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현이(경제·12년졸)씨는 2005년 슈퍼모델 선발대회로 데뷔한 뒤 한국을 대표하는 모델로서 전세계의 런웨이를 누볐다. 한국을 대표하는 하이패션 모델로 활약했다. 2021년 SBS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 출연을 시작으로 같은 해스포츠 예능 ‘골때리는 그녀들(골때녀)’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대학생에서 모델로, 그리고 엔터테이너까지 자신의 세계관을 무한히 확장 중인 모델 이현이씨를 만났다.

“뭐든 기회가 주어지면 ‘해보지 뭐. 안 되면 말고. 인생은 기니까’라는 자세로 여기까지 왔어요”

당당한 표정을 짓는 모델 이현이. 그는 어떤 기회가 주어지든 놓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strong>박소현 사진기자
당당한 표정을 짓는 모델 이현이. 그는 어떤 기회가 주어지든 놓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소현 사진기자

 

겁 없이 세계를 넓히다

웃음기 없는 무표정,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 런웨이를 압도하는 이씨의 워킹에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고정된다. 하지만 이씨에게 모델의 모습만 있는 건 아니다. 이씨는 완벽한 모습을 추구하는 모델에서 진솔한 모습을 보이는 방송인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방송 출연 계기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깊이 고민을 하지 않는 사람인데, 제가 오직 일에만 바쁘게 집중하는 기질이 있어요.” 바쁜 일상을 추구하는 성향 탓에 일을 찾다 보니 방송에 진출하게 됐다.

2011년, 깊은 고민 없이 뛰어든 방송계는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촬영 전에는 온 몸이 긴장감으로 뒤덮였고, 급기야 자신이 나온 방송을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탑 모델로서 전 세계 사람들의 앞에 서며 뭐든 못할 건 없다는 담대한 생각을 가진 그에게 방송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방송 화면 속 본인의 모습은 누구보다 낯설게 느껴졌다. 자신도 모르게 방송을 의식하며 꾸며내려 했기 때문이다.

이씨가 본격적으로 방송의 매력에 빠진 건 방송 추세가 ‘리얼리티’로 바뀐 이후였다. 패션을 다루는 방송에 주로 출연해오던 이씨는 2021년부터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과 같은 리얼리티 예능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동상이몽을 비롯해 골때녀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으며 ‘그냥 내 모습 그대로 방송에 나와도 괜찮구나’라는 걸 느끼니까 방송이 재밌어지더라고요”

프로 모델에서 구척장신 주장으로 대중 앞에 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방송에 재미를 붙인 이씨는 계속해서 대중에게 솔직하게 다가가고자 했다. 6월에는 유튜브 ‘밉지 않은 관종 언니’ 채널에 업로드된 ‘찐친 애 엄마들의 화끈한 일탈 vlog (대박 웃김, 이지혜, 이현이, 이혜정)’ 영상에서는 모유수유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했다. 카메라가 스무 대 넘게 동원되는 방송과 달리 두 대의 카메라가 전부인 유튜브 촬영은 새로웠다. 자유로운 환경에서의 촬영인지라 정말 친한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처럼 대화했다. 평소 방송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과감한 말들도 했다. 이씨는 올라온 영상을 보고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라며 내심 걱정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이씨의 걱정과 전혀 달랐다. 해당 영상에는 ‘현이님 말에 공감돼서 빵 터졌어요’, ‘이현이씨가 (중단한) 유튜브 활동을 다시 하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와 같은 댓글들이 달렸다. 이씨가 솔직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리얼리티는 그의 방송 인생에서 핵심이 되는 단어다. 특히, 골때녀는 그가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만들었다. 3년째 축구 경기를 하며 울고 웃는 ‘사람 이현이’가 방송에 담긴다. 골때녀에는 모델 선배 송경아씨와 한혜진씨가 모델팀에서 이미 활약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됐다. 축구에 별다른 흥미 없이 모델팀에 합류한 이씨는 이제 어느새 상대 팀의 골대만 바라보며 득점의 기회를 엿본다. 그렇게 들어간 골에 누구보다 기뻐하며 경기에 임하다보니 어느새 주장 완장까지 차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팀원들과의 협력을 배웠고, 주로 혼자 일하는 모델 활동에서 접해보지 못한 색다른 성취감도 느꼈다.

골때녀 주장 이현이의 카메라 앞 열정과 진심은 대중에게도 통했다. 한 택시 기사는 골때녀를 보기 위해 방송이 방영하는 수요일을 휴무일로 정했다며 말을 건네기도 했다. “사람들이 골때녀에서 제 별명인 ‘구척장신’을 얘기하면서 저를 엄청 알아보세요. 그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골때녀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진심 어린 조언이 많이 올라온다. 이씨는 사람들의 조언이 그의 진심이 통한 증거라고 여긴다. ‘거기서 찬스를 놓치면 어떡하나요’나 ‘어떻게 그 패스를 못 받을 수 있나요’라는 내용의 실제 운동선수가 받을 법한 피드백도 많이 받는다. 시청자들의 애정 어린 조언을 읽으며, 이씨는 자신의 진심이 닿았다는 뿌듯함과 더불어 삶의 원동력을 얻는다.

사람들에게 솔직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현이씨. 카메라의 앞, 뒤 모습이 같다는 그는 사진 속 모델처럼 실제로도 멋있는 사람이었다. <strong>박소현 사진기자
사람들에게 솔직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현이씨. 카메라의 앞, 뒤 모습이 같다는 그는 사진 속 모델처럼 실제로도 멋있는 사람이었다. 박소현 사진기자

 

작은 목표를 이뤄, 수많은 이현이가 되다

이씨는 평범한 대학생에서 모델을 거쳐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넓혔다. 그 누구도 경제학을 공부하던 학생이 세계적인 모델, 심지어 축구팀 주장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씨는 현재 방송인에서 부모라는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후배 이화인들에게 도전의 경험이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목표를 정해 도전하고 성취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은 목표부터 차근차근 이뤄 현재의 이현이에 이른 그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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