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고 있는 빵이 누군가의 죽음과 맞바꾼 거라고 생각하면 정말 그 빵을 먹을 수 없더라고요."

10월15일 SPC 그룹의 자회사인 평택 SPL 공장에서 23세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해당 공장은 파리바게뜨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SPC 그룹은 파리바게뜨 외에도 삼립, 배스킨라빈스, 빚은, 쉐이크쉑 등 28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기업이다. 

산재 사고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SPC 계열사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본교에서는 노학연대모임 바위는 10월24일 정문에서 SPC 불매 피켓팅을 진행했고, 학생문화관과 포스코관(포관)에서도 피켓팅과 대자보로 불매운동이 이어졌다. 

 

SPC의 26개 계열사 출처=SPC 홈페이지
SPC의 26개 계열사 출처=SPC 홈페이지

 

불매는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행동 

SPC 불매운동은 이번 사고 이전에도 있었다. SPC 그룹이 제빵기사의 휴식 시간을 보장하지 않았고,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조합원에게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며 노조 탄압 행위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이에 화섬식품노조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3월28일부터 53일간 단식투쟁을 하며 부당함을 사회에 알리고 SPC에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김예진(국문·20)씨는 임 지부장의 단식투쟁 당시 SPC 불매를 시작했다. 임 지부장의 단식투쟁과 제빵기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다룬 기사를 보고 “노동환경을 바꾸는 데 동참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그는 “SPC가 매우 큰 기업이다 보니 자회사인 파리바게뜨의 노동 환경도 어느 정도 보장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전혀 아니고 노동자가 당연한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걸 보고 참담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10월15일 일어난 산재 사고 역시 노동 환경의 열악함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생각했다. 작업 환경이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사고 이후 대부분 사람들이 SPC 그룹의 사회적 논란을 인지하고 불매에 동참하려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파리바게뜨 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사고 직후 10월15일부터 10월22일까지 1주일간 전 가맹점에서 매출이 평균 16% 감소했다. 불매 운동이 기업의 매출에 직접적 타격을 주는 것이다. 

김씨는 이런 변화를 목격하며 부당한 일에 항의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가 잘 실현되고 있다고 느꼈다. 그는 “소비자가 산재 문제에 관심을 갖고 (불매에) 동참하지 않으면 이런 사건은 계속될 것"이라며 “기업이 소비자의 눈치를 보고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이라도 이행하도록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리안(사학·21)씨도 5월부터 SPC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있다. 그는 파리바게뜨 공장에서 임신 중 하혈한 여성 노동자에게 대체할 사람이 없으니 대기하라 명령했다는 사건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저희 어머니도 회사에 다니며 임신하셨고, 임신한 채로 일하면서 자주 쓰러지곤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20년 전 사회에서 일어났던 일이 지금도 발생하고 있고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착잡했어요.” 

장씨는 불매운동 중 10월15일 산재 사망사고를 접했을 땐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고 한다.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또래 여성 노동자의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산재 사고는 우리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기에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게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해나(사범대학원 언어병리학 전공 석사과정)씨는 10월15일에 일어난 산재 사고 이후 SPC 불매를 시작했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의 죽음을 이대로 묵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불매운동은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본교 포스코관 지하1층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매장 <strong>강동주 기자
본교 포스코관 지하1층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매장 강동주 기자

 

교내에는 ‘죽음을 딛은 먹거리’ 없나 

한편 본교에도 다양한 SPC 계열사가 자리하고 있다. ECC에는 빚은, 포관에는 파리바게뜨가 있다. 교내에 위치한 편의점에는 다양한 삼립 제품이 진열돼있고, 납품하는 컨테이너 상자에 SPC 로고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직접 방문해 확인한 결과 생협에 납품되는 모든 주먹밥, 김밥 등의 모든 간편식품들은 SPC 제품이 아니었다. 생협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삼립 제품을 거의 납품받지 않고 있다”며 “신선식품들 역시 SPC 제품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컨테이너 상자에 대해서는 “상자만 그걸 쓸 뿐, 제품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SPC 불매를 시작한 후, 빵을 살 때 집 앞에 있는 파리바게뜨를 지나쳐 15분을 걸어 뚜레쥬르를 찾는다. 장씨도 가까운 거리에 파리바게뜨가 있지만, 조금 멀어도 동네의 다양한 빵집들을 찾아다닌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하며 불매 운동에 동참하고 있지만, 시간 제약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엔 불매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김씨는 “포관의 파리바게뜨는 근처에서 수업이 있거나 시간이 여유롭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소비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며 불매하려 하지만, 교내에서도 바쁜 일정 중에는 대체품을 찾기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 중간고사 기간 학업 격려 행사 '든든한 이화사랑'에서 배식한 아침식사. 삼립의 밤만쥬와 남양의 요구르트가 함께 제공됐다. 제공=유예은(커미·22)씨
지난 중간고사 기간 학업 격려 행사 '든든한 이화사랑'에서 배식한 아침식사. 삼립의 밤만쥬와 남양의 요구르트가 함께 제공됐다. 제공=유예은(커미·22)씨

한편 ‘든든한 이화사랑’ 아침 식사 제공 행사에서는 SPC 삼립의 밤만쥬와 남양유업의 프로바이오틱 요구르트가 함께 제공됐다. ‘든든한 이화사랑’은 중간고사 기간 학업 격려 행사로, 10월19일부터 10월21일까지 진행됐다. 산재 사고가 일어난 10월15일부터 4일이 지난 날이었다. 남양유업 역시 2017년 이후 꾸준히 대중의 불매운동이 이어지는 기업이다. 남양유업 사원이 대리점에 강제로 제품을 떠넘기며 폭언을 행했고, 여성 직원에게 관행적으로 차별적 인사 처리를 한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장씨는 당시 친구와 함께 아침을 배식받았다. “불매 중인 곳의 제품인 줄 모른 채 후식까지 다 먹었는데, 앞에서 친구가 삼립 제품이라고 말해줬어요.” 당시 장씨는 “뱉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함께 배식받은 친구는 밤만쥬와 요구르트를 먹지 않은 채 그대로 퇴식구에 돌려놓았다. 

학생처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든든한 이화사랑’ 아침 식사에 함께 제공된 제품에 대해 “전체 메뉴 구성은 학교와 위탁운영업체인 헬렌관 식당이 함께 기획하나, 사이드 메뉴의 세부 품목은 해당 업체에서 정해 발주를 진행한다”며 “학교도 제조업체 정보를 행사 당일에야 인지했다”고 말했다. 

또한 추후 기말고사 시험 기간에 진행될 ‘힘나는 이화사랑’ 행사는 다른 업체를 선정해 다른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2023년도 ‘든든한 이화사랑’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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