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해서 취직해야 하는데... 제 자리가 없는 느낌이에요.”

문지호(전자전기·19)씨는 취업을 앞두고 있지만 불투명한 미래에 걱정이 앞선다. 뚜렷하게 진로를 정해놓지 않은 상황에서 취업시장에 뛰어들기가 불안해서다.

2023년 2월 통계청의 비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경제활동 상태에 대해 49만7000명의 청년들이 ‘쉬었음’이라고 답했다. 2003년 2만5천명이 활동상태로 ‘쉬었음’을 응답하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큰 규모다. 취업이나 진학을 준비하지 않고 말 그대로 쉼을 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미래를 꿈꾸며 바쁘게 살던 청년들은 왜 쉼을 선택한 걸까.

 

무력해지는 청년들, 사회에 주는 영향은

청년 고용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2023년 2월 청년 취업자(만 15~29세)는 385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만5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률도 45.5%로 1년 사이 0.4%P 하락했다.

최지은(경영·23)씨는 “특정 직업군 내 경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허탈함이 취업에 대한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은(특교·21)씨는 “교사 티오도 줄어들고, 임용이 불확실해서 오랫동안 꿈꿔오던 일을 못 하게 될까 봐 무기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취업시장도 더 나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창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할 청년들이 노동에 무기력한 현상은 사회 전체의 침체를 야기한다. 이주희 교수(사회학과)는 “청년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시도가 결여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불합격과 같은 패배를 지속적으로 경험하면 좌절감, 상대적 박탈감,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생긴다”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청년들이 무기력해진다”고 설명했다.

무기력증은 청년 우울증과 자살률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자살은 자신에 대한 일종의 공격성으로 남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많이 나타나는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30, 40대 이상여성보다도 더 높다. 이는  젊은 여성들의 취약한 노동 지위와 무관하지 않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청년정책, 왜 청년들의 노동을 장려하지 못하는가

정부는 민관협력을 통해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을 약속하면서 공공일자리를 줄이고, 직업 체험형 일자리를 늘렸다. 최근에는 노동 시간 상한제 유연화와 노사 법치주의 등을 논의하면서 노동 정책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유연한 노동을 지향하면서 노동 시간을 늘리고, 더욱 불안정한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이 커졌다. 개인의 노동 시간이 늘어나면 기업 입장에서는 사람을 더 고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과 노동 유연화 정책이 서로 상충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노동정책에 학생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정은선(의류산업·19)씨는 정부의 노동 유연화 기조에 대해 “노동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울타리조차 없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윤서(특교·21)씨도 “정책 변화가 노동자의 입장이 아닌 기득권층의 입장에 맞추어 바뀌는 것 같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청년 노동 무기력의 기저에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구조의 확산으로 인한 불안정한 고용 형태가 있다. 그는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완전 고용’이라는 목표를 없애는 것”이라며 “이것이 불안정한 노동자, 심지어는 불안정한 상태에 포함되지도 못하는 노동자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고용된 상태가 아닌 청년들은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 이 교수는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도 복지의 수혜자가 될 필요가 있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현 정부는 노동 시간 유연화 이외에도 기업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기업 친화적인 정책은 복지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감소시키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재벌과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보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청년들이 맞이한 고용절벽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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