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요트부는 “애초에 군기 문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백가은 기자
이화요트부는 “애초에 군기 문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백가은 기자

 

그때 요트부에서는 어떤 일이

2022년 9월, 교내 중앙 동아리 ‘이화요트부(요트부)’에서 발생한 선후배 위계질서와 부원 간 따돌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요트부 신입 부원이던 외국인 유학생 ㄱ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 자신이 요트부 해양 훈련에서 지속적으로 언어폭력과 은근한 괴롭힘을 당했으며, 이후 일방적인 탈퇴를 통보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공론화했다. 이에 요트부는 입장문을 세 차례 게시했고, 이 과정에서 요트부 목격자들의 익명 폭로와 전 요트부 신정문(전자전기·22)씨의 입장문 발표가 이어졌다. 본교 동아리연합회(동연)는 11개월 동안 해당 사건의 진상 조사를 진행했고 6월30일 요트부 공론화 사건 조사 결과 및 후속 대책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2년 9월13일 ㄱ씨는 집행부원으로부터 “단체 생활에 맞지 않으니 동아리를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ㄱ씨는 공론화 당시, 해양 훈련 도중 집행부원이 “모든 부원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언어폭력을 행사했다”고 전했다.

집행부 입장문에 따르면 “해양 훈련 중 타학교에서 요트 탑승 시 시간, 차례와 관련해 ㄱ씨를 향한 항의가 들어왔다”며 “ㄱ씨의 행동이 개선되지 않을 시 동아리 활동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 씨는 입장문에서 “요트 탑승 시간과 차례에 대해 공지받은 적 없다”며 “당시 신입 부원은 별다른 제약 없이 요트를 탈 수 있었다”고 말했다. ㄱ씨도 다른 신입 부원과 같이 탈퇴 사유로 언급된 요트 탑승 차례나 시간을 전달받지 못한 것이다.

집행부 내부에 ㄱ씨의 탈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일방적인 퇴출을 막을 수는 없었다. ㄱ씨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된 탈퇴는 집행부원 사이에서도 제대로 된 협의나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에 원다연 요트부 현 회장은 “애초에 요트부 탈퇴 관련 내규가 없었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난 현 상황은

동연은 7월16일 징계심의결과보고서에서 ‘동아리 운영 체계 미비로 인한 안전 상의 중대한 문제’ 위반으로 요트부의 자체 해산을 권고했다. 징계심의결과보고서에 따른 자체 해산 권고는 강제 사항이 아니기에 요트부가 자율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다경 동연 회장은 “(동연이라는) 학생 조직에서 공식적인 징계를 내렸다는 것 자체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요트부 원 회장은 징계심의결과보고서에 따른 조치로 “동아리 내부적으로 안전 교육을 실시하겠지만, 그래도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외부 교육 강의를 활동 계획에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동연의 징계심의결과보고서에 언급된 ‘안전상의 중대한 문제’ 위반에는 해양훈련 중 현장 지도자 인원 수 부족 문제도 포함됐다. 원 회장은 “대학생들의 취미 동아리 활동이기에 동아리마다 코치가 있을 수는 없다”며 “요트를 여러 번 타본 학생들이 많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집행부원이 구조를 하러 나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론화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요트부 구성원 중 집행부원 2명을 제외한 부원들은 탈퇴했으며 이들과 ◆YB 13명이 잔류해 있다. 원 회장은 5월23일 진행된 ‘이화요트 2023년도 48기 신입 크루 모집’에서 모집된 “신입 부원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군기 문화 재생산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한 차례 문제가 됐던 ◆학번제는 다음 신입 모집부터 1, 2학년을 모두 뽑으며 폐지될 예정이다. 원 회장은 “원래는 동아리 활동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 1학년만 뽑았던 것”이나 “2023년 2학기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요트를 폭넓게 즐기는 게 좋을 것 같아 학번제를 폐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번제에 군기 문화가 포함돼 있다고 본다면, 이화 요트에는 학번제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애초에 요트부 내에 군기 문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동아리연합회의 대책은

38대 동연에서 해당 사건이 해결되지 못하고 39대까지 이어진 것은 관련 회칙 규정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인권침해를 일으킨 동아리에 대한 징계는 규정돼 있지 않았다. 공론화된 요트부의 무단 탈퇴 선언, 위계에 의한 괴롭힘에 대해서 징계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없었다. 동연이 회장은 “타 학교의 경우, 동연 회칙에 (인권침해 관련) 조항들이 대부분 있다”며 “이것이 본교에 없다는 게 맹점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외대 동아리연합회에는 <인권침해사건 대응 세칙>이 별도로 존재하며, 진상조사회와 징계 및 이의제기에 관한 구체적인 조항이 제시됐다. 한국외대 동연 홈페이지의 인권침해 사례조사 게시판에는 학생들이 비밀글로 동아리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제보를 남길 수 있다.

39대 동연은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회칙을 7월에 개정했다. 개정된 동아리연합회 회칙 ‘제6장 제57조 징계 사유 2항 라’에 따르면, 각 동아리는 동아리 및 회원에 대해 인권 침해 행위를 한 경우 경고를 받게 된다. ‘라’에 해당하는 경고를 2회 이상 받은 동아리는 제명된다.

동연 이 회장은 “(동아리 내 인권침해 문제를 제재할 수 있는) 공식적, 구체적 근거가 생겼기에 이제 경고나 징계, 박탈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건조사위원회와 사건조사 매뉴얼을 준비 중이며, 10월 전후로 공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요트부는 3차 입장문에서 탈퇴 관련 내규가 미비했음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내규 정립을 약속했다. 그 내규는 공개된 바가 없다. 이에 대해 원 회장은 “(요트부가) 내규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며 “추후 홍보글에 따로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본교 부서 간 떠넘기기, 책임은 어디에

인권센터는 ㄱ씨의 이용 신청에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은 것에 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백가은 기자
인권센터는 ㄱ씨의 이용 신청에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은 것에 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백가은 기자

38대 동연은 사건 발생 이후인 2023년 10월4일, 요트부에 해산을 요청했다. 요트부는 동연이 문제 삼고 있는 ‘부원의 탈퇴’는 동연 회칙에 명시된 등록취소 및 징계사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동연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동연은 실질적인 대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중앙동아리와 자치단위의 활동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학생처 학생지원팀(학생지원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학생지원팀은 “학생 간의 싸움이니 고소당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협조를 거부했다.

학생지원팀은 “중앙동아리 관련 모든 권한을 동연에서 갖는다”며 “군기 문화는 자체적인 자정으로 바람직한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교 측이 이를 위한 방안으로 사이버캠퍼스에서 인권 및 폭력예방교육을 운영하고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지원팀은 “학생자치활동 중 인권침해 사안이 발생하는 경우 담당 기관인 인권센터를 통한 사건 신고 접수를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성희롱, 성폭력뿐만 아니라 기타 위계서열에 따른 부당한 대우나 폭력, 차별 등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 및 상담, 시정 조치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ㄱ씨는 해양 훈련 당시 겪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본교 심리상담센터, 인권센터, 국제학생팀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ㄱ씨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찾은 인권센터에서는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인간관계 내에서 발생한 일이라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이유다. 인권센터는 “교내 학생 간 발생한 인권 침해와 피해 예방을 위해 전체 대학 구성원을 위한 인권 및 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답변을 남겼다.

외국인 유학생이었던 ㄱ씨는 유학생들의 유학 생활을 지원하는 국제학생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 이곳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인권센터와 학생지원팀으로 가는 게 좋겠다”는 답변이었다. 한국에 연고가 없고 언어 사용이 비교적 유창하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학교 측 대책은 미흡했다.

ㄱ씨는 본교 심리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았으나 유학생으로서 타지에서 받을 수 있는 심리적 위로만 받았을 뿐 구조적 차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한지우 동연 사회연대분과장은 “학교가 학생들 사이에서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에 관심 갖지 않았다는 게 문제로 보인다”며 “명백한 따돌림과 군기가 있었던 문제인데도 학교에서 나서서 처리해 주는 부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인권센터는 “본교 구성원 중 인권침해를 받은 피해자의 이용 신청 시 상담 및 사건 접수, 조사 진행 및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피해 여부를 파악하고 필요 조치 및 징계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ㄱ씨가 국제학생팀에 도움을 요청했을 땐 인권센터와 학생지원팀으로, 학생지원팀에 도움을 요청했을 땐 인권센터로 가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인권센터에서조차 아무런 조치를 받을 수 없었다. 학생 신분에서 학교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모든 곳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국 ㄱ씨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 학교 기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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