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부문 후보작 10여 편 중에 2편이 최종 후보작으로 올라왔다. 임성미의 <소극>과 양여경의 <꿰매고 사랑하는 일>이다. 어느 작품을 문학상 수상 작품으로 선정할지 고심하면서 읽었다.

수필은 붓 가는대로 쓰는 작품이 아니다. 수필은 타 장르의 문학에 비해 자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자조문학(白照文學)이다. 정(情)의 미학이고 고백적인 문학이다. 나의 심적 나상을 진솔하게 그리는 문학이다. 수필 속의 인물은 곧 나다. 수필 쓰는 것이 수월한 듯하지만, 감동 어린 작품 한 편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후보작을 읽으면서 필요 없이 미사여구를 쓰지 않았는가, 문장력이 탄탄한가,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끌면서 주제를 형상화했는가, 수필의 특성을 살렸는가를 살펴보았다.

<소극>은 서울역 근처 무료 진료소에서 봉사단원으로 일하면서 찾아오는 환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봉사단원으로 예진 업무를 맡으며 하루에 20여 명씩 찾아오는 환자들을 관찰했다. “진료소의 이용자는 대부분 홈리스이다. 척 보기에 남루한 옷차림과 행색, 저절로 숨이 참아지는 겹겹이 눌러 쌓인 세월의 냄새, 인생의 파도가 만들어낸 주름과 각질, 검고 누런 때에 새겨진 저마다의 사정, 나는 이들과 얼굴을 마주하여 이들의 모습에 거칠게 표현된 삶의 자취의 일말을 가만히 들여다볼 뿐이다.”

그중에 한 남자는 응급실로 가야 하는 환자이다. 그러나 응급실로 가라는 의사들의 권고를 묵살하고 골판지 박스로 만들어진 보금자리로 들어가 눕는다. 작가는 처지가 딱한 그 환자에게 적극적이고 따뜻한 손길을 건네지 못했다. 왜 그러는지를 고민한다. 그것은 이곳 홈리스 환자들의 둔중한 상처를 직면하는 것. 그 자체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속마음을 열어 본다.

<꿰매고 사랑하는 일>은 추석날 할머니 댁을 방문하면서 옆집 강아지에게 물린 이야기다. 작가는 일주일 입원하면서 물린 상처가 깊은 만큼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도 깊었다고 생각한다. 두 작품 모두 문장력도 탄탄하고 내적인 성찰도 깊었다. 그러나 문장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임성미의 <소극>을 수상작으로 뽑았다.

재학생들의 문학을 향한 사랑이 더욱 꽃피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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