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 갔더니 주휴수당을 못 받아도 괜찮겠냐고 물으시더라고요.” 하지연(경제⋅22)씨는 작년 첫 아르바이트로 집 근처 삼계탕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지만 하씨는 “일 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서 그냥 일했다”고 말했다.

면접에 붙은 하씨는 하루에 4시간씩 일주일에 세 번, 주 12시간을 일했다. 초복이 낀 주에는 손님이 많아 원래 근무 시간보다 긴 15시간 이상을 일해야 했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었을 때는 사장님으로부터 일찍 퇴근하라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근무 시간은 가게 상황에 따라 매번 달라졌지만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씨는 일주일에 15시간보다 적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다. 이들은 같은 근무를 해도 근로 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일부 근로기준법에서 배제된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찾기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등의 적용 대상에 초단시간 노동자를 포함한 법안이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찾기법 입법 촉구 국회 토론회. 이날 토론회에서 용혜인 의원은 "이른 시일 내에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찾기법' 발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제공=기본소득당
16일 국회에서 열린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찾기법 입법 촉구 국회 토론회. 이날 토론회에서 용혜인 의원은 "이른 시일 내에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찾기법' 발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제공=기본소득당

 

법의 사각지대, 초단시간 노동자

주 15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에게 일주일에 1회 이상의 유급 휴일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때 지급되는 수당이 주휴수당이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주휴수당과 퇴직금, 연차유급휴가가 적용되지 않는다. 3개월 이상 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용보험에서도 제외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경제인구조사)에 따르면 2004년 초단시간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1.4%였지만, 2021년에는 5.2%로 증가했다. 그중 주휴수당을 받는 경우는 14.1%에 불과했다.('2021 청년 초단시간 노동 현실과 과제')

청년 초단시간 노동자는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미가입 비율도 높다. 경제인구조사에 따르면 19세~34세 청년 초단시간 노동자의 고용보험 미가입 비율은 97.2%였다. 고용보험은 주 15시간 이상, 월 60시간 이상 근무할 때 가입이 의무화된다. 3개월 이상 계속 근무하지 않은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고용보험 가입 의무가 없어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자영업자는 초단시간 노동자를 여러 명 고용해 가게 운영비를 줄이려는 경우가 많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윤자호 위원은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는 4대 보험과 주휴수당에 대한 수당을 줄 필요가 없어 쉽게 고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짧게 일한다고 권리도 적어야 하나

김가은(커미⋅22)씨가 영어 수업 조교로 근무하는 종합 학원에는 6명의 조교가 있다. 김씨를 포함한 여섯 명의 조교는 모두 초단시간 노동자다. 김씨는 학원으로부터 출근 1시간 전에 ‘출근하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던 적이 있다. 시험이 끝나 학생들이 학원에 나오지 않자 학원 측에서 조교 근무도 취소한 것이다. 김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직전에 알려주는 바람에 다른 일정도 잡지 못해 억울했다”고 말했다.

본가 근처 편의점에서 주 12시간씩 일하는 동덕여대 박채은(아동학⋅22)씨는 겨울에 날씨가 추워져 손님이 줄자 ‘근무 시간을 1시간 줄인다’는 통보를 받았다. 매주 서울에서 편의점이 위치한 충남 서산까지 출근해야 했지만 근무 시간 변경에 박씨와의 충분한 합의는 없었다. 박씨는 “교대할 때마다 사장과 마주쳐서 불편해지고 싶지 않았다”며 "근무 시간 변경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박씨는 일방적인 휴업 혹은 조기 퇴근을 지시받았다. 근무 시간 조정에 대한 논의도 없었고, 휴업에 대한 수당도 주어지지 않았다. 윤 위원은 “초단시간 노동자를 고용하는 곳은 주로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며 “영세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에서 제외되는 부분이 존재하고 (노동자가) 부당 대우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제인구조사에 따르면 청년 초단시간 노동자 중 31.6%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근로계약서 미작성 비율이 22.1%인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고 노동 과정에서 부당한 일이 생겼을 때 대처하기 쉽다.

윤 위원은 청년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겪는 인식의 문제도 지적했다. 윤 위원은 청년 초단시간 노동자와 자영업자 면접 조사를 통해 “청년 초단시간 노동자를 ‘숙련이 필요하지 않은 일’을 일시적으로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필요할 때 잠깐 쓴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 찾기 위해서는

초단시간 노동자가 겪는 부당 대우를 줄이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윤 위원은 대기업 기금 마련과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대기업에서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설립하는 방법이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경우 최소생활노동시간보장제(최소시간제)도 또 다른 방안이다. 최소시간제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주 15시간 이상의 근무 시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윤 위원은 교육을 통한 인식 변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영상을 통해 이뤄지는 짧은 교육이 아니라 개인이 가진 권리와 존엄성을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을 교과과정에서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노동 상담 시스템의 개선도 필요하다. 윤 위원은 “지금 노동 상담은 청년들이 잘 모르거나 상담과 진정 절차가 복잡하다”며 “더 편하게  노동 상담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및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노동 상담의 문턱을 낮추고 청년들에게 홍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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