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문화권에 사는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였죠.”(김별)

미국 하버드대는 매년 아시아 파트너 대학과의 교류 프로그램 ‘HCAP’(Harvard College in Asia Program)를 진행한다. 본교는 2007년부터 매해 한국 대표 대학으로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HCAP은 1년에 2번의 콘퍼런스 형태로 진행된다. 1차 콘퍼런스는 보스턴의 하버드대에서, 2차 콘퍼런스는 서울에서 열렸다. 학생들은 각 대학 대표단이 준비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강연을 듣고 문화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12~19일 이화-HCAP 서울 콘퍼런스가 열려 10명의 하버드 학생이 본교에 방문했다. 제공=김별씨
12~19일 이화-HCAP 서울 콘퍼런스가 열려 10명의 하버드 학생이 본교에 방문했다. 제공=김별씨

 

설렘 가득, 하버드로

1월15일 본교 대표단(대표단)이 보스턴의 하버드대를 찾았다. 이번 콘퍼런스의 주제는 ‘Starting Small, Thinking Big’이었다. 주제에 맞춰 여러 분야의 연사들이 강연을 진행했다. 학술 교류라 하면 주로 강연을 듣고 토론하거나 발표하는 모습이 떠오르지만 보스턴 콘퍼런스에는 토론을 위한 시간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대신 학생들끼리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친목 및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김별(영교·20)씨는 “오전에 강연을 함께 들은 학생들과 오후에 자유시간을 함께 보내기 때문에 강연 내용이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가 됐다”며 “학술교류와 문화교류가 동떨어진 게 아니라 함께 일어날 수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표단이 발표와 강연을 하기도 했다. 발표를 맡은 정하영(경영·20)씨는 “한 명의 학생으로 시작돼 지금의 종합대학으로 발전한 본교의 역사를 통해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 큰 변화’라는 이번 콘퍼런스의 주제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콘퍼런스는 강연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교류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 대표단은 자유시간에 하버드대 학생들과 대학가 쇼핑 거리와 맛집에 방문했다. 숙소도 기숙사 빈 방에 배정되는 대신 이미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는 유닛에서 함께 생활했다. 김별씨는 “일일 하버드 학생 체험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앞서 보스턴에서 찍은 사진들을 다시 봤는데 제가 사진마다 다 웃고 있더라고요. 가장 재밌었던 일을 꼽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매 순간이 특별했어요.”

 

하버드 콘퍼런스 기간, 보스턴 미술관에 방문해 자유 관람시간을 가졌다. 제공=김별씨
하버드 콘퍼런스 기간, 보스턴 미술관에 방문해 자유 관람시간을 가졌다. 제공=김별씨

 

대표단이 직접 기획한 서울 콘퍼런스

대학원 중강당에서 폐막식이 진행된 19일, ECC 인근에서부터 하버드 학생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12일부터 19일까지 본교에서 2차 서울 콘퍼런스가 열려 하버드대 학생 10명이 본교에 방문한 것이다. 대표단은 6개월 동안 매주 회의하고 수정을 거듭해 8일간의 한국 콘퍼런스 전 과정을 기획했다. 대표단이 보스턴 콘퍼런스를 즐겼던 것처럼 하버드대 학생들도 한국에서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하버드대 학생들에게 콘퍼런스 희망 국가를 신청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이 아시아 희망국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표단은 하버드 학생들이 다양한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고민했다. 찜질방에 가고 고깃집에서 밥을 먹었다. 광장시장을 방문해 시장 음식을 먹기도 했다. 권민정(커미·20)씨는 “하버드 친구들도 좋아했고 시장이야말로 생생한 한국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나연(심리·19)씨는 “하버드 학생들이 한국 콘퍼런스에 준비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줘서 정말 뿌듯했다”며 “(하버드대 학생들이) 육회처럼 외국인에게 생소한 한국 문화도 선뜻 도전해보겠다는 반응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국 콘퍼런스에 참여한 하버드대 아누크샤 위크마싱헤(Anuksha Wickramasinghe)씨는 다함께 한복을 입고 경복궁에 방문한 것을 가장 인상 깊은 경험으로 꼽았다. 그는 “전통 건축물들을 차근차근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그랜트(Gabrielle Grant)씨 또한 “도슨트의 설명을 통해 한국의 역사에 대해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 콘퍼런스의 주제는 UN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s)에 초점을 맞췄다. 본교가 여성 교육기관으로서의 의의가 큰 만큼 고민희 교수(정치외교학과)를 초청해 ‘성평등 달성과 모든 여성 및 여아의 권익 신장’ 강연을 듣기도 했다. 강연 및 토의 시간에는 재학생들과 청강생들도 함께했다. 김별씨는 “학술적인 질문뿐 아니라 개인의 관심사나 고민까지도 반영한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긴 토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하버드 학생들과의 경복궁 투어 <strong>제공=김별씨
하버드 학생들과의 경복궁 투어 <strong>제공=김별씨

 

8개국 학생들과 일군 성장

대표단은 HCAP을 통해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권씨는 “하버드 친구들의 지치지 않는 열정에 놀랐다”며 “모든 강연에 충실하고 모든 체험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힘들다기보다 재밌다고 말하는 하버드 친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별씨 또한 “하버드 학생들을 보며 잘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온전히 즐기고 배움에 집중하는 자세를 배웠다”고 말했다.

HCAP은 기존의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달리 학생 ‘교환 콘퍼런스’가 주목적인 프로그램이다. 함께 토론하고 놀고 이야기할 이유가 있으니 교류도 더욱 활발했다. 김별씨는 “HCAP에 참여했던 학생들과 좋은 친구로 남았고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하고 매일 연락하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대표단은 HCAP의 최대 장점으로 다양한 문화권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을 꼽았다. 김나연씨는 “언어와 살아온 환경은 다르지만 대학생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며 “HCAP이 아니었다면 일주일 동안 8개국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콘퍼런스 폐막식 제공=김별씨
서울 콘퍼런스 폐막식 제공=김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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