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청년, 지역. 이 세 단어로 이루어진 사회적 기업 ‘오요리아시아’는 요식업계에서 이주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쓴다. 2008년 홍대 다문화 레스토랑 ‘오요리’에서 시작한 오요리아시아는 이주여성들과 청년들을 고용해 교육한 후 독립적인 요리점 개점까지 돕는다. 경제가 침체된 지역 시설을 위탁 운영하고, 지역 자체 경제적 자립을 돕기도 한다. 15년 동안 강원도, 제주, 네팔 그리고 태국까지 횡단하며 아시아 빈곤 여성들과 지역 청년들의 자립을 도와온 오요리아시아 이지혜 대표(교육·98년 졸)를 만나봤다.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

졸업 후 1999년, 이 대표는 IT회사에서 마 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로 대학원에서 학업을 지속하는 것 대신 경제적 안정을 택한 것이다. 당시 국내에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도입되고성인 방송 시장이 인터넷 시장의 핵심 산업인 상황이었다. 이 대표는 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사람들이 방송 시청을 위해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일을 맡았다. 대학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며 많은 집회와 여성 운동에 참여한 이 대표는 회사 업무를 반여성적인 행동으로 느껴 많은 고민에 빠졌다. 이 대표는 “학교에서의 경험과 달리 내 회사 생활은 반여성적인 행동이라 모순적이라 느꼈다”고 말했다.

'오요리아시아'의 창업자 이지혜 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 제공=오요리아시아
'오요리아시아'의 창업자 이지혜 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 제공=오요리아시아

이 대표는 대학 시절 관심 있던 사회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항상 재밌는 일을 하고 싶어하던 그는 “재밌고 사회적인 일을 해보자”는 공동 창업 제안을 수락해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기업인 ‘오가니제이션 요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 대표는 이주 여성들을 위한 사업 제안을 받았다. 지향하는 사업방향이 달라 공동창업은 서로의 길을 찾아갔다. 공동 창업자인 한영미 대표는 청소년 요리 대안 학교인 '영쉐프'로, 이 대표는 아시아 이주 여성 일자리 창출을 돕는 오요리아시아로 각각 독립했다. 

이 대표는 '우리 회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있는 것이지 더 잘살려고, 더 돈 벌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며 이주 여성들과 일하기 택한 이유를 밝혔다. 2011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개정돼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이 매 5년 단위로 수립되도록 지정됐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이주 여성들의 삶과 일자리 개선을 향한 사회적 움직임이 시작됐다. 다른 여성 집단보다 이주 여성들을 향한 도움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이 대표도 2012년 5월부터 여성가족부 공보사업인 '결혼이주여성 직업훈련 및 직종개발 사업'을 진행하며 주식회사 오요리아시아의 독립 법인을 신설했다.

 

네팔, 태국, 강원 그리고 제주

독립한 오요리아시아의 첫 사업은 네팔에서 시작했다. 국내로 온 아시아 이주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로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타지로 건너온 이주 여성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주 여성들이 일자리를 구해 돈을 벌어도 경제적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주 여성들의 삶을 바꾸려면, 본인의 국가에서 경제적 자립을 이루도록 돕는 것을 근본적 해결책으로 판단했다.  

오요리아시아는 공정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네팔 카트만두에 위치한 S.E.A 센터 (Social Enterprise Activity Center) 건물에서 카페 마띠니(Cafe Mitini)를 개점했다. 한국의 공정여행 사회적 기업 ‘트래블러스 맵’ 과 공정무역 사회적기업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와 함께였다. 

네팔에 건너간 이 대표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어려움은 환경적 열악함이 아닌 문화적 차이였다. 전기가 지역마다 돌아가며 끊기고, 수도에서 흙탕물이 나오는 등 환경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국내와 완전히 다른 문화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전국적으로 노동법이 통일된 국내와 달리 네팔은 지역마다 노동법이 달랐고, 여전히 신분제의 여파가 남아있었다. 이 대표는 “직원 교육중에 계급을 이유로 설거지나 화장실 청소를 안 하는 직원도 많았다”며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화장실 청소만을 전담하는 새로운 직원을 고용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 직원이 여러 업무를 담당하는 국내와 다른 네팔의 노동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며 카페 마띠니를 확장했다.

 

2017년 카페 미티니(Cafe Mitini) 2호점 개점을 축하하는 이지혜 대표(오른쪽)와 사장 Dawa씨(왼쪽). 제공=오요리아시아
2017년 카페 미티니(Cafe Mitini) 2호점 개점을 축하하는 이지혜 대표(오른쪽)와 사장 Dawa씨(왼쪽). 제공=오요리아시아

 

2017년부터 근무한 직원인 네팔 여성 다와 (Dawa sherpha)씨에게 맡긴 카페 마띠니는 2022년 오요리아시아의 각종 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4호점까지 개점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도 ‘OYORI the Grill’을 오픈하며 아시아 전역에 사회적 기업 오요리아시아의 이름을 알렸다.

네팔 다음은 강원도였다. 국내 시장으로 돌아온 오요리아시아는 2018년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폐기차역을 활용한 ‘석항트레인스테이’ 위탁운영을 시작했다. 오요리아시아는 더이상 기차가 서지 않는 석항역에 열차 외관의 숙박 시설을 만들고, 지역 주민들에게 역량강화 교육과 운영 규칙을 제공했다. 위탁 운영이 끝난 후에도 지역 주민들이 경제적 자립을 실현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갑자기 나타난 외지인을 향한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있었다. 좌절하지 않고 이 대표는 오히려 정직하고 성실한 근무에 집중하며 직원들을 이끌었다. 이 대표는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설명보다는 성과로 보여주기 위해 묵묵히 일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탁 운영 기간 2년 이 지나고는, 유리창을 깼던 이장님께 “수고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제주에서도 지역 활성화를 위한 오요리 아시아의 노력은 계속됐다. 사단법인 ‘제주 올레‘와 함께 제주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를 주관하며 청년 예비 창업자들을 키워나갔다.

 

사회적 기업의 대표라는 것은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일에는 일반 기업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오요리아시아는 특히 이주 여성들과 보육원 출신 청년들에게 외식업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에 공을 들였다. 단순히 레시피를 암기하는 직원이 아닌 식문화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직원을 목표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이주 여성들을 위해서는 많은 정규직 고용도 필요했다.

제주도에 위치한 스페니쉬 레스토랑 ‘떼레노(Terreno)’는 이러한 이 대표의 고민 속에서 탄생했다. 이 대표는 사회의 어려운 자들을 돕겠다는 기업이 고급 다이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이 맞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조력자 신승환 셰프의 “1만5000원짜리 메뉴를 팔아서 언제 이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 수 있겠냐”는 조언은 그에게 큰 울림이 됐다. 2년 연속 미쉐린 원스타에 선발되기도 한 ‘떼레노’는 요리사를 꿈꾸는 보육원 청년들에게 체험과 교육 기회를 제공해 왔다.

딸에게 창업을 추천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창업을 “실패를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 좋은 기회”라 고 말했다. 실패에 부딪히는 과정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가장 잘 알려주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좋은 창업 멘토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새로운 길을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반대보다는 응원을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주여성과 지역, 그리고 청년까지 사회적 가치 창출의 영역을 확장해 온 오요리아시아는 현재 IT산업 분야로 나가고자 한다. 오요리 아시아의 자회사 ‘캐츠아이(CATSAI)’ 가 그 시작이다. 특허 개발한AI로 손님이 음식을 먹은 뒤의 표정 등 고객의 반응을 측정한다. 이 대표는 “이제는 이지혜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회사 직원들이 원하는 사업을 하고자 한다”며 “오요리아시아는 지금 방향 조정 중”이라 말했다. 전국과 아시아를 횡단하는 오요리아시아의 모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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