경 변화 이끄는 대학생들

교내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학생들의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환경동아리 이큐브(Ecube)는 교내와 캠퍼스 주변 카페를 설득해 함께 텀블러 이벤트를 진행한다. 10월13일~12월29일 한우리집의 ‘보틀 그라운드’ 카페와 E-House(이하우스) 카페 ‘리앤이라마띠네’에서 텀블러로 음료를 마시고 스탬프를 모으면 원하는 음료로 바꿔주는 이벤트다. 이큐브 공동대표 김민주(환경⋅22)씨는 “이벤트가 끝나도 스탬프를 모으는 제도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친환경적인 사업장이 되면 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사장님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약 20명 이상이 텀블러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 달에 약 2000매가 소진되는 등 학생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사업은 사탕수수 종이 배치다. 이큐브는 10월13일~12월29일까지 학문관 1층 인쇄실에 사탕수수 종이를 무료로 배치한다. 종이를 따로 구매하지 않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김씨는 “좋은 재질의 사탕수수 종이를 통해 친환경이 다 불편한 게 아니고, 똑같은 질의 종이로도 탄소 절감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큐브는 2022년 대동제에서 다회용품 무인 반납도 시도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더벤티’와 협력해 음료를 마신 후 학문관 무인 반납기에 반납하도록 했다. 김씨는 “‘생활 습관도 이화 그린으로 물들이자’는 이큐브의 슬로건처럼 친환경 활동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계획, 실행하는 이화 DnA Lab에 참여해 일회용품 분리배출에 나선 학생들도 있었다. 팀 ‘Zeroro’의 박지원(교공⋅21)씨와 홍지영(영문⋅21)씨를 비롯한 5명의 팀원들이다. 이들은 ‘올바른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오픈부스’를 운영해 올바른 페트병 분리배출법을 알렸다. 페트병을 가져오면 간식으로 바꿔주고, 수집한 페트병을 신촌기차역 앞에 위치한 ‘오늘의 분리수거’ 수거함에 배출했다. 오늘의 분리수거는 수거함에 투명 페트병을 분리배출하면 포인트를 주는 어플리케이션이다. Zeroro는 프로젝트 진행 중 교내 쓰레기가 소각 처리된다는 걸 알게 됐다. 홍씨는 “학교에서 소각하는 대신 재활용할 방법이 있다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Zeroro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니까 우리가 문제를 찾고 문제를 제기해보자”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Zeroro는 학생들이 쉽게 텀블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텀블러 세척기를 학문관에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앙대에서는 ‘감자튀김에 초장’ vs ‘회에 케찹’, ‘사람 얼굴에 치와와 몸’ vs ‘치와와 얼굴에 사람 몸’ 같은 항목에 투표할 수 있는 분리수거 박스가 설치돼 화제가 됐다. 10월24일 중앙대 학내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된 분리수거 박스에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중앙대 재학생 이자 ‘사라나지구’ 서사라 대표다. 3년간의 휴학 후 학교에 돌아온 서 대표는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일회용품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껴 아이디어를 냈다. 서 대표는 “(분리수거 박스가) 화제가 돼 실제로 학생이 분리수거에 많이 참여했고 변화가 일어난 것 같아서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서 대표가 직접 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설치한 뒤 3~4시간 동안 100개가 넘는 컵홀더와 약 80개의 빨대가 분리배출 돼 있었다. 사라나지구에서 서 대표의 분리수거 박스를 제작해 모집을 통해 타 학교에도 설치할 예정이다.

사라나지구가 만드는 지구자판기가 학생문화관 B1층에 설치돼 있다. 빈 용기를 저울에 올려 영점을 맞춘 뒤, 원하는 그램수 대로 세제를 받으면 된다. <strong>김아름빛 기자
사라나지구가 만드는 지구자판기가 학생문화관 B1층에 설치돼 있다. 빈 용기를 저울에 올려 영점을 맞춘 뒤, 원하는 그램수 대로 세제를 받으면 된다. 김아름빛 기자
지구자판기 왼편에는 작은 제로웨이스트샵도 마련돼 있다. <strong>김아름빛 기자
지구자판기 왼편에는 작은 제로웨이스트샵도 마련돼 있다. 김아름빛 기자

서 대표가 운영하는 사라나지구는 ‘지구 자판기’를 만들기도 했다. 지구 자판기는 세제를 받을 수 있는 무인 리필스테이션이다. 국내에는 샴푸, 세제 리필스테이션이 적다는 점에 착안해 무인 자판기로 접근성을 높이고자 시작된 사업이다. 서 대표가 만든 지구자판기에서 QR코드를 스캔해 100ml당 700원을 지불하면 세제를 받을 수 있다. 서 대표가 이끄는 사라나지구의 목표는 ‘누구나 지구를 지킬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서 대표는 “누구나 친환경 소비를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구 자판기는 4일 본교 학문관에도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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