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여성 경호원, 드라마 ‘황후의 품격’(2018)의 최팀장, ‘술꾼도시여자들2’(2022)의 진상 고객 등 수많은 타이틀을 가진 동문 이수련(영문·00년졸)씨를 18일 만났다. 가을바람처럼 시원한 성격의 이씨는 자신이 지나온 경험을 말하며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국내 최초 여성 대통령 경호원에 이어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이수련씨.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요”라는 그는 다양한 도전에 두려움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뛰어든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국내 최초 여성 대통령 경호원에 이어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이수련씨.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요”라는 그는 다양한 도전에 두려움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뛰어든다. 이승현 사진기자

 

국내 최초 여성 대통령 경호원, 이수련

고등학생 시절의 이씨는 육군 장교를 꿈꿨으나 선천적으로 앓던 심장병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던 이씨는 여성 대통령 경호원 공채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했다. 마음 한구석에 강인한 이미지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지원을 결심했다. 경호원 시험은 언론사 시험에서 요구하는 영어 수준과 비슷해 이씨에게 유리했다. 

‘청와대 1호 여성 경호원’이 된 이씨에겐 쉽지 않은 생활이 펼쳐졌다. 여성이 없던 조직에서 여성으로서 존중받기에는 너무 일렀기 때문이다. 이씨는 “안되면 되게 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군대 생활과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2005년 60주년 광복절 기념식은 이씨가 경호원으로 생활한 지 얼마 안 됐던 터라 가장 힘들었던 행사였다. 행사 한 달 전부터 광화문 일대의 모든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보고, 지하의 구조를 파악하며 대통령의 예상 동선 수십 가지를 만들어 냈다. 어떤 돌발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행사 당일에는 초긴장의 상태로 지냈다”고 말하며 8월의 뜨거운 햇볕 아래서 대통령을 경호하던 때를 떠올리기도 했다. 

 

수많은 수식어, 그 뒤엔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다

이씨는 도전 중독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안주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이씨의 최근 도전기는 낚시, 복어 조리 자격증 따기 등 다양했다. 그런 이씨에게 경호원이라는 직업은 안정감을 주지만 다른 분야를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없다는 제한점이 크게 느껴졌다. 이씨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돌아보며 새로운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직업으로 배우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연기 비전공자와 33살의 나이. 배우가 되겠다는 그의 결심에 주변 사람들은 회의적이었다. 왜 안정적인 직장을 스스로 포기하냐는 것이다. 이에 이씨는 경호원 시절 배웠던 “안 되면 되게 하라"라는 마음가짐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스스로의 위치를 인지하고 바닥부터 시작했다”며 초창기의 오디션을 떠올렸다. 이씨는 늘 무표정을 유지해야 했던 경호원과 달리 표정에 다양한 감정이 드러나야 하는 점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연기를 처음 배울 때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알려줄 선배도 없던 터라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입시 연기를 가르치는 학원에 무작정 찾아갔다. 이씨보다 10살, 20살 어린 아이들과 함께 웃다가 울거나 네발로 기는 연기를 해야 했음에도 마음을 먹으면 어떻게든 해내던 때를 떠올렸다.

연기 비전공자와 33살의 나이를 이유로 때론 오디션 문턱에서 무시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이에 맞는 역할을 연기하면 되고, 개성파 배우가 되면 된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연기에 집중했다.

이씨는 아주 작은 단역과 액션 연기를 차곡차곡 모아 본인만의 필모그래피를 만들며 스스로 가치를 키워 나갔다. 최근 가장 주목 받은 작품은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2(2022)’의 단역인 ‘진상 고객’ 역할이다. 이씨는 “하루에 치킨을 세 번 시켜 먹는 진상 고객으로 SNS상에서 꽤나 유명해졌다”며 “진상 고객에 대한 욕으로 가득한 댓글 창이 기분 좋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될 만큼 배역을 소화했다는 생각에 이씨는 뿌듯함을 느꼈다.

이씨는 이름 석 자보다도 작품으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자 한다. 작품에 완벽히 녹아들어 배우가 누구일지 조차 생각하지 못하게끔 만드는 그런 배우를 꿈꾼다.

 

"뭐든지 도전해 봐라"라는 진심 어린 조언을 후배들에게 건넨 이수련씨.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뭐든지 도전해 봐라"라는 진심 어린 조언을 후배들에게 건넨 이수련씨. 이승현 사진기자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니까

이씨는 다양한 도전에 두려움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뛰어든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가만히 있으면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어서 스스로를 약간 못살게 구는 게 좋아요" 

이씨는 작품활동을 쉬는 시기엔 남는 시간을 집 밖으로 돌아다니며 보낸다. 집 근처에서 검도를 배우거나 낚시하러 여행을 가기도 한다. 이씨는 집 안에서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어렵다며 웃음 지었다.  “인생에 주어진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다양한 경험을 위해 쓰면서 재미있게 사려고 한다”는 이씨의 말에서 계속해서 도전할 분야를 찾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씨는 5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생존 전투 서바이벌 예능 ‘사이렌: 불의 섬’(2023)에 경호팀장으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지의 섬에서 총 24명의 여성이 6개의 직업군별로 팀을 이뤄 생존전략과 전투력을 이용해 서로의 기지를 빼앗는 경쟁을 다룬 프로그램이다. 이씨는 “내가 예전에 어떤 일을 했으며, 이 일에 큰 사명감을 가졌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라 도전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씨가 최근 도전장을 내민 것은 책 집필이다. 책 ‘청와대를 떠난 배우'는 10월17일에 출간됐으며 이씨의 일대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에세이 모음집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 몰라도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좀 알겠다는 생각에 책을 썼다”며 “미래에 대한 막연함이 불안이 아니라 설렘이길 바란다"며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씨는 본교 후배들에게 “진부하지만 뭐든지 도전해 봐라"라는 조언을 건넸다. 이씨는 “내 인생을 어떻게 그려나갈지는 온전히 내 몫"이라며 강조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배우의 삶에 빠져들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할 이씨의 찬란한 미래가 기대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