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새로운 것을 봤을 때 두려움을 느낀다. 인터넷이 그랬고, 스마트폰이 그랬다. 이제 우리 앞에 다가온 두려움은 챗GPT다. 인공지능 기반 챗봇 챗GPT는 긴 설명을 요구하는 답변을 완성도 있게 제시해 보고서, 연설문 작성, 번역·어학 공부, 코딩 등에 활발히 활용되며 우리를 놀라게 했다. 챗GPT의 시대, 대학교육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살펴봤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미드저니(Midjourney)가 '대학에서의 올바른 챗GPT 활용'이라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생성한 그림이다. 출처=미드저니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미드저니(Midjourney)가 '대학에서의 올바른 챗GPT 활용'이라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생성한 그림이다. 출처=미드저니

 

챗GPT…학생들 의견 갈려

“정보량이 많아서 일일이 검색하기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는데, 시간을 아껴주는 게 제일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학생들은 챗GPT를 과제나 각종 대외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정지원(수학⋅22)씨는 동아리 활동에 사용될 문제를 챗GPT를 이용해 제작했고, “기대했던 것보다 정확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조수아(경제⋅19)씨 또한 대외활동에서 챗GPT로 자료를 수집했다. “질문을 던지면 몇 초 만에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효율적이었어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비아(철학⋅22)씨는 "챗GPT가 편향된 관점을 반영하는 것 같다"며 "대답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챗GPT를 활용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챗GPT에게 던지는 질문에 충분한 정보가 없으면 과제에 활용할 만큼 수준 높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질문을 잘해야 대답을 잘해주는 느낌인데 저도 어떻게 질문을 잘 할 수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국내 대학, 챗GPT 대응에 나서다

국내 대학들은 챗GPT의 등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국민대는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대학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고자 2일 ‘국민 인공지능 교수학습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인공지능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무조건 거부하지 않습니다’라는 규정 등 인공지능의 장점을 받아들이면서도 창의적인 사고와 비판적 시각을 기를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국민대는 가이드라인을 실현할 방안으로 인공지능 활용 사례 공모전을 준비 중이다. 교수자가 인공지능을 수업에 적용한 사례와 학생들이 정규 교과 및 비교과활동, 취업준비에 반영한 사례를 공유할 계획이다.

본교도 교육현장에서 AI를 효과적이고 윤리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교육혁신센터장 이현주 교수는 “현재 사이버캠퍼스에는 학생 저작물의 표절 여부를 확인하는 턴잇인(Turnitin) 프로그램이 연동돼 있다”며 “AI의 답변을 무단 복제한 저작물을 가려낼 프로그램 도입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2일부터는 사이버캠퍼스 팝업창에 ‘올바른 수업문화를 위한 윤리 서약’ 또한 게시해 “타인 및 AI 저작물을 표절하는 등의 부정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학생들이 AI 저작물을 비판 없이 복제해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AI가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성과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챗GPT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대학 교육에서 챗GPT의 활용은 양날의 검이다. 미래교육연구소장 정제영 교수는 “학습의 기본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인데, 챗GPT는 초안으로서의 답을 빠른 시간 내에 제시한다는 데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챗GPT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해서 제시하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에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며, 정리된 답변을 토대로 과제 혹은 교육 자료를 제작하기 쉽다.

그러나 챗GPT가 내놓은 답변의 정확성을 검증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온라인상의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편향돼 있어도 AI는 이를 분별하지 못하고 그대로 학습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라면 잘못된 답변을 수정해 활용할 수 있지만, 학습자의 경우 오개념을 무분별하게 수용할 우려가 있다. 정 교수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교재나 논문을 기반으로 공부하고, 챗GPT를 보조적인 학습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평가와 교육 방식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박소영 교수(호크마교양대학)는 "글의 시작과 완성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몫"이라며 "챗GPT를 통해 얻은 결과물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재구성했는지가 새로운 평가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챗GPT도 하나의 검색 도구일 뿐 이를 좋은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지는 인간의 능력이 좌우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글쓰기 교육에서 챗GPT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가 아직 없다”며 “본교가 선례를 만들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식 암기를 평가하는 교육 방법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며 “지식 그 자체보다 복합적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을 통해 정리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관점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학습을 통해 사고하고 판단하는 연습은 여전히 중요하다. “챗GPT에게 두 선택지의 장단점을 물을 수는 있지만,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는 알려줄 수 없어요.” 챗GPT는 정보를 제공할 뿐, 가치판단과 선택은 오롯이 인간의 몫이다. 새로움이 두려움이 되지 않도록, 챗GPT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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