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요정 작가가 작업한 이대학보 일러스트. 제공=이빨요정 작가
이빨요정 작가가 작업한 이대학보 일러스트. 제공=이빨요정 작가

‘낙지계단’에서 배꼽을 내놓고 잠을 자는 사람, ‘녹색 패션쇼 대회’에서 기상천외한 복장을 선보이는 사람들… 이화인이라면 어딘가 익숙한 장면을 그린 웹툰이 있다. 네이버 베스트 도전만화, 카카오 웹툰, 인스타그램에서 절찬리에 연재되고 있는 ‘여대생존기’다. 여대 생존기는 필명이 ‘이빨요정’인 ㄱ(디자인⋅19)씨의 대학생활과 일상을 다룬 만화다. ㄱ씨는 “특정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빨요정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다”며 익명 표기를 요청했다. 8일 ECC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웹툰을 재밌게 보고 있다는 기자에게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웹툰 연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 꿈이 웹툰 작가였다. 입시를 하던 시절 웹툰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얻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선 잠시 제쳐뒀지만, 졸업이 다가오자 원래 가졌던 꿈을 이뤄보고 싶어졌다. 소재를 뭐로 할지 고민하다가 본교에 입학하기 전 공학 대학에서 대학생활을 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여대와 공학 대학의 차이가 분명하니 소재로 삼으면 대중들이 신선하게 느끼겠다는 생각으로 웹툰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빨요정’이라는 필명은 독자들을 웃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지었다. 다른 사람을 웃게 하는 걸 좋아한다. 이가 보일 때까지 웃겨주는 ‘이빨요정’이 되고 싶었다.

 

웹툰을 구성하며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ECC ‘잉여계단’을 ‘낙지계단’으로, ‘이화그린 패션쇼’를 ‘녹색 패션쇼 대회’로 바꿔 소개 했다. 타 웹툰에서 ‘맘스터치’를 ‘맘스때찌’로 바꿔서 표현한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배경이 본교라는 걸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이대생존기’가 아니라 ‘여대생존기’를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화인임을 드러내지 않고 이화에서의 이야기를 담으려면 용어를 재치 있게 바꿔야 했다. 자음과 모음에 조금씩만 변화를 줬는데 사실 독자들이 알아차릴 줄은 전혀 몰랐다. 요즘은 한창 봄이 다가오니 첫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입시 이야기는 입시 발표가 나는 시기에, 미팅 이야기는 학생들이 미팅에 많이 나가는 시기에 했다. 웹툰이 독자들의 삶과 비슷한 시간 흐름을 가지고 다가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소재는 어디에서 찾는지

어렸을 때부터 가진 꿈이다 보니 생각해 놓은 소재가 많다. 그래도 소재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산책을 하거나 사색하며 영감을 얻는다. 산책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이나 작품 속 이야기에서 ‘나도 이런 적이 있었지’하고 깨닫는 경우가 있다. 특히 책을 많이 읽는다. 책을 읽다가 눈에 띄는 한 단어에서 출발해 상상이 이어지고 경험이 떠오르곤 한다. 문학 작품보다는 과학, 역사 같은 비문학 도서를 더 많이 읽는다. 여대생존기를 마무리하고 나면 다음 작품에 도전할 생각도 있다. 평소 드라마 ‘스카이캐슬’처럼 참신한 소재와 빠른 전개의 작품을 선호하는데,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웹툰을 그리고 싶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그림 공부와 소재 공부 모 두 꾸준히 하고 있다.

 

애정을 느끼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특별히 애정을 느끼는 에피소드는 22살에 다시 도전한 입시 이야기와 최근 연재 중인 첫사랑 이야기다. 웃음을 주는 일화를 주 소재로 하기에 이야기 흐름을 계획할 때는 대체로 웃으며 임하지만, 입시 이야기를 구성할 때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자칫 분위기가 무거워질 수도 있는 소재여서 걱정을 많이 했다. 독자들이 오히려 자신의 입시 시절을 떠올리며 공감하고 좋아해줘서 다행이었다. 첫사랑 이야기 또한 후반부로 갈수록 진심 어린 마음이 드러난다.

 

높은 관심과 긍정적 반응에 대한 소감은

새로운 이야기를 올리고 난 후에는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과 이화이언(ewhaian.com)에 어떤 반응이 올라왔을까 찾아보기도 한다. 긍정적인 반응이 보일 때마다 짜릿하다. 한편으론 악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댓글을 읽을 때마다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웹툰 작가는 독자들의 나이와 성별, 지역별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데, 처음부터 주 타겟층으로 설정한 20대 초반 여성 독자뿐 아니라 남성 독자도 존재하고 심지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상황이 신기하면서도 감사하다.

 

웹툰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대학도 두 번 가고 22살에 재수를 했다 보니 내가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산다고 생각했다. 나이도 많고, 대학도 늦게 들어간 나를 보며 열등감과 공허함에 시달릴 때도 있었다. 어느 날 내가 하는 고민을 일기장에 쭉 써봤다. 써놓고 보니 남들이 하는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 오히려 너무 똑같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때 ‘사람들이 다 한 번씩 이런 경험을 하는구나, 그렇다면 내 이야기를 풀어 놓아도 다들 공감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 인해서 사람들이 치유됐으면 하는 마음도 생겼다.

<우리말과글쓰기> 수업 시간에 소논문 주제에 대해 발표하다가 나도 모르게 고민을 털어놨다. 재수해서 더 높은 대학에 가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행복하지 않다고, 슬프다고 말했다. 그때 교수님께서 마치 딸을 대하듯 진심으로 내 마음에 공감해 주셨다. 하고 싶은 걸 하나씩 해보라는 교수님의 조언 덕분에 삶의 의지를 다시 찾게 됐다. 인간관계 때문에 서운한 일이 있었을 때 길에서 울고 있는 나를 다독여준 한 친구도 있었다. 이화에서 경험한 따뜻한 위로와 우정을 웹툰에 담고 싶었다. 나는 그래도 20대 초반 친구들보다는 언니니까 이 작품을 읽는 후배 독자들은 시행착오를 덜 겪었으면, 인생을 행복하게 즐기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이제는 여대생존기가 내가 받은 조언과 위로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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