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0일은 해양경찰의 날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영해는 45만㎢로 영토의 약 4.6배다. 해양경찰청은 전국에 5개의 지방청과 364척의 경비함정을 두고 해양주권 수호, 해양 범죄 및 사고 수사, 해양오염 방제, 해상 교통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해양경찰의 날’ 70주년을 맞아 송도 해양경찰청에서 바다를 지키는 안지현(국제중국어교육 석사·19년졸)경위를 만났다.

인천 송도에 있는 해양경찰청에서 안지현 경위를 만났다. <strong>이자빈 사진기자
인천 송도에 있는 해양경찰청에서 안지현 경위를 만났다. 이자빈 사진기자

 

신임 해경을 위한 효율적인 중국어 교육

안 경위는 2016년도부터 2년 간 신임 해양경찰관과 기존 해양경찰관을 교육하는 해양경찰 교육원에서 중국어 교수요원으로 근무했다. 해양경찰 교육원은 전남 여수에 위치해 신임 채용된 경찰관들이 기본 실무를 익힐 수 있게 1년 간 교육하거나 기존 직원들이 새 업무를 익힐 수 있는 보수 교육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안 경위는 신임 채용된 후배들에게 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중국어를 가르쳤다. 중국의 불법 어선들을 통제하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기 위함이다. 한때 중국어 교사를 꿈꿨던 안 경위는 “잘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안 경위는 짧은 교육 수강만으로 신임 경찰들이 현장 근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1년 간의 신임 교육 중 중국어를 가르칠 시간은 총 16시간뿐이었기 때문이다. 안 경위는 후배들이 현장에 나가 언어 때문에 생기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제대로 된 교육을 진행하길 바랐다. 안 경위는 교육 전문성을 높이고자 본교 외국어교육특수대학원으로 진학을 결심했다.

안 경위는 대학원에서 야간 교육을 받고, 당일 다시 여수로 내려가 해경 교육에 이를 적용했다. 대학원 국제중국어교육학과에 진학한 안 경위는 학습 몰입을 높일 방법으로 “멀티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라”고 교육받았다. 핸드폰과 노트북의 화면을 연동하는 미러링을 활용해 학습 효율을 높이고자 했다. 안 경위는 간체자 키보드 마이크를 이용해 신임 후배들의 중국어 발음을 교정했다. 간체자 키보드 마이크에 중국어를 발음하면 키보드가 이를 인식한다. 그는 16시간 내로 업무에 필요한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선 실용적인 학습 도구,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경찰 배인 경비함정에서 근무 경력이 있던 안 경위는 현장에서 필요한 중국어 어휘를 잘 알고 있어 ‘나와’, ‘앉아’, ‘움직이지 마’ 등의 실용 단어를 골라 가르쳤다.

안지현 경위는 18년 넘게 우리나라 바다를 지키는 해양경찰로 근무하고 있다. 오전4시에 일어나 육아, 글쓰기, 달리기 등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는 동시에 해양경찰로서의 사명감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strong>이자빈 사진기자
안지현 경위는 18년 넘게 우리나라 바다를 지키는 해양경찰로 근무하고 있다. 오전4시에 일어나 육아, 글쓰기, 달리기 등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는 동시에 해양경찰로서의 사명감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자빈 사진기자

 

바다의 최전방에서 일하다

안 경위는 오전4시에 일어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본인만의 시간을 보낸다. 두 아이의 엄마인 안 경위가 자신에게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새벽뿐이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방법인지,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은 2022년 출간한 그의 책 '자기계발 절대로 하지 마라 그 대신 이건 꼭 해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최근 안 경위는 네이버 블로그에 2007년 ‘골든로즈호 침몰 사고’에 출동해 당시 상황을 교신해야 했던 본인의 현장경험을 기록했다. ‘골든로즈호 침몰 사고’는 중국 발해만에서 항해하던 우리나라 화물선 골든로즈호가 중국의 화물선과 충돌 후 침몰해 탑승 선원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다. 본인의 이야기를 기록하려는 사적인 목적에서 시작된 글쓰기는 경찰로서의 사명감을 느끼게 했다. 골든로즈호 선원의 유족이 당시 안 경위의 노력에 대한 감사의 댓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안 경위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치 있다”며 해경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 “삶의 원동력은 자기애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이 세상에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길 바라요.”

2007년 태안에서 발생한 허베이 스피릿호 원유 유출 사고에도 안 경위가 있었다. 당시 서해에서 가장 큰 규모인 3,000톤의 함정에서 근무하던 안 경위는 한 번 승선할 때마다 8박9일 간 배타적 경제 수역(EEZ)까지 출동을 나갔다. 중국 불법 어선들의 침범을 단속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허베이 스피릿호 원유 유출 사고와 같이 국가적으로 큰 해양 사고에는 큰 배들이 동원된다. 그는 “전국의 해경이 긴급 출동 명령을 받고 도착한 사고 해역은 처참했어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해수면과 함정의 높이 차이로 허리가 뻐근하고 기름 냄새로 인해 머리가 깨질 듯했다고 한다. “방제복을 입었는데도 피부를 파고드는 기름때에 고통스러웠지만 해양경찰로서의 일상이기에 이 또한 열심히, 묵묵히 해냈죠." 안 경위는 웃으며 말했다.

바다의 최전선에서 대한민국 영해를 지키고 있는 안지현 해양경찰. 이자빈 사진기자
바다의 최전선에서 대한민국 영해를 지키고 있는 안지현 해양경찰. 이자빈 사진기자

안 경위는 다가오는 2025년 목포에 새로운 함정 정비창을 설립하기 위한 ‘서부정비창 신설 추진단’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서부정비창설립은 1994년에 지어진 부산 정비창을 확충하기 위함이다. 국내 364척의 모든 함정을 정비하는 부산 정비창은 노후화돼 새로운 정비창이 필요하다. 안 경위는 서부정비창 설립 추진에 필요한 사업 지원 업무와 미래 스타트 정비창 구축체계마련을 위한 R&D(연구개발)업무를 담당한다.일한 지 18년이 넘었음에도 안 경위는 매일 아침 제복을 입으며 사명감을 다진다. 그는 “제복을 입고 있는 한, 모든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주어진 일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미란다 원칙: 경찰이나 검찰이 범죄용의자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음을 미리 알려 줘야야 한다는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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