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수강신청 대타 구해요.”

수강신청 기간이 다가오면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과 이화이언(ewhaian.com)에는 이와 같은 글이 쏟아진다.

수강신청이 어려운 학생들이 대신해 줄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다. 여행이나 교환학생 등의 이유로 해외에 머무는 등 직접 수강신청이 어려워 대타를 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강신청에 자신이 없어서 대신해 줄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 분반과 수강정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선착순 안에 들기 위해 잘하는 사람의 손을 빌리는 것이다.

 

맡기기 전 인증부터 사례까지, 수강신청 대타 관행

수강신청 대타를 맡기는 사례가 늘면서 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수차례 인증을 거치기도 한다. 수강신청 시스템에 로그인하기 위해서는 학번과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한다. 학생들은 개인정보 유출 등의 우려로 학생증 인증을 받아 상대의 신원을 확인한다. 수강신청 당일에 연락이 끊기는 일을 방지하고자 PC방 도착 인증을 받는 경우도 있다. 수강신청 대타를 해본 김아영(전자전기·18)씨는 “(대타를 구한 학생에게) 수강신청 2시간 전에 한 번, 1시간 전에 한 번, PC방에 도착해서 한 번 연락드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경쟁률이 높은 과목을 잡기 위해 수강신청 성공 경험 인증을 받는 경우도 생겼다. 수강신청 대타를 해본 이수빈(커미·22년졸)씨는 “대타를 구하는 분이 지금까지의 수강신청 성공 경험을 묻더니 인증해 달라고 했다”며 “지난 수강신청 대타에 성공하고 연락한 메신저 캡처를 보내줬다”고 말했다.

대타에는 사례가 따른다. 대타를 구한 사람은 수강신청을 대신해 준 사람에게 현금이나 기프티콘 등으로 사례한다. PC방 비용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1과목에 약 3000원~5000원을 사례비로 준다.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기본으로 약 5000원~1만 원을 제공하기도 하고 원하는 과목의 경쟁률이 높을 경우 더 높은 금액을 지급하기도 했다. 요청한 과목을 모두 수강신청했을 경우 5000원~1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거나 기프티콘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았다.

ㄱ(컴공·21)씨는 “내가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어 대타를 맡겼다”며 “원하는 수업을 잡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수강신청에 실패해 자괴감을 느끼는 것보다 돈으로 해결하는 게 낫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과열되는 수강신청 대타

수강신청 대타와 사례 제공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17일~22일 본지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주관식 답변에 따르면, 미리 합의되지 않았음에도 당연한 듯 몇만 원대의 기프티콘을 요구하거나 관행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하는 경험을 했다는 응답이 있었다. 그는 수강신청 시스템에 로그인할 때 이름 등 개인정보가 나와 불이익이 돌아올까 봐 거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ㄱ씨도 “매번 증원해달라, 처음부터 수강인원을 넉넉히 잡아달라고 요청해도 소용없었다”며 “요구해도 나아지는 게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씨도 “수강신청 잘하는 사람을 용병처럼 돈을 주고 구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간절하면 그렇겠나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적으로 학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왜 학생들이 이렇게까지밖에 할 수 없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무처 학적팀은 “이미 대기순번제, 취소지연제를 운영하며 수강신청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