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비디오 크로스오버 팀 드오(De O)의 단체사진   제공=김주혜씨
앙상블&비디오 크로스오버 팀 드오(De O)의 단체사진 제공=김주혜씨

“드오!” 한국 전통 종묘제례악에서 연주자들의 악기를 들라는 뜻으로 연주의 시작을 알리는 말이다. 시작을 의미하는 이름에 걸맞게 본교 크로스오버 앙상블팀 드오는 2020년 3월부터 서양음악과 한국음악의 조화를 알리는 선두 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드오는 뮤지컬 넘버, 가요, 영화 OST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서양과 한국 악기로 재해석해 음악과 영상으로 표현한다. 9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드오는 국악기인 가야금, 대금,해금과 서양악기인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연주자가 있고 악기의 조화를 만드는 작곡 팀원이 음악에 풍성함을 더한다. 드오는 종종 국악밴드나 퓨전국악팀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지만 장르 일부만 명시되는 단어가 아닌 ‘크로스오버’가 그들의 정체성이다. 한국음악과 서양장르의 구분 없이 하나로 묶기 때문이다. “저희는 서양과 한국음악 중에 주가 되는 음악이없어요. 말 그대로 두 음악의 어울림을 추구합니다.”

서로 다른 장르와 역사를 가진 두 음악의 조화를 추구하게 된 이유를 묻자 대표 김주혜(한국음악·18)씨는 “폐쇄적인 한국음악에 서양음악과의 협업을 통한 변환점을 만들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을별개로 보지 않고 하나의 음악을 연주한다는것에서 의미를 찾았다. 박재현(관현·22년졸)씨는 ‘통합을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가는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본지는 드오의 팀원 중 대금 연주자 김주혜씨, 첼로 연주자 박재현씨, 바이올린 연주자 김시우(관현·18)씨 그리고 가야금 연주자 최지원(한국음악·17)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악기 연주부터 영상 편집까지

디즈니 영화 ‘모아나’(2017)의 OST ‘How far I’ll go’를 커버한 영상을 공개하며 활동을 시작한 드오는 지난 9월 유튜브 구독자 1만 명을 달성했다. 특히 77만회라는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드오의 대표영상 ‘아름다운 나라’에서는 “한국적인 소리를 이국적인 악기와 합주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가 느껴진다”, “한복의 아름다움과 서양과 국악의 조화가 너무 멋져요”등의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최근에 올린 해리포터 메들리 영상의 경우, 각 기숙사별 교복과 소품 그리고 호그와트를 연상케 하는 배경까지 감각적으로 연출해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오의 연주자들은 연주부터 연출과 영상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연출이다. 연출이 흔들리면 전반적인 영상의 퀄리티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썸네일, 촬영, 장소 선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드오는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기위해 스튜디오뿐 아니라 야외촬영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악기를 보관하고 주변 현장 인원을 통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야외 촬영은 이들에게 항상 어려운 도전이다.

박씨는 야외 촬영 중 갑자기 비가 올 때 팀원들이 자신에게 우산을 씌워주자 “나는 우산안 써도 되니 첼로에게 씌워 달라”고 다급히 부탁한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악기 관리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특히 첼로는 열을 많이 받으면 판과 판을 연결하는 접착 부분이 터지기도 한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씨는 “야외 촬영에서 다치기도 하고 고생을 많이 했지만 워낙 영상이 멋지게 나와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방면으로 뻗어나가는 드오의 연주

10월 드오는 YG에서 진행한 블랙핑크 ‘Shut down’ 커버 콘테스트에서 약 3100개의 팀들 가운데 당당히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블랙핑크 멤버 ‘리사’의 랩 부분에 ◆산조라는 악기 독주곡을 넣는 독특한 구성의 아이디어는 댓글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최씨는 “팀워크, K-POP에서 클래식 음원을 따서 쓰는 샘플링의 유행 그리고 클래식과 국악의 조화를 추구하는 방향성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드오는 ‘제1회 김치의 날’ 행사를 기점으로 약 16회의 공연에 초청됐으며 올해는 ‘한국-홍콩 관광교류의 밤’, ‘제12차 한-아세안 교통협력포럼’ 등의 국제행사에서도 연주를 진행했다. 10월에 진행된 한국 홍콩 관광 교류의 밤 행사에서 드오는 ‘얼씨구야’, 'Happiness’, ‘아름다운 나라’ 등의 곡을 선보였다. 최씨는 연주에서 즐거웠던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해피니스라는 곡이 KTX 종착역에서 나오는 음악이라 반가운 웃음을 터뜨린 분들이 많았어요. 국악기를 활용한 창작곡들이 일상에 많이 스며있음을 또 한 번 느꼈죠.”

8월에 진행된 한-아세안 교통협력포럼 행사에서는 참석한 아시아 8개국 나라별 유명민요를 메들리로 편곡해 연주했다. 김시우씨는 연주하면서 바라본 관객들이 본인 나라의 민요가 나올 때 누구보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재미를 느꼈다. 또한 실제로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계기가 됐다. 박씨 역시 “연주를 하면서도 같은 아시아라 익숙한 멜로디도 들리고 동시에 이국적인 느낌도 있었는데 다들 너무 좋아해주셨다”고 말했다.

드오는 9월 대동제에서도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 일정을 잡을 때 연주자 개개인의 스케줄을 우선으로 고려하던 드오지만 대동제만큼은 반드시 참여하고자 했다. 수업과 레슨은 잠시 뒤로하고 드오는 9월16일 잔디광장 메인무대에 올랐다. 학생들은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음악에 맞춰 호응하며 공연을 즐겼다. 김주혜씨는 “노래가 아니라 따라부르기도 어려웠을 텐데 벗들이 호응해줘서 감사했다”며 “벗들에게 좋은 추억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음악적 색깔을 조율해가며 성장하다

완벽한 조화 뒤에는 서로 다른 음악적 특성을 조율하고 맞춰낸 연주자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국악은 정간보를, 서양 현악은 오선보를 사용한다. 국악과 서양 음악은 악보 형식도 다르지만 박자를 다루는 방식도 전혀 다르다. “평생 서양곡만 연주하다가 갑자기 국악 장단을 악기로 연주하려고 하니 힘들었죠.” 김시우씨는 자의적 해석이 중요한 국악과 작곡가의 의도를 중시하는 서양 음악의 차이로 연주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최씨는 “국악에는 박자를 표시하는 칸에서 정확히 몇 초를 연주해야 한다는 기준이 없다”며 감정에 따라 ◆시김새를 넣어서 변형도 준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에 비해 서양음악은 아주 세밀하게 반의 반박자까지도 정확히 명시해 정해진 대로만 연주하면 된다.

국악 연주자 역시 서양음악에만 존재하는 음정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충이 있었다. 가야금의 경우에는 전통 12현에서 개량해 25현까지 폭넓은 음계를 사용할 수 있지만 대금의 경우 5음계를 사용해 서양의 7음계를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김주혜씨는 “음정 두개를 추가해야 하다 보니 구멍을 막아 새로운 음정을 만든다”며 “해낼 때마다 무척 뿌듯하다”고 말했다.

올해 팀에 합류한 김시우씨는 드오를 통해 평가를 받는 연주자가 아닌 음악가로 성장했다. 그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평가에만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음악을 듣는 관객들이 즐거워하는지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제 연주에 점수를 잘 주는지에만 관심이 있고 음악을 듣고 기뻐하는지 또는 슬퍼하는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이제는 최우선순위지만요.” 김주혜씨 역시 드오를 통해 음감을 얻으면서 전공자로서 연주 실력도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드오에 뼈를 묻을 생각입니다.” 팀원들은 앞으로도 한국과 서양악기의 조화를 사람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게 한다는 하나의 목표로 다양한 도전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산조: 민속음악에 속하는 기악독주곡 형태의 하나를 가리키는 국악용어

◆시김새: 선율선(旋律線)이나 절주(節奏:리듬)의 자연스런 연결이나 유연한 흐름을 위하여 또는 화려함과 멋스러움을 위하여 어느 음에 부여되는 표현기능을 뜻하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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