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을 거쳐 종심에 올라 온 5편의 작품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시가 ‘진선미’의 본질을 추구한다는 기본 가치를 전제로 얼마만큼 소제와 주제의 통일성을 이루며 주제의식을 끝까지 기승전결로 잘 형상화했는가, 표현의 미는 적절한 비유와 직유와 은유를 통해서 얼마만큼 나타냈는가, 시적 이미지는 잘 주제에 맞게 잘 형상화되었는가 등을 중시했다. 끝으로 시가 주는 감동이 있었는가 하는 시적 완성도를 봤다.

김혜원의 <요양원에서>는 제목에 걸맞은 주제의식을 끝까지 잘 풀어나갔다. 작가의 긍휼하고 따뜻한 마음이 눈물에 녹아 길을 만들고 있다. 아마도 가족이나 친척, 혹은 가까운 누군가가 요양원에 있었던 것 같다. 방문한 경험을 시로 쓴 듯하다. 허구나 상상이 아닌 진실을 가슴으로 풀어 쓴 시이다. 그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마지막 결구를 멋지게 마무리함으로써 시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내 마음을 도려내 만든 눈물/내 마음을 도려내 만든 사랑아,”

요즘 시적 테크닉만 배워서 멋진 구절만 나열하는 머리로 쓴 시가 많은데 이 작품은 가슴으로 쓴 시이기 때문에 감동을 준다. 자기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정성이 표현되는 시라야 감동을 주는 것이다. 자기 자신도 감동하지 못하고 쓴 시는 남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한다. 감동이 없는 시는 생명이 없는 시이다. 그러나 대상으로 선정하기에는 중간 전개 부분에서 비유, 은유 등에 미흡한 구석이 있어 최우수작으로 선했다.

<적막>을 쓴 이비아는 시적 형상화가 뛰어나다. 적막의 공간을 심화시키기 위해 소음을 대비시킨다. 오래된 방앗간의 떨림과 아이들의 뛰어나와 떠드는 소리, 고양이 가르릉 소리 등 적막에 대비한 청음효과와 오래된 방앗간의 소리를 “쌓인 먼지를 토해내는 기침” 소리로 비유하는 등 청음화시킨 표현도 놀랍지만 “사람들은 서로의 진동수를 맞추어 갔다”라는 대목에서 작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잃어진 옛것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감성이 시 전반에 녹아 있다.

시인이란 남이 볼 수 없는 것을 보아야 하고 남이 들을 수 없는 것을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사물과 삶 앞에서 남이 깨달을 수 없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선미를 추구하는 시를 쓸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정다운의 <이륙>도 아주 좋은 작품인데 탈락시킨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 좋은 작품으로 다음 도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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